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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1-02-15 20:06
내가 겪었던 소대장들.
 글쓴이 : 야구아제
조회 : 571  

1. 해병대 ROTC로 해병대에 못 박은 소대장.

상병 때 왔던 신임 소대장이었는데 제가 군대를 조금 늦게 가다 보니 저랑 동갑이었습니다. 저를 좋게 봤는지 저랑 친구 먹자며 남들 없을 때는 말 놓자고 하더군요.

저는 그런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 말을 끝까지 안 놓았는데 거의 제대할 때 사회에서도 보자며 그 때는 말을 놓겠다 했습니다.

전국에 ROTC 중 두 개 대학이 해병대 ROTC를 실시하는데 제주대와 조선대(?) 이 두 개 대학이라 들었습니다.

여하튼 제대를 할 줄 알았는데 해병대로 남겠다며 대위까지 달 더군요. 개인적으로 진급이 되려나 싶었는데 연평도 포격으로 서북도서 사령부가 창설되며 간부들의 TO가 늘어 진급은 되겠다 싶더군요.

그런데 갑자기 어느 날 군복을 벗게 됐다며 연락이 왔더군요. 자세히 묻지는 않았지만 나중에 알게 됐는데 중대장 때 백령도에서 음주 운전을 해서 사고가 났다고 합니다. 논두렁에 차를 박았는데 이 일로 진급에 누락이 돼 전역하게 됐다는군요.

군인이 자기 길이었던 친구인지라 미래가 걱정이 됐는데 1년 쯤 지났나 다시 입대 하게 됐다며 다시 해병대 소위부터 시작하기로 한 모양이더군요.

이렇게 되면 이른바 해병대 기수가 꼬이게 되는데 참 대단한 선택을 한 것 같았습니다. 여하튼 다시 입대해서는 해병대에 새롭게 생기는 해병 항공단의 조종사가 되려고 그 분야에 지원한 모양입니다.

지금은 소령으로 해병 항공대 초기 조종사 중에 한 명이 된 상태입니다.

참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2. 지원 가서 본 병장을 두려워 하는 소대장.

이 사람도 ROTC 출신이던데 해병대 ROTC가 아닌 일반 ROTC에서 해병대로 지원한 케이스인 것 같았습니다.

백령도에는 여러 OP가 있는데 이들 OP들은 갱도화 돼 있고 산을 둘러 각 대대와 여단 본부까지도 연결 돼 있으며 지하 벙커에는 수 천 명이 수 개월 동안 지낼 수 있는 식량과 물, 탄약과 보급품들이 적재돼 있습니다.

그래서 OP는 중요한 관측 거점인 동시에 방호 거점이 됩니다. 

예비 중대서 훈련을 빡세게 받을 때 쯤 전방 초소의 인원이 부족하다며 근무지원을 나가게 됐습니다.

당시 병장이라 훈련이 빡세도 중대 생활하는 것이 편할 때인데 병장 하나 덜면 후임들이 편하리라 보고 우리 내무실에서 저와 이병 한 명이 지원했습니다. 그 이병은 저의 수발을 들어야 하는 이병인데 대리고 가서 편하게 해 줄려고 일부러 붙였습니다.

중대 고참이 근무 지원 간다면 후임들이 눈치 볼까봐 전방 배치할 때 "내가 가장 나중에 내릴 테니 너희들 가고 싶은데 알아서 내리라."며 눈치 보던 후임들에게 가고 싶은데 가라고 해 놓고 60이 전방 돌 때 자는 척했습니다.

하나 둘 씩 전방 초소에 내리고 결국 저와 소대 이병 하나만 남았는데 차가 한 참을 더 가더니 레이더 기지가 있는 OP에 우리 둘을 내려 놓았습니다.

도착하니 OP장은 소위였고, 병력은 8명이 채 안 됐으며 밥은 해군에서 해 준다고 하더군요.

갔더니 최고참이 제 동기여서 동기에게 제가 나는 FM으로 할 테니까 뭘 하면 되냐고 하니까 할 것 없다고 잘 쉬다 가라고 하더군요.

전반 초소기 때문에 일출전 전원 투입, 일몰전 전원 투입이 필수이고, OP 근무도 나가야 하며 진지 정리와 과업들이 많을 텐데 할 것이 없다는 것입니다.

소대장을 만났는데 바로 저희가 왔다며 술과 닭을 시켜 파티를 시켜 주더군요. 

제가 전방 OP에서 이래도 되는거냐고 물었더니 그 소대장은 다들 편하게 군생활 마치고 집에 가자며 좋은게 좋은 것이 아니냐며 일주일에 3일 정도 이렇게 돌아가며 파티하자고 하더군요.

뭐 이런 소대장이 있나 싶었는데 다음날 저는 이병이 깨워서 일어 났는데 전원투입 나가는 줄 알고 군복을 입으려니까 전원 투입 다녀 왔고, 식사 하라고 깨웠답니다.

전원 투입 나 빼고 나간 거냐니까 소대장이랑 이병들이 '아메'로 다 했다며 앞으로 전원 투입 나갈 필요 없고, 주간에 OP 근무 두 시간, 야간에 두 시간만 근무 서면 된다고 하더군요.

뭐 타 부대니 시키는대로 하자며 동기하고 운동하고 놀고 했는데 운동하고 내려 왔더니 근무 시간표가 바꼈다면서 이미 제 근무는 끝났다고 하더군요. 

이게 뭔 소리인가 했는데 소대장이 자기가 할 일 없다고 근무를 대신 섰다는 겁니다.

그리고는 그날 저녁에 고생 했다며 소대장이 또 파티, 야간 근무는 진입신고만 하고(참고로 OP에서 숙영지까지 걸어서 2분도 안 됨.) 쉬라는 겁니다.

이렇게 수 일이 지나고 저도 적응이 돼서 거의 이틀 걸러 하루 2시간 근무를 서게 됐습니다. 저를 따라 온 이병은 싱글벙글이었고, 제가 다 풀어줘서 매일 잘 먹고 운동을 열심히 하더군요. 원래 킥복싱 선수였는데 너무 말라서 실없게 봤는데 파견 나온 동안 몸을 만들더니 '사가트'가 돼 가더군요.

한 달 반 정도 파견 나가 있었고, 소대장은 저와 동기 병장의 뒷바라지를 그렇게 열심히 해 주는 바람에 저는 이유도 묻지도 못하고 보살핌을 받다가 자대로 돌아가게 됩니다. 이병 후임은 그렇게 복귀를 싫어하더군요.
출처 : 해외 네티즌 반응 - 가생이닷컴https://www.gasen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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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반 21-02-15 20:12
   
군대서 소위는 보기 힘들었어요. 쫄따구 중위는 흔하게 널려있었고
     
야구아제 21-02-15 20:13
   
높은 부대에 계셨나보네요. 저는 야전부대라 소위들이 많았죠. 물론 소대장 수급이 잘 안 돼서 중사가 임시 소대장을 하기도 했지만요.
          
신의한숨 21-02-15 20:17
   
군대 야매로 다녀온 사람들의 흔한 소리
               
야구아제 21-02-15 20:18
   
??
                    
신의한숨 21-02-15 20:19
   
오해마셔유  그위에 한소리ㅡㅡ
                         
야구아제 21-02-15 20:19
   
아, 네. 저는 또....^^;;;
     
롱기누스탕 21-02-15 20:18
   
아니 일본 순사출신이 무슨 군대를?

     
카라반 21-02-15 20:42
   
사령부에 있었어요
상병이 대위하고 비슷한 수준
알개구리 21-02-15 20:15
   
소위 하니까 기억나네요..
통신관 소위...부함장한테 하루가 멀다하고 얼차려 받던...ㅉㅉ;;
     
야구아제 21-02-15 20:16
   
해군이신가 보네요. 해군은 또 장교문화가 어떤지 참 궁금합니다.
          
알개구리 21-02-15 20:23
   
장교문화는 잘 모르겠고
신입하사들한테 경례 했다간  바로 죽방 날라온건 기억나네요..ㅎㅎ;;
               
야구아제 21-02-15 20:26
   
그건 타군도 그럴겁니다. ^^;;

한 번은 대대 신입 소대장들이 전입을 와서 식당에서 밥 먹는데 자기들끼리 줄 서서 각잡고 훈련병처럼 배식 받길래 웃었는데 뒤에서 선임 장교들한테 그걸로 맞았나보더라고요. ^^;;
싸만코홀릭 21-02-15 22:17
   
저는 2번째 소대장이 학교 과 선배 ㅋㅋㅋ
짬밥 적을때 소대장 방에 가서 여러번 놀게 해줬어요. 소대장 선배 어디서 뭐 하실라나
hell로 21-02-16 01:49
   
야구아재님 고생많으셨습니다.
원래 해병ROTC는 제주대와 해양대에만 있었는데 십여년전부터는 육군ROTC에서도 받더군요.
내용중 도서방어 시설에 대한 언급은 살짝 가려주시는게 좋을듯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