위 자료의 제일 하단을 보면 "상황에 따라 달리 적용될 가능성 있음"이라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위 자료가 진짜로 경찰청 지침인지까지는 확인하지 못했으나,
가해를 한 사람이 '정당방위'라고 주장하는 경우가 가장 많은 단순폭행(다시 말해 '싸움'이나 '시비'가 붙은 경우)
정도를 처리할 때의 기본 방침 정도인 것으로 보입니다.
결론을 말씀드리면, 1번, 2번, 6번을 빼고는 모두 너무 '단정적인'표현입니다.
다시 말해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어떠한 위급한 상황에서도 꼭 저렇게 해야만 정당방위가 된다"는 오해를 불러 일으킬 소지가
다분합니다.
한 번 더 강조드리지만, 위의 경우는 주변에서 심심찮게 일어나는 술 먹다 시비 붙어서 일어나는 폭력 사건 정도에만
딱 들어맞을 수 있고, 그 밖의 경우에는 저 위의 경우와 맞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정당방위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
간단하게 하나 하나 말씀드리겠습니다.
3. 먼저 폭력행위를 할 경우 정당방위가 아니다?
ex) 눈앞의 상대가 식칼을 집어들자(단순히 칼을 집어드는 행위는 폭력이 아니겠죠?), 하이킥을 날려 상대를 기절시켰다.
-----> 정당방위 성립됩니다.
4. 상대의 폭력보다 나의 방어가 지나쳐서는 안된다?
-----> 대법원 판례 중에, 한밤중에 어두운 골목길에서 남성이 여성을 양팔로 세게 붙잡고 벽으로 밀어붙여 음부를 만지며 억지로 키스를 시도하자 여성이 남성의 혀를 깨물어 설(혀)절단상을 입힌 사건이 있었는데, 정당방위가 인정되었습니다.(대법원 89도358판결)
억지로 몸을 더듬고 강제로 키스 시도 < 혀 절단시킴. ------> 정당방위 인정.
5. 최소한도의 폭력 행사
이 부분은 원칙적으로는 맞습니다. 여러가지 "적절한" 방어 수단 중에서 상대에게 최소한의 피해를 주는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으로 '최소침해의 원칙' 이라고 합니다.(사실 4번도 여기에 포함되는 내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적절한' 방어수단이라는 것은 상대방이 폭력을 행사할 때 그것을 막는데 '효과적인' 수단이라는 뜻입니다.
때문에 위 자료처럼 '상대방이 흉기를 휘두를 때 각목을 휘두르는 정도는 허용'이라고 표현하면,
자칫 무조건 상대방보다 약한 공격 수단을 골라야 한다고 오해할 수가 있으나,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상대가 칼을 휘두르는데, 내가 방어할 자신이 없으면 나도 칼 휘둘러도 정당방위 될 수 있습니다.
상대가 키 190cm, 몸무게 100kg의 격투기 선수인데, 나를 격투술로 공격한다? 나는 각목 휘둘러도 정당방위 인정될 수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연약한 여성이 부상을 입은 상태에서, 칼을 들고 나를 죽이려 다가오는 상대방에게 총을 쏴서 죽였다면
내가 더 강한 수단(총 > 칼)인 경우라도 정당방위가 인정될 수도 있습니다.
7. 및 8. (나보다 상대가 피해가 적어야 한다?, 전치 3주 넘게 나오면 안된다?)
위 4.에서 본 대법원 판결에 의하면 맞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죠.
(여성의 몸을 더듬고 강제 키스를 당한 것 이 엄청난 정신적 충격과 고통인 것은 분명하지만,
일반적으로는 혀를 절단시켜서 평생 불구로 만들어 버린 것과 비교하면 남성이 입은 피해가 좀 더 크다고 볼 수 있겠죠.
그럼에도 여성에게 정당방위가 인정된 것입니다.)
우리나라 법이 문제가 있는 부분도 많고, 어이없는 일들도 참 많이 일어나는 것은 사실이지만,
윗 글처럼 정확한 부연 설명도 없이 앞뒤 다 자르고 툭 던져놓은 정보를 보고,
그 정보의 진위여부에 대해서는 알아보려 하지도 않고 곧이곧대로 그런 정보만 믿은 채 너도 나도 흥분해서 덮어놓고 욕만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지난주말 방영된 그것이 알고싶다 '찌라시' 편이 바로 이런 문제를 비판했던 것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