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아이돌 산업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K팝 아이돌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완전함'이 됐다. 지난 8월 일본 주간지 '프레지던트'는 "일본의 엔터테인먼트는 한국에 완패했다"며 완전함을 추구하는 K팝 아이돌과 한국 대중의 성향을 분석했다. 일본 아이돌이 미성숙한 매력 그 자체를 셀링 포인트로 삼는 것과는 달리 우리나라 아이돌은 멋진 외모, 뛰어난 노래·랩 ·춤 실력, 작사·작곡 능력까지 등 여러 방면에서 뛰어난 완전함을 추구했다.
일본 아이돌 HKT48 출신이자 현재 그룹 아이즈원으로 활동 중인 사쿠라 역시 10월 19일 일본 매체 오리콘뉴스와 인터뷰에서 "한국 아이돌은 데뷔부터 완성형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콘서트 역시 마치 쇼를 보는 것처럼 높은 수준을 자랑한다"고 한국 아이돌의 특징으로 완전함을 꼽았다.
사람들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아이돌에게 실력적 완전함뿐 아니라 사생활, 도덕적 측면에서조차 완벽함을 요구했다. 1위의 기쁨을 팬들과 함께 나누는 앵콜무대조차 라이브 실력이 형편없다며 비난하고, 높은 수익을 올리면서 기부에 인색하다고 비판한다. 작은 말실수 하나도 말꼬리를 물고 확대해석해 질타하는 분위기를 조성한다.
10월 19일에는 가수 엄정화가 그룹 더보이즈에게 받은 사인 CD 인증을 두고도 살벌한 반응이 이어졌다. 감히 후배 가수가 까마득한 선배에게 사인 CD를 건네면서 편지를 쓰지 않았냐는 것이다. 멤버들의 사인을 두고도 성의 없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그러나 더보이즈는 앨범 속지에 이미 편지를 작성해 엄정화에게 전달했고, 논란 탓인지 엄정화는 다음 날 더보이즈 멤버들이 쓴 편지 내용을 자신의 SNS를 통해 공개했다.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당하고 단 하나의 흠결도 용납되지 않는 상황에서 마음의 병이 생기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하다. 악플러와 루머 유포자에게 적극적인 법적 조치를 하는 소속사가 늘어나고 아이돌 멤버들은 정기적으로 심리 상담을 받는 등 소속사 차원에서도 아이돌 멘탈 케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아이돌에게 완벽함을 강요하는 분위기가 변하지 않는 이상 아이돌의 심리적 불안 증세 호소와 활동 중단 사태는 계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