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박소영 기자] 1세대 아이돌과 '밥풀'은 건재했다. 17년 만에 돌아온 H.O.T.는 잠실주경기장을 가득 채울 만큼 여전한 포스를 자랑했고 그들을 둘러싼 5만여 명의 '밥풀데기' 팬들은 아이돌 팬덤의 시초다운 위력을 뿜어냈다. 1996년 9월에 데뷔해 서태지 이후 대한민국 가요계 새 역사를 쓴 H.O.T.다. 아이돌 문화를 이룩한 1세대 원조인데 2001년 해체하기까지 5년의 활동은 여전히 레전드로 남아 있다.
방탄소년단, 워너원의 탄생은 H.O.T.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지난 9월 7일, H.O.T.는 데뷔일에 콘서트 티켓 예매를 시작했다. 치열한 클릭 전쟁 속에 8만 석 이상의 티켓은 모두 동났다. 17년 전, 은행에 줄을 서서 티켓을 구했던 소녀 팬들은 아이 엄마가 돼 다시 한번 그 시절로 돌아갔다. H.O.T.도 팬들도 여전히 굳건했다.
공연 당일은 축제와 다름없었다. 17년 만에 돌아온 오빠들을 보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흰 우비를 쓴 팬들이 잠실로 모여들었다. 지방에서 버스를 대절해서 온 팬들, 당시에 입었던 우비를 그대로 꺼내 온 팬들, 심지어 '캔디' 때 복장을 따라입은 남성 팬들까지, 13일의 잠실은 또 하나의 문화 축제였다.
5만여 명의 팬들로 잠실벌은 들끓었다. 하얀색 우비와 흰색 야광봉 때문에 공연장은 또다시 흰 물결로 가득했다. 그 옛날 H.O.T. 팬들을 두고 '밥풀'이라고 불렀는데 잠실주경기장을 그릇으로 생각하면 온통 흰 물결이라 밥풀 같다는 비유였다. 팬들 스스로도 '밥풀'이라는 애칭에 만족했다.
H.O.T. 멤버들 역시 최선을 다했다. 17년 전, 돌연 해체해 팬들을 안타깝게 했던 만큼 만회하고자 더 열심히 노래하고 춤 췄다. 막내 이재원이 불혹을 앞둘 정도로 나이 든 오빠들이었지만 3시간 동안 그들이 풀어낸 라이브 퍼포먼스는 새까맣게 어린 아이돌 후배 저리가라였다.
문희준, 강타, 장우혁, 토니안, 이재원이 '캔디' 의상을 그대로 입고 등장하자 잠실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21년이란 세월이 흘렀는데도 멤버들의 비주얼은 그 때 그대로였다. 데뷔곡 '전사의 후예'를 시작으로 엔딩곡 '빛'까지 H.O.T.가 완성한 3시간 공연은 역사에 남을 현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