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아이팟의 등장은 플랫폼 산업으로의 전환을 예고했죠. 이제는 산업 전반을 넘어 아예 유튜브같은 일개 동영상 플랫폼으로 영화, 드라마, 오리지널 프로그램, 심지어 실물 굿즈까지 구매할 정도로 일상이 되어버렸습니다.
제가 알기론 아예 뮤지션쪽만 전문으로 하는 이런 대형 플랫폼은 우리나라가 처음인 걸로 아는데(아니라면 알려주세요 ㅋㅋ) 저 공룡 집단들이 피튀기며 경쟁하는 모습을 보니 새삼 우리나라 엔터산업이 대단하긴 하구나 싶습니다.
블루오션을 간파하고 실행에 옮기는 저 민첩성, 주도권을 놓지 않으려고 서로 연합까지 하는 결단성, 대담함. 그리고 어마어마한 자본과 인력의 투자.. 이런 게 결국 우리나라 엔터산업의 힘 아닐런지요.
저는 이런 생각을 하자마자 옛날에 일본문화 개방할 때가 떠올랐습니다. 서점에 가면 일본문화에 대한 공포를 조장하는 책들이 항상 구비되어 있었고 소위말하는 전문가들은 허구한날 TV에 나와서 그들의 문화산업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설파했었죠.
지금이야 우습게 여기지만 사실 그럴만도 했습니다. 1억 2천의 인구에서 나오는 엄청난 소비시장은 물론이요, 이를 뒷받침하는 체계적인 유통구조, 라이센스 관리, 각종 세일즈 수법까지..
근데 그랬던 일본이 지금은 이제야 겨우 유튜브에 MV, 안무영상을 올리기 시작했네요. 우리가 십 수년 전에 했던 걸 지금에서야..
그동안 우리가 이미 멀찌감치 앞서갔다며 쟤들 무시했잖아요? 근데 저는 지금까지의 일은 그저 워밍업이었고 진짜 시작은 지금부터라고 봐요. 지금 벌어지는 일들을 보면 쟤들은 감히 꿈도 꾸지 못할 혁명적인 전환이거든요. 산업혁명 후, 혹 2000년대 IT혁명 후의 세상의 변화처럼 엔터산업도 근본적으로 아예 바뀌고 있는겁니다.
쟤들은 이걸 따라가고 싶어도 따라갈 수 없어요. 운동을 아예 안 한 사람이 바로 덤밸을 들고 턱걸이를 할 수 없듯이, 그동안 이런 걸 시도조차 안 했었기에 당연히 하지 못 합니다. 설령 이에 대한 의식이 생겨난다 한들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시도할 기반 자체가 없는데.
지금은 아이돌 위주지만 이게 자리잡으면 앞으로는 전 뮤지션으로 확대될 겁니다. 그리고 해외 뮤지션들도 추가될 날이 오겠죠. 설령 기적적으로 제이팝이 다시 부활한다해도 걔들을 우리 플랫폼으로 빨아들이면 걔들은 가마우지 신세일 겁니다. 지금 일본의 웹툰 시장이 그러한 미래를 보여주고 있죠.
그러고보면 CJ나 다른 엔터사들 야망대로 현지화(아이돌 그룹 뿐만 아니라)가 그야말로 빨대꼽고 쪽쪽 빨아먹는 노다지가 될 수도 있겠군요. 어디까지나 플랜대로 된다는 전제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