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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6-03-04 09:09
바둑 잡담록2 : 비하인드 스토리 '이세돌 휴직 사태'
 글쓴이 : 형이말해줄…
조회 : 1,144  

요새 바둑글들이 많이 올라온다. 25년 넘게, 30년은 좀 안되게 바둑계에 있으면서 별의 별 일 다 봤는데 그 중 몇 가지 썰을 풀어볼까 한다.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바둑계가 점점 쇠락하는 것이 보여서다. 불 속으로 뛰어드는 불나방처럼 점점 망하는 길로 가는 게 안타까워 몇 자 적는다.

그 전에 프로기사 이야기들이 메인 기사에 보이기에 몇 글자 쓴다. 요거 쓰고 본론으로 넘어가겠다.


1. 기사의 재능, 누가 제일 천재인가.

다른 글이나 댓글을 보니 조훈현이 재능갑이라고 하는데 이 부분은 이창호가 넘사벽이다. 조국수가 잉창치배로 임팩트가 컸으나 압도적인 세계 1인자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 그러나 이창호는 그 누구도 반박할 수 없는 절대지존이었다.
저 저번 글에 댓글 달린 것 몇 개 이야기 하고 본론으로 들어가겠다.
 


1. 이창호는 천재가 아니다?
 
이해한다. 조훈현도 처음에 이창호를 몰라봤거늘 일반인이 어떻게 이창호의 천재성을 바로 알아보겠나? 하지만 바둑의 역사이래 최강의 기사를 천재가 아니면 뭐라 불러야 될지 모르겠다. 

우리가 바둑에서 천재라고 부르는 인간들은 크게 두 종류가 있다. 첫 번째는 정말 기재가 뛰어나고, 기상천외한 수를 두는 사람들이다. 주로 조훈현, 이세돌, 유창혁을 이쪽 과라고 보면 된다. 

그럼 두 번째는 무엇이냐. 바로 기존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사람이다. 3대 기성을 일본의 도사쿠, 슈사쿠, 우칭위엔이라고 한다. 도사쿠는 수나누기 기법이라는 걸 개발하여 형세의 유불리를 간단하게 파악했다. 또한 돌의 능률이라는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슈사쿠는 고스트바둑왕 사이의 모델이다. 요절해서 약간 평가가 업된 면이 없잖아 있다. 우칭위엔은 신포석이라는 걸 발명하였다. 당대 일본을 주름잡은 기타니 도장의 창시자 기타니와 함께 지옥곡이라는 온천에서 신포석을 개발했다. 기존의 3선 실리지향의 포석관에서 4선 세력, 중앙지향이라는 점을 발견한 것이다. 

패러다임의 변환이란 무엇이냐 하면 그 시대의 바둑두는 사람들의 바둑관을 변화시켜 버린 것이다. 우칭위엔은 신포석으로 당대 일본 최고수들을 모두 꺾었다. 그것도 진검승부라는 10번기에서 한 번도 패하지 않고서.
 
그럼 이창호가 바꾼 패러다임은 무엇이냐. 바로 끝내기, 계산이라는 것이다. 흔히 프로들이 1집은 자신을 원망하지만 반집은 하늘을 원망한다고 한다. 그런데 이창호는 그 반집을 찾아낸 천재다. 초일류조차 운의 영역으로, 신의 영역으로 여긴 끝내기, 계산을 인간의 영역으로 끌어들인 것이다.


 
그래서 조훈현이 이창호의 천재성을 처음에는 몰랐던 것이다. 뉴턴이 아무리 뛰어나도 양자역학 설명하면 처음에는 이게 뭔 소리여? 하지 않겠는가? 이창호 이후 바둑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그 바뀐 패러다임으로 1인자로서 장기집권했기 때문에 이창호를 천재라고 하는 것이다. 기재가 뛰어나고 잘 두는 사람은 많았지만 게임의 룰을 바꾼 사람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바둑에서 패러다임이 바뀐 것의 의미가 실감이 안 난다면 이렇게 생각하면 될 것 같다. 바둑을 전쟁의 모형으로 생각하면 지금까지 창이나 칼만 들고 싸웠는데, 갑자기 상대방이 활을 쏘고, 기마병을 운용한다고 생각해봐라. 이게 게임이 되겠는가? 더구나 '19로'라는 제한된 틀에서 몇천 년 간 이어져 온 바둑, 그 룰을 바꾼 것이기에 진정한 천재라 보는 것이다. 반박 환영한다.
 


2. 바둑기사랑 장기기사랑 싸우면 누가 이기냐고?
 
일단 한 방 파괴력은 장기알이 높은데 바둑알은 숫자가 많다. 361알이다. 또 흑색 바둑알이 백색보다 조금 더 크고 무겁다. 흰바둑알로 견제하면서 도망다니다가, 상대 장기알 다 떨어지면 이기는 거다. 상대가 장기알 던질 때 숫자 잘 세면서. 또 바둑통이랑 바둑판이 더 크고 두꺼우니깐 요걸 잘 활용하면 될 것 같다. 혹시 장기두는 사람하고 싸울 일 있으면 참고하자.




 

자 질문에 대한 답변은 여기까지 하고 오늘의 본론인 '이세돌 휴직사태'에 대해 얘기해보겠다.


 
요거 세간에는 이세돌이 싸가지 없게 선배기사들한테 대들고 뭐 그래서 괘씸죄 차원에서 한국기원이 휴직때렸다, 이렇게 알려졌는데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이 얘길 하자면 한국 현대 바둑의 기원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된다.
 
조남철 국수가 일본 유학마치고 와서 한성기원을 차린 게 한국 현대바둑의 시초라는 설이 있다. 그런데 좀 있다가 6.25가 터진 거 때문에 결국 진정한 시작은 전쟁이 끝난 후부터라고 봐야 할 거다. 당연히 그 당시 바둑대회라는 건 상금이 얼마 안 됐다. 그냥 우승하면 참가자들 막걸리값이나 나오고 그런 수준이었다.



조남철 국수야, 국수니깐 대접받았지만 다른 기사들은 바둑으로만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웠다. 조남철 국수도 뭐 기업가나 정치인들 같은 실세들이 대접한다고 해도, 요정이나 이런 데 가서 모시는 거지 실제로 돈을 주고 그러진 않았던 거다.
 
조남철 국수 다음이 김인 국수인데 이 양반도 술을 좋아해서 우승을 하면 동료기사들과의 술값으로 상금을 날리곤 했다. 결국 상금은 그냥 기사들 술 먹는데 쓰는 비용이라는 관행 아닌 관행이 생겼달까? (그래도 김인 국수 때부터 상금이 조금씩 오르기 시작했지.)
 
비극의 씨앗(?)은 조훈현 국수와 서봉수 명인이 술을 못 한다는 데 있었다. 


서명인은 그래도 조금 마시는데 조국수는 아예 못 마셨다고 한다. 예전에 김인 국수가 우승할 때 자연스럽게 오던 낙수효과가 사라진 거였다. 대회를 우승해도 술을 안 먹는다, 이 양반들이. 그러니깐 다른 기사들의 불만이 생겼다. 결국 우승상금에서 일정 %를 떼어서 한국기원이 가져가고, 또 일정 % 떼어서 기사회라는 기사들 복지모임에서 돈을 가져가는데 문제는 이것들이 세금처리를 안 해주는 거다. 돈이 나가면 비용처리를 해줘야 하는데 안 해줬따. 그러니 조국수가 기원 먹여 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예전에 조국수가 전관왕 2번 째 할 때였나? 기사들이 후진양성을 위해 조국수를 강제 은퇴시키자는 얘기를 하기도 했다. 이 기사회라는 조직이 우스운 게 성적내는 기사는 어리고, 소수인데 대부분의 기사는 나이 많고, 성적을 못 내니 결국 성적내는 기사들 착취구조로 간다는 점이다. 세계대회 우승하면 기원하고 기사회에서 상금에서 엄청 떼간다. 지금 만 40세 넘는 기사들 연금받고 있다.
 
이게 젊은 기사들 상금에서 떼고, 일정 부분 한국기원 보조받아서 하는 거다. 연금 부분은 좀 복잡하긴 한데, 프로바둑계의 가장 문제라는 게 스포츠로 가기로 했으면 스포츠의 룰을 따라야 하는데 여긴 그런 거 없이 개판이다. 현역 선수가 은퇴를 안 한다. 근데 은퇴도 안 하면서 심판도 하고, 코치도 하고, 해설도 하고, 감독도 하고 다 하는 거다. 레슨도 하고 말이다. 이런 스포츠가 있나? 요걸 사람들이 지적하면 '바둑은 다르다' 이러고 돈 타먹을 일 있으면 '바둑도 스포츠다' 이러니깐 욕을 먹는 거다. 원래 연금이라는 건 은퇴해야 돈을 받는 건데 현역뛰면서 받을 건 다 받는다. 이게 무엇이 문제냐면, 그만큼 스폰서의 부담이 늘어난다는 거다. 안 그래도 홍보효과 없는 바둑대회에 추가비용이 발생하는 셈이다. 한국기원이 바둑대회 유치 이외엔 돈을 벌 수 있는 구조도 아니니깐. 무슨 만 40세부터 은퇴도 안 하고 연금을 받는 거냐, 그리고 왜 선수가 감독, 코치, 레슨, 해설, 진행, 다 할려고 하는 거냐, 이해불가인 거다.
 
이렇게 조훈현 국수 때부터 1인자들이 본격적으로 상금 털리는 역사가 시작되었는데. 이창호도 스승이 가만히 있었는데 뭐 힘이 있을 리 없다. 그래서 넘어갔다. 거기다 이창호는 집이 부자였다. 전주에서 금은방 했는데 원래 잘 살았다. 그런데 이세돌이 보기엔 이 구조가 말이 안 되는 거였다. 여기에 이런 갈등이 드러나게 하는 문제가 다른 곳에서 터졌다. 
 
바로, '기보저작권'

 

기보란 두 대국자가 둔 결과물로 창작물이라 볼 수 있다. 근데 그 결과물에 대한 권리와 그에 대한 수익을 대국자보다 한국기원 그리고 기사회가 거의 다 가져가겠다는 거에서 문제가 생긴 것이었다. 저작권의 가치가 있는 기보는 사실 초일류들의 대국인데 왜 그 수익을 기원과 기사회가 다 가져가나? 이 문제였던 거다. 당시 기원이 기사들의 서명을 받으려고 했는데 조직적으로 명단 분류해서 관리하고 누구는 어떻게 누구는 어떻게 관리하자는 문서도 있었다. 여기서 몇몇 기사들이 반대했는데 그 대표가 이세돌이었던 거다. 테일러 스위프트가 애플에 항의한 거랑 어떻게 보면 비슷하겠다.
 
조국수가 나서서 이세돌을 성토했다는 얘기도 있는데, '몇 십년 동안 당한 나도 이거 대승적인 차원에서 기사회의 이익을 위해 넘어가는데 니가 감히?' 이렇게 됐던 일이라고 추측한다(속마음은 모르니깐). 

어쨌든 이렇게 이세돌이 조리돌림 당하게 되었다. 나중에 이세돌 얘기 들어와봤는데 '나 하나 먹고 사는 건 문제없다. 돈 벌려면 얼마든지 더 벌 수 있고, 그런데 후배들 앞으로 당할 거 생각하니 누군가는 해야 할 말이고 내가 그나마 영향력이 있으니깐 나선 거다' 이런 식으로 심경을 밝혔다. 



기사라는 직업 자체가 굉장히 보수적인 직업이다. 이 동네 사람들은 너무 신중하다. 그렇지 않으면 바둑을 잘 둘 수 없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자기 손해보는 짓을 안 한다. 이런 배경에서 1인자인 이세돌의 이런 행보는 파격적인 것이었다. 

그런데 그와 같이 자기 목소리를 내면 어떻게 되는지 바둑계에서 보여준 사건이었다 할 수 있다. 괜히 이세돌이 미국바둑보급 얘기하고, 중국에 바둑학교를 차렸겠나?
 
기보저작권은 민감한 문제고 실제로 한국기원에서도 법률자문 맡기면서 어떻게 풀지 노력하긴 했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아쉬운 건 바둑언론들이 이세돌을 싸가지 없는 놈 만들고 철없이 자기 밥그릇만을 위해 대든 놈처럼 만들었다는 점이다. 바둑언론이 사실 한국기원 홍보하는 거니깐. 바둑언론이 한국기원 출입금지 당하면 망하기 때문이다. 한국기원 입맛에 맞는 기사만 써야한다. 그래서 바둑계가 이렇게 망가진 거 같다. 쓴소리를 하는 언론이 없으니깐.
 
담 주제는 아직 안 정했다. 사실 꼴리는대로 쓸려고 하다가 아직 꼴리는 게 없어서다. 혹시 바둑에 대해 궁금한 거 있으면 말해보시라. 다음 글 주제 정하는데 참고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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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지일보펌 원문링크: http://www.ddanzi.com/ddanziNews/23367115
출처 : 해외 네티즌 반응 - 가생이닷컴https://www.gasen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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