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에서 1년 7개월 정도 거주하고 있습니다.
처음 베트남에 올 때, 배운 단어는 숫자 0~9까지랑 인사, 감사, 사과 등의 표현 밖에 없었죠.
무지막지한 6성조의 공포감을 느끼며 입성한 베트남.
처음 와서 3일 후에 대형 마트에 갔습니다.
아주 간단한 영어 단어 정도는 통할 줄 알았죠.
샴프와 물을 사러 간 것 이었는데....
결론은 거의 1시간 정도 걸렸던 것으로 기억 합니다.
간단한 'WATER'라는 단어 조차 모르더군요.
진짜 거짓말 안보태고 단 한 명도 모르더군요.
겨우겨우 회사에서 먹던 상표를 통해서 겨우 찾았는데..
문제는 샴푸.
위생용품 코너에 갔는데 도무지 영어라고는 한자도 없어서 뭐가뭔지 모르겠더군요.
한참을 헤매고서야 겨우 머리 감고 있는 사진이 달린 샴푸를 구할 수 있었네요.
암튼..
베트남어는 더운 지방의 언어의 특성 중에 하나인 성조가 있습니다.
그것도 6성조!
거기에 비슷비슷하게 생긴 알파벳들이 있어서 처음에는 엄청 헤맸죠.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라면 베트남도 과거에는 한자문화권이었고,
우리 처럼 한자어가 베트남어에 많이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한자를 좀 아는 사람들은 생전 처음 보는 베트남 단어라도 몇 번 발음해 보고는
그 뜻을 유추할 수 있는 단어들이 꽤 많습니다.
저도 그 덕분에 따로 베트남어 공부를 하지 않고서도 여러 단어들을 배울 수 있었네요.
물론 지금도 베트남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것의 99%는 못 알아듣지만 ㅎㅎ
제가 봤을 때, 정상적인 고등학교 수준의 교육과정을 이수한 평균적인 한국 사람이고,
한자를 조금 안다면 베트남어의 난이도는 중국어 보다는 쉽지 않을까 합니다.
중국이 지금은 간자체를 쓴다고 하더라도 한자는 한자인지라 외워야 하는 한자가 많지만,
베트남어는 지금은 알파벳을 쓰니 적어도 한자 외울 일은 없거든요.
다만, 성조는....정말...적응 안됩니다.
암튼 우리와 비슷한 단어들이 참 많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Quang(성조 표시는 제외하고 알파벳만 쓰겠습니다.)이란 단어가 있습니다.
현지 발음으로 '꽝'인데 뭔가 비슷한 단어가 생각나지 않으시나요?
네, '빛 광'자나 '넓을 광'자.
베트남어에서도 비슷한 의미로 많이 사용 됩니다.
예를 들어, 광고는 베트남어로 'Quang Cao' 입니다. '꽝까오" 발음도 비슷하죠?
여기서 "Cao" 까오는 '고할 고'자의 의미로 많이 쓰입니다.
그래서, 보고는 'Bao Cao(바오 까오)'라고 합니다.
또, 'Bao'는 우리식 발음으로 '보'자에 대응이 되는데 '알릴 보'나 '지킬 보'나 이런 류의 뜻 이지요.
그래서 'Bao An(바오 안)'은 보안(안보)란 뜻 이구요.
'Bao Hiem(바오 히엠)'은 보험이란 뜻 입니다.
위에서 나온 'An(안)'은 한자의 '안'과 대응이 되구요.
그래서 'An toan(안 또안)'은 안전이고 여기서 'Toan'은 '완전할 전'이란 뜻 이죠.
무언가 우리와 비슷한 단어들이 많지 않나요?
'Ly Hon(리 혼)'은 이혼이고,
'Ket Hon(껫 혼)은 결혼입니다.
' Van Hoa(반 호아}'는 문화이고,
'Hoa(호아)'는 '화할 화'자나 '꽃 화'와 대응이 됩니다.
그래서 꽃종류들은 앞에 'Hoa'가 많이들 붙고 여자이름으로 많이 쓰입니다.
난꽃은 "Hoa Lan(호아 란)" 뭐 이런 식이죠.
'Dai Lo(다이 로)'는 대로란 뜻이고 'Dai'는 '큰 대'나 '대리할 대'로 많이 쓰입니다.
그래서 대리점은 'Dai Ly(다이 리)'라고 하죠.
그럼 대학교는? 'Dai Hoc(다이 혹)' 입니다.
'Hoc Sinh(혹 싱)'은 학생이구요.
'Sinh Nhat(싱 냣)'은 생일입니다.
'Nhut Ban(냣 반)'은 일본입니다.
이런 식의 한자어 단어들이 많으니 상대적으로 중국 사람들은 베트남어를 쉽게 배우는 편 이더군요.
저도 다행이 어린 시절에 서당에 잠깐 다닌 적이 있어서 지금은 쓰는 법은 다 잊었어도,
대충 뜻은 알고 있는 한자들이 꽤 있어서 상당히 도움을 받았네요.
길거리 지나다니면서 보는 간판이나 여러 포스터등을 보면서 속으로 발음을 따라하다가
비슷한 한자어가 생각나서 물어 보면 열이면 여덟 아홉은 맞더군요.
다만, 성조표시나 알파벳표시는 그냥 포기했습니다 ㅎㅎㅎ
암튼 전혀 생소한 언어이지만 나름 한국사람들이 배우기에는
유럽 쪽 언어나 전혀 엉뚱한 나라들의 언어 보다는 상대적으로 난이도가 낮은 것 같습니다.
진짜 영어 보다는 쉬울 것 같네요.
단, 성조나 발음은 제외하고요.
발음은 정말 최악 입니다.
베트남이 과거에는 한자어 문화권이다가 지금은 알파벳을 기호로 사용하고 있는데,
그래서 그런지 베트남 사람들은 단어만 이야기해서는 거의 못 알아 듣습니다.
그리고 동음이의어가 중국어 만큼이나 많아서 정확히 발음하지 않으면 알아 듣기 힘들어 합니다.
우리 처럼 대충 어순 바꿔서 쓰고 단어만 말해도 사람들이 대충 알아 듣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죠.
우리는 "물"하면 상황에 따라 물을 달라는 것인지 그냥 물을 의미하는 지 등을 알 수 있는데,
저들은 'Nuoc(느억)' 이라고만 하면 뭥미? 이럽니다.
그리고 언어가 뭐랄까....본질을 잘 표현하지 못한다고 해야 할까요?
성조와 늬앙스 그리고 상황이 굉장히 중요한 언어라서 자기들도 전화통화하면
의사소통이 잘 안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굉장히 장황하게 이야기를 해야 하고 꼭 확인해야 하는 경우가 많죠.
암튼 뭐 그렇습니다.
여기는 주6일 근무라 잠깐 짬나는 김에 몇 자 적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