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가처분 인용 판결로 민희진은 일단 산소호흡기를 달았다. 하지만 그녀 입장에서 보면
아직도 갈 길은 첩첩산중이다. 그랬기에 이번의 기자 회견에서 그녀 나름의 화해 제스처를
보낸 것인지도 모른다.
하이브, 방시혁 입장에선 역적 모의를 했더라도 실제 실행으로 옮기지 않는 한 미수죄로도
처벌 자체가 불가능한 현행법에 속이 부글부글 끓어오를지도 모른다. 명백히 뱃 속에 칼을
품고 있는 것을 알면서도 당장 내칠 수가 없으니까.
어쨌든 이 상황 속에서 향후 전개될 방향을 한번 유추해 보자.
1. 민희진의 대표이사 해임
=> 기술적으로는 여전히 가능하다. 어도어의 이사진을 친 하이브파로 전부 물갈이 했으므로,
어도어 이사회를 열어 민희진을 대표이사에서 끌어내리고 사내이사 직분만 계속하도록 하는
것은 가능하다.
하지만 이 경우 하이브-민희진의 주주간 계약 2.1이 문제될 수 있다. ** 21.11.2일부터 5년 간
민희진의 어도어 대표 및 사내이사 직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이브는 주총 의결권의 행사 '등'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라는 규정이 그것인데, 주총 의결권 말고도 다른 조치도 포함이 된다고 보면, 어도어 이사회의
민희진 대표이사직 해임 의결시 이번 200억 법원 판결의 '실질적' 위반이라는 법리적인 다툼의
여지가 생기니까. 따라서 이 조치에 대한 가능성은 본안판단 이전까지는 높지 않아 보인다.
2. 어도어의 공동대표 체제로의 전환
향후 가능성이 가장 높은 시나리오가 바로 이 부분이 아닐까.. 한다. 민희진을 사실상 식물인간
수준으로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공동대표 체제로 바뀌면 민희진의 대부분 업무 행사에는
공동대표의 동의 결재가 있어야 한다.
단지 이사회만 하이브 측 인물들로 채워서는 민희진의 대표이사로서의 활동을 제약하기에 충분
하지 않기 때문에, 뉴진스 '하우 스윗' 앨범 활동 종료 이후에는 이 시나리오로 진행될 여지가
꽤 높다고 본다. 하지만 뉴진스의 활동 의욕 문제로 하이브에서 당장 꺼낼 카드는 아닐 듯 하다.
3. 불편한 현 동거 체제의 유지
일단 하이브는 사내이사를 전원 교체하고, 1명을 더 넣어 3명의 이사를 새로 임명했다. 민희진이
가지는 1인 이사 지명권을 의식한 숫자 늘리기로 보인다. 이로서 민희진은 어도어 이사회에 대한
영향력을 상실했다.
여소야대의 한국 국회가 윤석열 대통령의 모든 정책을 막기 힘들 듯이, 어도어 이사회가 하이브의
편으로 채워졌다고 해도 어도어의 최종적인 결정권은 민희진이 가지고 있다. 다만 이사회 동의를
요구하는 대형 사안들을 그녀의 뜻대로 하기 어려워졌을 뿐.
일단 뉴진스의 활동 의욕 고취를 의식해야 하기 때문에, 최소한 뉴진스의 이번 앨범 활동 종료까지
이 체제는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이후 계속 이 체제가 유지될 수도 있고, 공동대표 체제로 전환 될
수도 있다. 민희진이 일단 저자세를 유지한다면, 굳이 공동대표 체제 전환까지 가지 않을 수도 있다.
어쨌든 본안 소송 판결까지 민희진은 시간을 번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풋 옵션 행사까지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경업금지 조항. 하이브는 이에 대해 민희진의 요구를 들어주는 대신 풋옵션
행사에서 그 배수를 낮추는 등의 추가 조건을 협상 테이블에서 걸 수도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