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단행본 시장은 빙하기를 지나 창세기를 향해 거스르고 있습니다.
어느 소설가의 인터뷰중 나온 질문 중 하나가 요즘 소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였습니다.
그 분이 답하길,
요즘 작가들은 너무 먼 곳을 바라보고 있다.
문학의 사회적 기능이란 불의한 사회를 꾸짖고, 새로운 세상을 꿈꾸게 하는 것인데, 요즘 창궐하는 판타지나 무협 장르의 소설들은 이러한 기능으로부터 너무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라고 답했습니다.
일견 공감합니다만, 그건 주류 문학권에서 바라볼때의 이야기고 대중 문학적 시선에서 보면 요즘처럼 중흥기도 없겠죠.
대표적으로 문피아 싸이트가 총 상금 3억을 걸고 공모전을 하고 있기도 하고, 그 사이트 소속 잘 나가는 웹 소설 작가들의 연봉이 이미 억대를 넘어섰다는 인터뷰도 서슴치 않고 있습니다.
글 판에서 억대 연봉이란 정말이지 꿈의 숫자죠.
한 권에 만원씩 팔린다면 무려 십만권을 팔아야 하는데, 실제 소설쪽 초판 출판 부수 2천부를 넘는 곳이 없습니다.
소설을 10만권 찍어 판다? 하! 꿈같은 이야기입니다.
책을 안 읽는다는 뜻입니다.
더욱 구체적으로 말해 출판사 전문 편집자들이 선별한 소설을 더이상 대중이 소모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책을 만드는 나무 입장에선 광장히 다행스런 낭보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생각의 나무를 심어야 하는 어른의 입장에선 상당히 우려스러운 현상입니다.
저는 이러한 현상이 비단 책을 읽고 소비해야 하는 국민에게만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책이 담은 내용이 재미있어 보십시오.
읽지 말라해도 읽습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순수문학을 지향하는 작가들이 대중과 따로 놀고 있습니다.
미문에 빠져 난해한 작품만 양산하고, 자기들끼리의 리그로 변해 문학이 죽었네, 시가 죽었네, 소설이 죽었네, 그러고 있습니다.
솔직히 저도 판타지의 창궐이 달갑지만은 않습니다만,
그렇다고 현실을 벗어나고픈 대중의 희망을 담아 놓은 순수 문학작품이 몇이나 됩니까?
현실을 벗어나고픈 대중의 희망.
이것이 현실이지 않습니까?
순수 문학이 자랑하는 찬란한 수사와 단단한 구성을 이러한 현실적인 욕망에 부흥하여 작품을 짓고, 시장에 내 놓는다면 충분히 지금보다 훨씬 나은 결과가 있으리라 봅니다.
결론으로, 좀 재미있게 쓰고 잘 쓰라. 쓰고 싶은 작품만 쓰지 말고, 사람들이 읽고 싶은 작품을 써라! 입니다.
이영도 작가의 드래곤 라자 정도의 작품은 주욱 계보를 타고 나와 줘야 하는데, 현실은 그로부터 단 한 발도 전진하지 못한 채, 서해 갯벌 참게 마냥 소재만 바꿔가며 옆걸음질, 아니 오히려 질적인 면으로 보면 후퇴에 후퇴를 거듭하는 판타지 장르에 대해 고개가 저어질 뿐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