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로 날아오를 듯한 용머리 장식..백제 금동신발 보물 된다

하늘로 날아오를 듯 솟아있는 발등의 용(龍)머리 장식, 정교하게 투각한 인면조(人面鳥·사람 얼굴에 새 몸통을 가진 상상의 동물)와 용, 연꽃무늬···.

백제 금속 공예의 정수를 보여주는 5세기 금동신발 두 점이 국가지정문화재인 보물이 된다. 문화재청은 “전북 고창 봉덕리 1호분과 전남 나주 정촌고분에서 출토된 백제 금동신발 두 점을 각각 보물로 지정 예고한다”며 “삼국시대 고분에서 출토된 금동신발 중 가장 완전한 형태”라고 16일 밝혔다. 삼국시대 귀걸이, 목걸이, 팔찌 등은 국보·보물로 상당수 지정됐지만, 금동신발이 국가지정문화재가 되는 것은 처음이다.

금동신발은 삼국시대 유적에서만 발견되는 우리나라 고유의 금속공예품. 살아있을 때 신었던 것이 아니라, 장례 때 망자(亡者)의 발에 신기는 의례용으로 추정된다. 화려하게 장식한 용, 사람, 연꽃무늬에는 망자의 넋이 하늘로 올라가 영생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겼다. 비슷한 시기의 중국 유적에선 찾아보기 힘들고, 일본 고분에서는 여럿 출토됐으나 우리나라에서 전래된 것으로 알려졌다.

고창 봉덕리 1호분 금동신발은 2009년 출토됐다. 무덤 주인공의 양쪽 발에 신겨진 신발 한 쌍이 거의 훼손되지 않은 채 발견돼 출토 당시부터 화제를 모았다. 길이 32㎝로 바닥과 측면에 용, 인면조, 사연꽃 등 각종 문양을 투조(透彫·뚫어 만듦)로 장식했다. 바닥에는 1.7㎝ 높이의 징(스파이크) 18개를 박았고, 오른쪽 신발 안에서는 발뼈도 확인됐다. 문화재청은 “백제 왕실이 왕의 힘을 과시하면서 지방 유력자의 위신을 세워주기 위해 하사한 위세품(威勢品)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지난 2014년 발굴된 나주 정촌고분 금동신발은 발등 끝에 올려진 용머리 장식이 특히 주목을 받았다. 백제는 물론 삼국시대 금동신발을 통틀어 용머리 장식이 부착된 건 처음이다. 전체 길이 32㎝. 형태와 제작기법, 문양 등은 고창 봉덕리 금동신발과 매우 흡사하다. 얇은 금동판 4장으로 바닥판과 좌우 측면, 발목깃판을 만들어 연결했고, 문양을 투각해 세부를 선으로 묘사했다. 바닥에 투조로 장식한 용 얼굴 2개는 두 눈을 부릅뜨고 입을 크게 벌리고 있으며, 용 머리에 난 뿔과 귀, 코, 이빨까지 보인다. 이한상 대전대 교수는 “신발 바닥에 용 얼굴을 측면으로 표현한 건 더러 있었지만 정면으로 바라보는 모습은 처음”이라며 “백제 장인의 창의성과 정교한 공예기술, 디자인 감각을 보여준다”고 했다. 고창 봉덕리 금동신발보다는 조금 늦은 5세기 후반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황정연 문화재청 학예연구사는 “백제시대 금동신발은 총 19점이 출토됐으나 대부분 형태가 훼손된 채 수습된 반면, 이 두 점은 거의 완벽한 상태로 발굴돼 백제 고유의 문양과 상징적 의미, 백제 공예문화의 독자성을 밝힐 수 있어 가치가 크다”고 설명했다. 문화재청은 30일간의 예고 기간 중 각계 의견을 수렴하고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두 건을 보물로 지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