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에도 나오듯 칩스 법 세부 조항에서 미국 정부는 장기적으로 미국 팹리스들에게 미국 내 제조 설비에서 반도체 제작을 요구할 것임을 ‘명시’하고 있음. 그런 관점에서 혹자들이 지적하듯 미국 정부가 대놓고 자국 기업들에게 TSMC 쓰지 말고 인텔 파운드리 쓰라고 강요하는 건 국제외교적으로도 그렇고 모양이 좋지 않음. 그래서 나는 훨씬 더 세련된 방식을 쓸 것으로 생각하는데, 그게 바로 앞서 말한 칩스 법 세부 조항임. IRA에서도 혜택을 북미에서 제조된 전기차와 배터리에만 주는 것처럼 반도체도 비슷하게 흘러갈 것임. 팹리스들에게 미국 내 제조 설비에서 반도체 위탁생산 비중을 점점 높여 가라고 요구할 것이며, 그것을 법제화할 것임.
겉으로 보기에 이건 외국 칩메이커들에게도 아주 공평한 처우임. 지금 칩스 법으로 인텔뿐만 아니라 삼전과 TSMC에도 보조금을 많이 줬잖아? 그러니까 미국 정부가 TSMC에게 이렇게 말하겠지. “미국에 반도체 팔고 싶으면 미국에 공장 더 지으라니까? 이번에 보조금도 엄청 많이 줬잖아? 미국에 공장만 지으면 미국 기업이건 외국 기업이건 보조금이랑 혜택 많이 주는데, 않이 외않지음?” 이러겠지. 사실 미국 정부 입장에서도 TSMC 조지거나 인텔 밀어주기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게 그 누가 되든 상관 없으니 대만 말고 미국에 최첨단 파운드리 FAB을 많이 짓는 것임. 지금 대만 섬의 지정학 리스크가 존나 크기 때문임. 그래서 TSMC가 미국에 FAB을 많이 지으면 미국 정부도 개땡큐 하면서 보조금을 많이 밀어줄 것임. 하지만 TSMC는 절대 그럴 수 없음. 왜? 실리콘 방패 때문임.
TSMC가 대만 이외의 지역에 선단공정 FAB을 많이 지을수록 실리콘 방패는 약화됨. 실리콘 방패의 힘은 대만과 TSMC의 파운드리 선단공정 독점에서 비롯됨. 그렇기 때문에 대만과 TSMC는 절대로 외국에 선단공정 FAB을 많이 지을래야 지을 수 없음. 외국에서 얼마나 혜택을 많이 준다고 하든 말이지. 그건 바로 대만 국가안보 전략에 대한 자.살행위이기 때문임. 그래서 최근에 우자오셰 대만 외교부장이 “TSMC의 해외 투자가 확대되어도 여전히 TSMC는 선단공정의 90% 이상을 대만에서 만들 것이다.”라고 이야기한 것임. TSMC는 절대로 대만을 떠날 수 없음. 그게 바로 치명적인 문제임.
미국 정부도 당연히 이 사실을 아주 잘 알고 있음. 이를 이용해서 겉으로 보기에는 공평하지만 실제로는 아주 불공평한 (TSMC 조지고 인텔 밀어주는) 정책을 펼칠 것임. 자국에 물건 팔려면 자국에 공장 지으라는 건 이미 중국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 정부들도 예전부터 요구하던 사항이었거든. 다른 국가들뿐만이 아니라 다른 공산품들도 이미 진작부터 그렇게 하고 있었고, 그래서 파운드리도 앞으로 그렇게 하겠다는데 뭐가 문제냐고 하겠지. 이처럼 미국 정부가 눈에 아주 뻔히 보이는, 그리고 (형식상 우방국을 대놓고 조지는) 모양이 아주 보기 안 좋은 하수를 쓸 정도로 멍청이가 절대로 아님. 왜냐하면 사실상 적대국인 짱.깨와 다르게 섬짱은 일단 공식적으로는 자유진영 국가이자 미국의 우방국이기 때문임. 미국 정부의 목표는 장기적으로 대만 섬에서 오는 최첨단 반도체 공급이 끊기더라도 공급망 유지가 가능한 수준까지 점유율을 낮추는 것임. 그게 바로 50% 수준이라고 생각함. 전에도 이야기했듯 TSMC의 가장 큰 비극은 자신을 공급망에서 그토록 대체하고 싶어하는 국가에 매출 거의 대부분을 의존하고 있으며, 그것을 바꾸는 것은 절대로 불가능하다는 사실임. 그리고 그 국가가 바로 전 세계 최강대국 미국임.
PS1. 미국이 TSMC를 대놓고 조진다는 인상을 안 주는 게 매우 중요한 게 안 그러면 대만 국평오 국민들이 미국에 분노해서 중국 편으로 돌아설 거거든. 미국 입장에서 그건 절대로 원하지 않는 일임. 돌대가리 개돼지들 보기에 겉으로는 아주 공평하나, 실제 돌아가는 상황으로는 전혀 그렇지 않는 아주 세련된 고단수 정책을 펼칠 것임. 이를 통해 섬짱은 언제까지나 영원히 미국 우방국으로 남아 줘야만 함. 세상 살면서 겉보기와 실제 돌아가는 상황이 전혀 다른 경우를 우리는 진작부터 많이 봐 왔잖아?
PS2. 미국이 이러한 전략을 펼친다고 해도 메모리는 파운드리보다는 영향이 훨씬 덜 할 것 같음. 우선 메모리는 팹리스들이 주문해서 제작하는 게 아니라 범용 공산품이거든. 그렇게 팹리스들과 직접 거래하는 제품이 HBM 말고는 없음. 그래서 미국에 HBM AVP 라인 정도는 지을 수 있을 것 같음. 그리고 굳이 삼전과 하닉에 막대한 페널티를 주고 한국 밖으로 끌어내야 할 요인이 대만과 TSMC보다는 훨씬 덜 함. 그래서 한국의 경우에는 그리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음.
작성일 : 24-04-29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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