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K팝이라는 것은 음악과 댄스, 화려한 의상, 무대, 뮤직비디오까지, 종합적인 콘텐츠를 가리킨다. 이런 K팝 콘텐츠를 발전시키는 데 있어서 클래식이 갖고 있는 음악적인 본질과 가치들을 좀 더 적극적으로 반영하면 어떨까 하는 게 출발점이었다.
K팝에서 샘플링으로 기존 클래식 음악을 차용한다든지, 클래식의 화성이라든가 메인 테마를 변주해서 음악을 만들어 보기는 했는데, 여기서 그치지 않고 더 적극적으로 클래식의 본질을 끌고 와서 재미있고 독보적인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보고 싶었다.
Q '빨간 맛' 오케스트라 버전 나온 거 들어보니 어떤가?
A. 기본적으로 클래식의 변주가 고려되지 않은 댄스 음악을 오케스트라 버전으로 바꿨을 때, 어떤 결과물이 나올지, 처음엔 우려도 했다. 댄스 비트, 리듬을 반복하는 '루핑'이 관현악에선 어떻게 표현될지, 화성 진행은 어떻게 할지, 영상은 어떨지, 그랬는데, 편곡자인 박인영 감독님이나 서울시향과 SM 관계자들, 뮤직비디오 크루들까지 모두 힘써 주셔서, 새로운 걸 만들어보자는 부분에서 성공한 것 같다. 이 정도면 대중들에게 자신 있게 내놓을 만한 멋진 콘텐츠가 나온 것 같다.
Q. 이 곡을 듣는 '대중'은 어떤 사람들일까.
A. 당연히 원래 '빨간 맛'을 좋아하던 레드벨벳의 팬들이 첫 번째이겠다. 또 '클래식'이라면 멀게 느끼는 분들도 계시긴 하지만, 사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다 클래식 교육을 받는다. 초등학교 입학하면 정식으로 클래식 화성 진행이 기본이 된 음악 교육을 받고, 어릴 때 피아노를 배우는 경우도 많다. 그러니까 클래식 음악 교육을 받고 자란 아이들, 어른들도 관심을 가질 수 있을 거다. 클래식 음악 자체, 또 한국의 클래식 음악에 관심 있는 모든 분들, 서울시향을 사랑하는 분들에게 의미 있는 콘텐츠가 될 것으로 믿는다.
Q. 서울시향과 함께 한 이번 '빨간 맛' 이외에 앞으로 또 어떤 계획이 있나.
A. 이번 '빨간 맛'처럼 SM 소속 가수들의 히트곡들을 클래식이나 재즈, 다른 음악적 요소를 도입해서 연주한 콘텐츠를 만들어 볼 생각이다. K팝과 클래식을 접목하는 실험은 이전에도 있었다. 지난해 링컨센터에서 줄리아드 음대 오케스트라가 연주한 K팝 공연도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이런 시도를 확대해서 전 세계 구석구석까지, K팝과 클래식이 합쳐진 새로운 콘텐츠를 쭉 알리는 일을 하고 싶다.
Q. SM클래식스라는 클래식 레이블도 설립했는데, 그렇다면 클래식 아티스트들과 협업을 본격화하는 건가?
A. 그렇다. 이미 피아니스트 문정재 씨가 SM 클래식스 1호 아티스트로 고문을 맡고 있다. 한국 에는 아시아를 넘어 세계적으로도 유명하고 기가 막히게 연주 잘하는 클래식 아티스트들이 많지 않은가. 아시아와 세계의 뛰어난 클래식 아티스트들과 어떤 방식으로든 같이 일을 하고자 하는 게 SM 클래식스 방향 중 하나다.
Q. 클래식 시장은 사실 K팝에 비하면 대중성이 떨어지는데, SM이 클래식 레이블까지 만든다니 관심이 간다.
A. SM 클래식스를 3년 준비했다. '빨간 맛'은 좋은 출발을 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콘텐츠로 시작한 것이지만, 다른 사업도 준비 중이다. 클래식이라 하면 따분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고, 음반 시장도 작다. 공연은 세종문화회관이나 예술의전당을 가야만 볼 수 있고. 하지만 K팝의 음악적 뿌리를 찾다 보면, 화성, 리듬, 멜로디 진행, 곡의 구성 방식, 변주, 등에서 클래식과 연관이 깊다. K팝의 특성이 장르를 오가는 화려한 변주이기도 하고. 나는 음악적인 뿌리가 다 클래식에 있다고 본다. 한국의 전통음악도 큰 범주에서 '클래식'이라고 생각하고. SM이 음악을 하는 기업으로서 확실한 '펀더멘털'을 만들기 위해 하는 사업이다.
Q. 구체적으로 어떤 사업을 할 수 있을까.
A. 클래식 음악을 이용해서 하는 사업, 교육이라든가, 혹은 K팝 기업이 뽑아본 클래식이라든가, 이런 게 있을 수 있겠다. 저희 관점에서 SM스테이션을 통해 시범적으로 내봤는데, 반응이 좋았다. SM이 왜 클래식을 할까, 어떻게 할까, 상당히 궁금해하고, 보고 나서는 아, 이래서 했구나, 음악 좋네, 한다. 거기서부터 클래식의 경계가 허물어진 것으로 생각한다.
사업자의 입장에서 보면 K팝에 클래식을 접목한다는 것을 넘어서, 클래식 음악 자체에 대한 고민, 그리고 향후 계획을 많이 생각했다. 클래식 아티스트, 기존 클래식 레이블과 협업까지도 준비를 많이 했다. 지금 피아노를 배우고 있거나, 좋은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또 전 세계 K팝 팬들이, SM을 통해서 한 곡이라도 더 좋은 음악을 소개받았으면 좋겠다. 그게 클래식 음악 자체일 수도 있고, K팝과 합쳐진 것일 수도 있는데, 정말 좋은 콘텐츠를 하나라도 더 내고 알리려는 의미가 크다.
Q. 한국의 전통음악도 클래식이라고 했는데, 그렇다면 국악과 협업도 고려하고 있는가.
A. 국악은 서양음악과 음계도 리듬도 완전히 달라서 쉽지는 않다. 하지만 시도를 해보고 싶다. 동방신기의 '맥시멈' 같은 곡에는 전주 부분에 칠금이나 징 같은 국악기 소리들을 넣어서 실험적으로 해본 적이 있다. 이번에 클래식 쪽 사업을 시작하면서 이를 기반으로 국악계하고 협업도 더 적극적으로 해볼 수 있지 않을까.
Q. SM은 온라인 전용 콘서트를 처음으로 시도했다. 코로나19로 온라인 공연이 급증했는데, 앞으로의 전망은?
A. 코로나19 상황이 끝나도 기존의 공연, 콘서트의 모습은 많이 바뀔 것이다. 나쁜 쪽보다는 좋은 쪽으로 의미가 크다고 본다. 온라인 콘서트는 IT, 인공지능 AR VR 기술을 활용하고, 수많은 연출의 묘를 발휘하면서 음악과 콘텐츠로 승부한다. 콘텐츠가 더 많이 부각되는 걸 느낀다. 다시 공연장으로 아무 걱정 없이 찾아가게 되는 날이 오더라도, 이번에 우리가 경험한 콘텐츠들이 새로운 시대, 뉴 노멀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더 새롭고 더 다양한 장르를 접목한 새로운 콘텐츠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걸 위해서 준비해 왔다.
클래식 공연도 우리가 뮤직 비디오로 만들어봤는데, 클래식과 K팝의 감각을 대중에게 소구 할 수 있는 콘텐츠로 합쳐서, 기존의 클래식만도, K팝만도 아닌, 흥미로운 콘텐츠로 만들어갔으면 좋겠다. 한국의 많은 클래식 연주자들, 클래식 음악산업에 계신 분들이 저희의 움직임을 통해서 힘을 얻고 새로운 콘텐츠를 만든다면, 기존에 숨겨졌던, 혹은 없던 시장을 새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한국의 클래식이 K팝과 더불어 자랑스러운 우리 음악 콘텐츠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