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의 후기 업적에 문종의 발자취가 진하게 남아 있죠. 빌어먹을 수양대군이 그냥 가만히 있고 자신의 아버지를 똑 닮아 총명하고 지혜로웠던 문종이 쭉 왕으로 남았다면 조선 역사의 흐름이 바뀔 수도 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정말이지 조선 초기엔 역동적이고 혁신적이던 나라가 정말 갈수록 답답하고 갑갑한 나라가 된 게 아쉽습니다.
세조가 무능한 왕은 아닙니다만 확실히 조선 역사의 매듭을 엉키게 만든 왕은 맞지 않을까요.... 성종 시기에 세종 때 못지않은 전성기를 누렸다고 하나 세조 때 무시무시한 숙청 과정에서 죽어 나간 아까운 지식인들과 망가진 군사력을 생각하면 세조 스스로야 검소하고 백성들에게 나쁘지 않은 왕이었겠지만 확실히 조선이 기울어지는 데에 한몫한 왕이라고 볼 수는 있지 않을까요?
세조 때 조선이 기울어지기 시작했다는 게 아니라 성종 때의 전성기를 지나 연산군의 막장 시기를 거쳐 조선이 기울어지는 것에 한몫한 왕이 아니냐는 뜻입니다. 무슨 조선 역사에 있던 모든 불합리함과 폐단에 대한 비난을 세조에 쏟아붓는 게 아닙니다. 그리고 당연히 세조 때부터 바로 조선이 안 기울어졌겠죠. 세조 때 기울어졌으면 후에 400여 년간 조선이 내리막을 걸었다는 뜻인데요. 다만 정주행하던 조선의 방향을 꺾은 인물은 맞다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