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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왜’ ‘토왜당’ ‘토왜언론’ ‘토왜세력’ 같은 낱말이 범람한다. 특정 정파를 맹목적으로 지지하는 이들이 파시즘적으로 몰려다니면서 실검 순위를 조작하고 ‘토착왜구’ 낙인을 찍는다.
정권의 실정을 비판하거나 조국 같은 이들을 꾸짖으면 어김없이 ‘토왜’로 몰린다.
일본과 외교적 해법을 모색하자고 하면 ‘토왜세력’, 정권의 잘못을 지적하면 ‘토왜언론’, 경쟁하는 정당은 ‘토왜당’이다.
‘토착왜구’만큼이나 한국인에게 모욕적인 단어도 없다. 구한말 매국노나 일제강점기 친일파를 가리켜서다.
그렇다면 ‘토왜천지’가 지목한 토왜는 어떤 이들을 가리키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토왜는 동학농민군을 가리키는 말이다.
동학농민군이 어떻게, 왜 토착왜구가 된 것일까.
안중근은 1909~1910년 뤼순감옥에서 쓴 글에서 “동학은 일진회의 무리”라고 적었다.
애국지사 정암 이태현(1910~1942)의 유고집 정암사고 적힌 ‘왜놈들의 열 가지 죄목'에는 “토왜가 원수와 같은 오랑캐(일본)를 끌어들여 종묘사직을 망하게 했다”는 대목이 있다.
동학농민군이 토왜로 몰린 것은 친일단체 일진회의 다수가 동학농민군 출신이기 때문이다.
친일 단체에서 송병준 같은 고위직은 소수였고, 저변을 이룬 게 동학농민군과 박해를 당하던 천주교인이었다.
조선의 양반 계급은 ‘봉건지주’다. 안중근의 아버지 같은 ‘봉건지주’들이 의병을 조직해 자신들이 ‘폭도(동학농민군)’라고 규정한 이들과 싸웠다.
동학농민군을 학살한 주역은 조선의 관군과 ‘봉건지주’들이 조직한 의병이었다.
일제가 항일 의병들을 진압할 때 ‘동학농민혁명 참여자’들이 친일파가 돼 의병을 타격했다.
학살에 대한 복수였을 수도 있고 일본의 실체를 착각했을 수도 있다.
‘봉건지주’들은 농민군을 토왜라고 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