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빵을 친구로 삼은 님의 말이 있기에, 예전 경험을 하나 적음.
병역 관련 신체검사를 조작하다가 걸렸던 경험담임,)
대학 입학.
언젠가는 군대에 가야 함.
그리고 사병으로 가서 다른 이의 명령을 받느니, 차라리 명령을 하는 장교로 가기로 결심.
그래서 ROTC에 지원하기로 결정함.
2학년이 되어서 ROTC에 지원.
서류접수하고, 첫째 날 체력검사를 함.
고등학교 때 체력장을 거의 만점으로 통과했던 터라, 체력검사는 가뿐하게 통과.
둘째 날, 57후송병원(맞나?)으로 이동하여 신체검사를 함.
키, 체중 등은 통과.
문제는 시력.
기준은 안경을 벗고 (나안) 0.4 인가 그랬음.
그런데 내 시력은 국민학교 6학년 때부터 0.1 ...
그래도 어찌어찌 해보기로 결심.
시력표 윗줄에서 서너줄만 외우면 됨.
머리가 팽팽 돌아가던 시절이니, 시력표 서너줄 쯤이야.
뒤에서서 안경을 쓴 상태에서 순식간에 5줄을 가뿐하게 외움. (속으로 의기양양)
그리고 순서가 되어 검사 자리에 섰음.
안경을 벗음.
시력표 옆에 있던 방위병이 지시봉을 들고 시력표를 가리킴.
아.뿔.싸.
안경을 벗으니, 지시봉이 보이지 않음.
지시봉이 어느 글자를 가리키는지 보여야 외운 것을 말할텐데
지시봉이 어느 글자를 가리키는지 당최 보이지가 않으니...
심지어 맨 윗줄의 어느 글자를 가리키는지도 모르겠음...
방위병이 벽 뒤에 있는 진료소로 가라고 함.
벽 뒤로 돌아갔더니 군의관이 대기.
뭔 기계 앞에 앉으라 하고, 기계에 눈을 대라고 함.
검사하더니, "집으로 가!" 딱 한마디를 함.
그리하여 장교로 군대에 가겠다던 꿈은 훨~훨~ 날아감.
(덧글)
나중에 친구 놈에게서 들었던 이야기.
당시에 나같은 꿈을 꿨던 비숫한 조건의 싸나이들이 있었다고 함.
그들의 전략은 눈에 렌즈를 끼는 것.
당시에는 소프트 렌즈가 없고, 하드 렌즈가 있던 시절.
하드 렌즈는 경험없는 당사자가 직접 끼기에 매우 어려웠다고 함.
그래서 안과 간호사를 섭외하여
인근 연관방에서 만나 렌즈를 끼우고 신체검사를 받아 시력검사를 통과했다고 함.
나도 미리 알았더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