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시대 | Mr.Mr. | SM엔터테인먼트, 2014.02.24
미묘: 곡들의 구성만을 본다면, 제법 복합적이지만 그럼에도 산만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추측컨대 훵크나 일렉트로닉, R&B와 록의 스타일적 요소들이 비교적 고르게 분포돼 있고, 화성과 멜로디의 비슷한 정조를 유지한 덕분인 듯하다. 원더걸스 이후 소울/훵크가 성숙 혹은 실력의 대명사처럼 암암리에 자리 잡은 상황에서, 그런 클리셰마저 비틀고 있어 ‘정통’의 부재를 강점으로 승화시킨 훌륭한 예로 보인다. 섹시하거나 사랑스러운 음악임에도 강한 자신감을 내내 유쾌하고 화사하게 풀어나가 어떤 ‘멋진 여성’의 상을 제시하는 점도 인상적이다. 포화점을 한참 넘긴 여성 아이돌의 세계에서 섹시함만도 귀여움만도 아닌, 혹은 둘 모두를 발전적으로 끌어안고 나가는 ‘아이돌 제3의 길’을 보여주는 음반. 9/10
블럭: 최근의 팝 음악이라는 장르를 떠올렸을 때 연상될 수 있는 것들 중 스탠다드에 가까운 느낌을 차용했다. 전체적인 컨셉이나 분위기의 측면에서는 일관성을 유지하는 동시에, 개별 곡마다 서로 다른 작곡가를 기용하여 장르의 일부를 조금씩 차용했다. 유행을 타지 않는 사운드와 가사를 통해 소녀시대만이 가질 수 있는 정체성이나 맥락을 구성했다. 이는 그룹이 잠시 유행에 민감한 적도 있었지만, 그간 선보여 온 맥락에서 벗어나지 않기에 더욱 의미가 있다. 8/10
투애니원 | Crush | YG엔터테인먼트, 2014.02.27
최성욱: 그루브한 갱스터 일렉트로닉 팝이라고 명명하면 적당하려나. 투애니원의 장점이 십분 발휘된 느낌이다. 급격하게 비트와 리듬을 변환시키고, 분위기를 전화시키면서도 특유의 그루브한 흐름을 이어간다. 논외로, 앨범이 거듭될수록 박산다라, 공민지의 보컬과 랩의 톤, 흐름이 씨엘의 그것과 닮아가는 성향을 보인다. 사운드의 완성도는 높아지나 개별 멤버의 매력 요소는 점차 떨어진다. 8/10
한명륜: 전작의 완성도를 지나치게 의식한 게 아닐까 싶다. “Crush”는 “내가 제일 잘 나가”의 분위기를 살리고 있긴 하지만 사운드와 멜로디의 흐름이 중구난방이다. “Come Back Home”은 버스(verse)부의 멜로디와 랩의 조합에서 매력 요소가 될 어떤 인과적 관계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2012년 일본 발매 버전에 비해 한국어 가사가 훨씬 잘 어울리는 “Scream”의 심플함만이 귀에 남는 정도. 6/10
미묘: 유려한 팝이다. 강한 비트도, 부드러운 발라드도, 인상적인 스왝도 ‘가요적’ 느낌 없이 한껏 세련되었다. 이 음반의 음악에서 가장 가요적인 것을 굳이 찾으라면 몇몇 곡의 90년대 R&B 취향 정도일 터인데, 그마저도 우아하고 근사하기만 하다. 그런데 그런 ‘쿨’이 지나치다고, 수위 조절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일까. 가끔 가슴이 철렁하기까지 한 단단한 자존감의 ‘쎈 언니’ 가사에 비추어, 수시로 등장하는 수동적이고 신파적인 가사의 존재감이 강하다. 기존의 싱글에서도 선보인 적 있는 신파의 결합이라곤 하지만, 이쯤 되면 ‘쎈 척하지만 속은 의존적인 신파 여성’이 투애니원의 정체성으로 천명됐다고 봐야 할 것 같다. 어쨌거나, 유려한 팝이다. 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