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나라에 북곽선생이라는 선비가 있었는데 관직을 싫어하는 척하며 셀 수 없이 많은 책에 주를 달고 또 셀 수 없이 많은 책을 저술하여 천자도 높이 사는 인물이었다.
같은 마을에 동리자라는 과부가 있었는데 열녀로 유명하였다.
그런데 그에게는 5명의 아들이 있었는데 다 성이 달랐다.
동리자의 아들들이 어머니의 방을 보니 북곽선생의 목소리가 들리기로
"옛말에 선비는 과부를 멀리해야 한다."고 했는데 지금 어머니 방에서 북곽선생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은 여우가 변하여 행세하는 것이다.
여우를 먹으면 신묘한 능력이 생긴다고 하니 잡아서 먹자.
이렇게 동리자의 방에 아들들이 들이닥치니 북곽선생은 자신이 들키면 안 되는지라 한 발을 목에 걸고 노래를 부르며 달아 났다.
북곽선생은 급히 도망가다 그만 똥구덩이에 빠지고 말았다.
북곽선생이 구덩이를 빠져 나오려는데 눈앞에 호랑이가 서 있었다.
호랑이가,
"선비는 구리구나!" 라며 코를 막고 토하고 더러워 어쩔 줄 몰라했다.
(호랑이는 사람을 잡아 먹으면 사람이 귀신이 되어 붙는데 세 명의 귀신을 달고 다니게 된 호랑이가 먹을 것이 없어 사람을 먹기로 하고 귀신들에게 의견을 물었다. 장사치는 교활하고 무당은 더러워 어쩔 수 없이 선비를 먹기로 했었다.)
북곽 선생이 절을 세 번하며 호랑이에게 예를 표하자 호랑이는 선비를 꾸짖고 호랑이보다 윤리적이지 못한 선비들을 비판한다.
할 말이 없는 북곽선생은 허리를 조아리며 꾸중을 계속 듣고 있었다.
어느새 날이 샜고, 지나가던 농부가 아침부터 절을 하는 북곽선생을 보고
"이 아침에 뭐 하십니까?"
라고 물으니 북곽선생은 경전을 인용하며 헛소리를 했다.
작성일 : 21-04-24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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