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력과 기술력을 실물로 치환할 수 있는 실제 공업 생산력 역시 매우 중요함. 공업 생산력이 뒷받침되지 못하다면 자본력과 기술력은 그저 숫자놀음에 불과할 뿐임. 현재 미국 조선업과 해군 꼬라지만 보더라도 그 사실을 아주 잘 알 수 있음. 지금까지 미국은 자본력과 기술력뿐만 아니라 공업 생산력 역시 전 세계 최강국이었고, 이를 통해 자신의 세계패권에 도전하던 경쟁국들을 죄다 찍어눌러 왔음.
예컨대 2차대전 당시 그 유명한 ‘민주주의의 병기창(Arsenal of Democracy)’ 역할을 수행하며 나치 독일과 일본 제국을 압도적인 물량공세로 패배시킨 게 바로 미국임. 냉전 시기에도 당장의 병기 숫자는 소련이 더 많았지만, 소련의 자체 분석으로도 전면전이 장기전으로 치달으면 미국의 국가체제가 본격적인 전시경제로 전환되면서 물량전에서도 결국 미국이 소련을 이길 것이라는 결론을 낼 정도로 미국의 공업 생산력은 여전히 압도적이었음.
그런데 중국과의 패권경쟁은 미국이 이전까지의 패권 도전국들을 상대하는 것과는 상황이 전혀 다름. 자본력과 기술력은 미국이 중국을 압도하지만 물량전으로 가게 되면 상황이 달라짐. 현재 중국은 혼자서 전 세계 공업 생산력의 거의 1/3을 차지하고 있으며, 또한 GDP 비중은 17% 정도인데 반해 공업 생산력 비중은 그 두배라는 사실은 중국이 얼마나 막강한 공업 최강대국인지를 아주 잘 보여줌. 그리고 이러한 중국의 공업 최강대국 위치를 더더욱 확고하게 하는 게 바로 14억 인구와 일당독재 체제에서 비롯된 내수 밀어주기와 막대한 보조금 지원 정책임. 지금 미국은 이전까지의 패권전쟁과 전혀 다른 구도에 직면한 상황임. 중국의 공업 생산력과 물량전을 혼자서 감당할 수 있는 국가는 이제 전 세계에 존재하지 않음.
그래서 미국에는 미국의 부족한 공업 생산력을 보충해 줄 동맹국들이 반드시 필요함. 그 국가 중 하나는 반드시 한국이 될 수밖에 없음. 패권전쟁의 핵심인 반도체, 배터리, 조선, 방산 등의 산업들에서 한국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는 국가가 자유진영에 존재하지 않음. 미국은 이제 혼자서는 중국을 이길 수 없는 상황이 되었음. 미중 모두 각자 확실한 강점을 가진 만큼 이번 패권경쟁은 오래 갈 수밖에 없음. 중국과의 경쟁에서 한국에 미국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한 만큼 미국 역시 한국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함. 과거 민주주의의 병기창이 미국이었다면, 앞으로 민주주의의 병기창은 바로 한국이 될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