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음악계에서 아이돌 그룹의 시초는 일본을 벤치마킹한거 빼도 박도 못할 정도로 맞습니다. 강수지는 쿠도 시즈카, 하수빈은 모리타카 치사토를 모티브로 한게 대표적이고요. 물론, 김완선은 일본의 영향력을 받지 않고 우리나라에서 자체적으로 키워낸 가수가 맞습니다. 애초부터 한국 락의 대부인 신중현이 곡을 써주기도 했으니까요. 오히려 김완선은 일본 진출했을때 "우리도 김완선같은 실력있는 가수를 키워보자" 했었고 심한 텃세와 견제를 받았습니다. 결국 아무로 나미에가 나왔죠.
90년대 이전 소방차가 데뷔하던 시절에도 일본 음악계와 음악 스타일이 비슷했고 자연스럽게 영향력이 컸던 시절입니다. 홍수철인가? 그 사람은 아예 일본음악을 통째로 배꼈다가 욕먹고 완전히 매장당했음. 그리고 그 시절에 윙크, 쿠와타 케이스케, 코무로 테츠야, 엑스재팬같은 가수들도 암암리에 유행했었고 나이트 클럽에 가면 일본 음악들 많이 나왔었어요. 그래서 룰라는 오마츠리 닌자 배꼈다가 이상민이 손목긋고 병원 실려가는 소동도 있었구요. (물론, 이상민은 분노해서 주먹으로 창문을 깨서 피흘린게 와전되었다고 했지만..)
애초부터 일본이 한국보다 먼저 국민 공개 오디션으로 가수 만들었던 나라입니다. 야마구치 모모에, 사쿠라다 준코, 마츠다 세이코, 오카다 유키코, 모리 마사코, 나카모리 아키나, 오냥코클럽같은 아이돌이 대표적이죠.
물론, 우리나라에서 아이돌 음악의 초기는 일본을 벤치마킹한게 맞지만 지금은 자체적인 노선을 찾기 위해서 일본과는 확연하게 다른 방향으로 영미권의 음악인 힙합과 뉴잭스윙의 영향력이 더 강해졌고 결국은 차별화에 성공했다가 정확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가장 큰 힘을 가져다 준 아이돌 가수들은 누가 뭐래도 90년대 4대 천왕 서태지와 아이들, 김건모, 신승훈, 듀스 정도로 볼 수 있구요. (듀스의 활동이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인데도 넣는 이유는 힙합의 대중화를 이끈 선두주자라서 그렇습니다)
홍수철은 홍수환 동생인데 나가부치 츠요시 곡들과 접점이 많았죠. 그러다 결국 톰보 대놓고 표절했다가(보고싶다 친구야였나?) 완전 나가리 되고...
80~90년대에 일본음악 표절이 심했던 건 뭐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가장 본질적인 이유는 현지화가 그만큼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무슨말이냐면, 외국에서 유행하는 장르를 그 스타일대로 모방하는 건 쉽지만 그걸 우리입맛에 맞게 현지화시키고 뿌리내리는 건 굉장히 어렵거든요. 근데 일본은 이미 이걸 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일본과 비슷한 문화권에 엔카(혹은 트로트) 등의 접점도 많아서 얘들과 입맛이 비슷했고요. 그러니 일본 모방을 통해 현지화를 쉽게 한 거죠. 전 그런 점에서 듀스와 서태지와 아이들을 굉장히 높게 평가합니다. 표절 논란은 둘째치고요.
같은 이유로 김완선 또한 높게 평가합니다. 서태지나 듀스와는 달리 김완선은 상대적으로 너무 저평가 받는데 전 음악계가 이 부분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봅니다. 말씀하신대로 소방차 등은 일본 아이돌그룹 그대로 모방한 수준이었지만(특히 소년대) 김완선은 다랐거든요. 여기에 그냥 캐스팅으로 데뷔한게 아니라 오랜 기간 하드트레이닝을 통해 만들어진, 즉 지금 우리 아이돌 산업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연습생 시스템을 통해 데뷔한 최초의 가수입니다. 여러모로 한국 아이돌 산업의 근간을 다진 가수라고 할 수 있는데 평가가 이상할 정도로 박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