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란 무엇일까요?
예술이라는 것이 원래 기술에서 출발해 기능이 상실되고 새롭게 창의적 도구가 되며 예술이 되었다고 합니다.
회화가 예술이 된 것도, 노래와 무용이 예술이 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노래와 무용이 애초에 어떤 기능이 있었냐구요?
문자가 발명되기 전 인간 문화의 전승은 말과 몸짓 그림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이를 원시 종합 예술이라고 부르죠.
많은 예술들이 그래서 기술에서 출발해 예술이 되었는데 사실 왜구들이 만든 한자어로는 그 어감을 살릴 수는 없지만 기술자에서 창조자가 되었다면 말이 좀 편할지 모르겠습니다.
영화는 회화를 대체하는 사진에 그 원형이 있고, 사진 역시 왜곡을 통해 예술화되면서 영화는 애초에 창작된 허구에 기인하게 됩니다.
즉, 영화는 기술이 목적이 아닌 예술이 목적이었죠.
하지만 예술은 어떤 것을 추구하느냐에 따라 본질적인 것, 사실적인 것, 말초적인 것으로 구분합니다.
왜구식 한자 표현에 따르면, 1류냐, 2류냐, 3류냐는 것이죠.
영화는 근본적으로 3류 예술에서 출발합니다.
동시적이며 현장적인 속성으로 인해 말초적인 자극이 대부분을 이루는 예술이며 매체라는 것이죠.
하지만 서구에서 20세기 작가주의라는 개념이 성립되며 영화도 상위 예술로 오를 수 있는 가능성을 열게 됩니다.
할리우드식 대량생산과 대량소비에 대응해 영화를 설계하고 의미를 담아 연출하는 감독의 역량을 높이 산 것이죠.
작가주의는 계속 발달하여 예술 영화의 근간을 이루고 소설보다도 더 각광을 받는 예술 장르로 영화 꼽히게 되고 감독의 작가성이 부각됩니다.
심지어 국어에서도 영화를 국어의 한 과목으로 만드려고 영화는 이야기가 든 매체라며 '매체'라는 국어 하위 과목을 만들기까지 했죠.
우리나라 사람들은 90%가 넘는 대학 진학률을 보이며 예술에 대한 소양도 높아 한 영화가 나오면 그 영화를 다양한 각도로 분석하고 파편화하여 여러 가지 관점으로 이해하고 의미화합니다.
그 작업이 상당히 고상하고 격식이 있으며 지식인 내지 교양인의 모습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때로는 지나칠 때도 있어서 영화가 애초에 어떤 매체였는지를 까먹기도 합니다.
인류가 언어를 매체로 소통을 시작한 이래로 매체라는 것이 복잡화 전문화 되는 방향으로 발전하며 권력과 차별을 낳았죠.
하지만 기술의 궁극적 발달로 새롭게 나오는 매체는 더 쉽고 더 말초적으로 발달하여 가장 낮은 층위에서부터 소통이 가능하도록 합니다.
따라서 영화는 기본적으로 복잡성보다는 단순성에 가치가 더 크다고 봅니다.
전 세계, 전 연령, 전 수준이 공감하게 하는 것도 영화의 몫이며, 또 영화니까 그것이 가능할지도 모릅니다.
영화를 너무 작가주의적 관점에서 봐 온 최근의 고등 한국인들에게 많은 부분이 부족해 보일 수 있겠지만
기술적으로 진보하며 세계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보편성과 편이성을 제공한 '승리호'라는 영화가 저에게는 참 잘 만든 영화로 인식되었습니다.
7세가 보아도 재밌고, 90세가 보아도 재밌게 그 시간을 보냈을 법한 영화, 저는 참 잘 만들었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