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외교 당국은 18일 저녁 외교장관 회담이 끝난 뒤 각자 보도 발표문을 냈다. 양쪽이 만족할 만한 합의를 도출했다면 각자 발표가 아니라 공동발표문의 형식을 빌렸을 텐데 각자 발표문을 낸 것부터가 심상치 않다. 회의를 주최한 일본 쪽은 외교장관 회담 때 의례적으로 공개하는 양쪽 장관의 모두발언도 보도진에게 아예 공개하지 않았다. 한국의 입장을 일본 시민에게 알리는 것조차 원천 봉쇄하겠다는 오만함마저 엿보인다.
한일 외교당국이 각자 내놓은 회담 보도 발표문을 뜯어보니 한일관계에서 일치하는 부분은 '박진 장관이 강제동원 노동자 피해 보상 판결과 관련해 현금화가 이뤄지기 전에 바람직한 해결방안이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고 '두 장관이 조기 해결의 필요성에 공감했다'는 게 거의 유일하다. 즉, 현금화 전에 한국이 해결방안을 내놓을 테니 두 장관이 서둘러 이 문제를 매듭짓자는 뜻이라고 할 수 있다.
두 발표문에는 문제 해결을 위해 일본 쪽이 해야 할 내용은 전혀 들어 있지 않다. 일본 정부나 가해 기업의 사죄나 최소한 가해 기업이 대위변제를 위한 기금 마련에 참여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강제동원 피해 노동자 쪽의 목소리를 반영할 실마리를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아볼 수 없다. 위안부 문제의 합의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한일 과거사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한일 정부 사이의 합의뿐 아니라 피해자의 동의가 결정적이다. 따라서 피해자의 요구를 전혀 반영하지 못한 한일 외교장관 회담의 결과는 이미 실패를 내장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