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감염되었다. 물론 토할것 같고, 목에 가래가 끼는 그런, 당신들이 생각하는 질병이 아니다. 이 병은 내가 유튜브에서 어떤 슬렛지해머 스타일의 음악을 들었을때 시작되었는데, 이번주 웸블리 아레나에 가면서 나의 면역 세포는 봉인되어 버렸다.
병명은? 바로 “블랙핑크 열병” 이다
나는 방금 K팝을 무슨 외계물질이라도 되는것처럼 말했는데,
사실 우리중에 그 누구도 받아들여야 할 문화와, 견제해야할 문화를 딱 구별할 수는 없다.
Jessie J같은 가수들의 인기를 유지시키고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게 작업하는 뛰어난 프로듀서들에게, 동양에서 온 이 강력한 음악의 괴수는 공포의 대상일지도 모른다.
팝스타를 만들던 우리의 기존 방식이 틀렸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신이 런던 공연에서(그들은 데뷔 3년 만에 12500명짜리 아레나를 매진시켰다) 그들의 쇼를 목격했다면, 당신은 이런 최근의 현상이 자생적인 팝 음악계를 무색케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들기 시작할 것이다.
공연 자체는 요즘에 추세에 비하면 약간 지나쳐보이거나 거칠어 보일수도 있다. 그러나 수십명의 무대 담당자들이, 세계를 정상을 바라보고 한국에서 온 소녀들의 페이스를 따라잡기 위해 고생하는 모습을 보면 상당한 감명을 받을 것이다.
블랙핑크는 2016년 엄청나게 빡센 오디션을 통해서 지수, 로제, 리사, 로제를 뽑음으로써 결성되고 K팝의 새 얼굴이 되었다.
그들은 싱글 4개를 들고 나왔고 모두 탑텐에 들었다 3년 후 모든 후속싱글과 EP는 탑3 안에 들었다. 그들의 적수가 없는 뱅거타입 뮤직인 뚜두뚜두는 8억뷰를 달성했다. 솔직히, 8억보다 훨씬더 많이 찍었어야 마땅하다.
솔직하게 말하면 팝음악계에서 여성은 남자보다 랩을 하기가 훨씬 어렵다. 하지만 여성그룹이 가진 하나의 장점이 바로, 스밍 파티를 결성하고 공연과 상품을 사는데 기꺼이 돈을 내주는 강력한 팬베이스이다.
이것은 리틀믹스가 수백만장의 앨범을 팔고 영국 아레나 공연을 수차례 매진시키게 만들었던 비결이기도 하다.
그들의 최근 앨범인 LM5는 UK차트에 3위권에 들고 10만장의 판매고를 올렸다. 실패작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몇주동안이나 탑을 차지하고 수많은 히트곡을 낳은 그들의 이전 앨범, Glory Days보다는 확연히 떨어졌다.
이것과 관련해서 몇가지 논란이 있는데, 발매가 되기도 전에 레이블이 휙휙 바뀌는 문제 역시 마찬가지다.
이런 것들은 지난 2년간 걸그룹의 위상이 얼마나 변화했는가를(역주; 떨어졌는가를) 나타내는 지표라고 봐야 한다.
이런 부분들 때문에, 우리는 블랙핑크에게 기대를 거는 것이다.
우리에게 “절대로 될 수 없지만, 한편으로 그렇게 되기를 갈망하는 빛나는 환상”을 보여주는 그런 역할 말이다.
그들의 막강한 노래들과 무시무시할 정도로 완벽한 안무를 통해, 그들은 팝이 그동안 잃어버렸던 꿈과 환상을 되찾아 주었다.
우리는 그동안 팝스타에 대한 동경을 인간 레벨로 끌어내린 탓에, 라이브 퍼포먼스를 약화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물론 그렇게 되면 팝스타와 가까워질수는 있다. 하지만 팝이라는 장르는 본래의 목적을 잃게 된다.
이 중간 지점을 찾는 것은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완벽하게 갖춰진 K팝과 함께 그들은 솔로커리어와 내러티브를 확립함으로써, 블랙핑크나 BTS같은 그룹은 그들이 맥을 제대로 짚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들이 웸블리를 매진 시키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하지만 서방세계가 “이들이 우리의 미래”여야 한다는 것을 받아들이느냐는 별개의 문제다.
블랙핑크의 강력한 멜로디와, 10년전에나 유행했던 팝장르를 되살려서 받아들인 것은 그들을 2019 최고의 걸그룹으로 만들었다.
투어를 끝내고 새로운 앨범으로 다시 돌아오기 까지는 다시 6개월이 남았다. 그들이 제대로 된 길을 가고 있다면 다음에 올때는 아레나가 아니라 스타디움을 매진시켜버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