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문제라고 말하는 분들이 어째서 정치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 '정치'에 대해서 무지한 상태로 발언할 수가 있는 거죠? 정치는 나 아니면 너, 친구 아니면 적, 이런 구분을 전제로 한 진영논리가 전부는 아닙니다. 죄송하지만. 우리나라 정치가 저열해 지는 것도 이런 밑도 끝도 없는 구분, 태도, 입장을 정해라 따위를 요구하는 촌스러운 촌극 위에 세워졌기 때문입니다.
정치는 말 그대로 다스린다의 의미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스린다. 다스린다라는 건 여러 이합집산의 의견들 속에 그 문제들이 어떻게 잘 봉합해서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냐의 문제죠(유교적 동양적 의미의).
민주주의란 것도 다수가 무조건 옳다 이게 아니거든요? 다수가 무조건 옳다라면 민주주의란 사상 체계는 굉장히 후진적인 것일 겁니다. 오히려 소수가 옳을 때도 있다고 전제하고 그들의 권리를 지켜주는 게 민주주의의 참된 의미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다수니까 옳다, 다수니까 소수는 꺼져라 이러거든요? 이게 나치나 파시즘이 초기 민주주의에서 나왔던 원인입니다. 다수의 집단 보다 때론 전문가 한 명이 옳을 때가 있으며, 아니 옳을 때가 훨씬 더 많습니다.
저런 문제들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봉합하냐가 바로 정치의 문제들인 겁니다. 사람 한 명한테 너 일본인? 너의 태도를 정해라!! 라고 포지셔닝 아닌 사상 검증을 하는 건 정치의 문제들과 전혀 관련 없습니다.
한국에 입국하는 일본인 개개인들에게 모두 사상검증 하시던가요. 개인과 정치는 분리할 수 없다? 분리할 수 없습니다. 맞습니다. 다만 결이 다를 뿐입니다. 뭔 거대한 사상과 소속감? 이딴 게 아니라 그 개인이 정치에 의해서 희생 당했을 때 그 개인이 국가나 단체에 항의하는 태도, 그 태도를 정치학에선 정치적인 태도라고 봅니다.
이때의 정치란 용어는 또 다릅니다.
우리 체제의 상식이라는 건 그 개인의 양심의 자유, 사상의 자유 등을 명백히 고지하고 있다는 것이고, 그것은 심지어 국가라도 침해할 수 없는 고유한 개인의 권리입니다. 왜냐 얼마든지 시스템이나 공권력 세력에 의해서 짓밟힐 수 있으니까요. 이때 개인은 국가와 동등한 권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게 민주주의인 겁니다.
이렇게 동등한 권리에서 다수와 소수가 서로 의견을 교환할 수 있는 팽팽한 상태, 거기에 아무런 거리낌이 없는 상태가 민주적으로 건강한 상태인 겁니다.
사나가 일본인이니까 이 논란은 자연스럽다? 논란 자체도 억지인데? 다 떠나서 일본인이니까 자연스럽다란 이 주장 자체가 정치의 문제가 아니라 그냥 폭력이죠. 패기 쉬운 샌드백을 놓고 두드려야 직성이 풀리는 심리니까요.
이건 정치의 문제가 아니에요. 그냥 힘 있는 다수처럼 보이는 부류가 한 명을 타겟으로 잡아 집단으로 괴롭히는 이지매 같은 성격. 이때 정치를 입에 담는 건 고상한 척 하는 쓰레기의 전형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