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김지호·오명주·구민지기자] ‘시간’ 5회 48분 45초.수호 : (난간 밖을 가리키며) 내가 같이 죽어줄게.지현 : (호텔 옥상 난간에서) 일단 내려가요.수호가 휘청거리며 난간 아래로 떨어진다. 지현은 그런 수호를 향해 달려든다.지현 : 위험하다구요!두 사람은 난간 아래로 떨어진다. 그리고 장면 전환. 수호와 지현은 바닥에 ‘따로’ 누워있다.
‘추락신’일까. 아니면 ‘멜로신’일까. 작가는 이 장면을 멜로의 시작으로 그렸다. 하지만 감독은 추락 해프닝으로 마무리지었다.
다음은, ‘시간’의 원래 대본이다.
지현 : 일단 내려와요. 위험하다구요!
비틀거리는 수호, 난간 아래로 떨어지려는 순간! 지현이 그런 수호를 뒤에서 껴안는다. 난간 아래로 넘어지는 지현과 수호, 함께 바닥을 구른다. 껴안은 채 바닥에 함께 누운 지현과 수호.
대본에 따르면, <김정현과 서현이 껴.안.은.채 바닥에> 뒹군다. 그러나 화면에선 <김정현과 서현이 각.각.따.로 떨어져> 누워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김정현 때문이다. 그는 멜로 드라마를 원치 않았다. 대신, 현실 멜로에 충실했다. 김정현의 여주는, 바로 서예지다.
MBC-TV 드라마 ‘시간’(극본 최호철, 연출 장준호)은 멜로 드라마다. 드라마 시놉시스만 봐도 알 수 있다.
“생애 마지막 시간을 보내는 한 남자가 자신 때문에 망가진 여자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치는 이야기다. 그녀를 향한 마음이 점점 커지게 되고 주체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남자는 진실을 밝히기 위해 그녀와 사랑하기 위해 사투를 벌인다.”
드라마는 ‘멜로’ 복수극을 예고했다. 그러다, ‘그냥’ 복수극으로 끝났다. 김정현은 심지어 12회를 끝으로 하차한다.
김정현의 ‘거리두기’가 드라마를 산으로 보냈다. 그는 대본에 나온 멜로 장면을 ‘셀프’로 쳐냈다. 일례로, 서현의 손 조차 잡지 않았다.
서현이 맘고생 엄청 함 저넘 땜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