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적 관점도 생겼다. 스타가 정해진 연예인의 규칙을 충실히 이행하는 건 윤리적이고, 거기에서 벗어나는 건 비윤리적이라고 여긴다. ‘꿈을 향한 열정’, ‘프로다운 성실한 태도’를 찬미하는 분위기가 강해지면서 이데올로기가 되었고, 거기에서 벗어나는 걸 악덕이라고 여기게 됐다. 그래서 신인 스타가 연애에 한눈을 팔면 나태라는 악덕을 저지른 것이고, 기성 스타가 결혼을 하면 프로의 도의를 저버린 것이 된다. 이런 사고방식에서 팬덤이 열애, 결혼을 발표한 스타를 윤리적으로 준엄하게 꾸짖는 것이다.
여기에 다중의 목소리가 커진 시대적 분위기도 영향을 미쳤다. 인터넷으로 연결된 개인들의 연대가 그 어느 때보다도 큰 목소리를 내는 때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도 그런 개인들의 목소리가 영향을 미쳤다. 뭔가에 집단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것이 당연해지다보니 아이돌 팬덤의 목소리와 행동력도 더 커진 것이다.
이런 분위기가 첸의 퇴출 선언이 나온 배경이다. 하지만 이것이 단지 결혼과 2세 소식에서 비롯된 소동이라는 점이 황당하다. 범죄도 아니고 반사회적 행위도 아닌, 축하해줄 일인데 말이다. 시간이 흘러 되돌아보면 헛웃음이 나올 일이다.
팬덤이 스타를 쥐고 흔들려는 갑질 의식이 문제다. 팬은 그 뮤지션을 좋아해주는 사람이고, 뮤지션은 그런 팬과 대중을 위해 음악활동을 정상적으로 하면 된다. 사생활까지 팬의 결재를 받을 이유가 없다. 팬들이 뮤지션의 음악에 집중하고, 음악을 응원해주는 문화가 발전해야 케이팝의 수준도 더 올라갈 것이다. 결혼 같은 이슈에 집중하면 음악적 발전은 공염불이다.
글/하재근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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