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생이 유저 한지도 꽤 된 아재인데요
은근슬쩍 한류 연구(?)도 근근히 해온 머랄까?
케이팝 1세대 독립 칼럼니스트입니다.
BTS의 '세계적 붐'(Global phenomenon)으로 몇주간 감회가 새로웠네요.
사실 방탄의 등장은 많이 의외였는데 (이렇게 까지 성공할줄은 몰랐어요),
저는 'Fire'로 입문을 한 셈이니 2년 정도는 어찌됐건 지켜본 사람이라 정말 기쁘고 자랑스럽고
머 그렇습니다.
저는 트와이스 팬이라서 지난 3년간 트와이스 보는 낙으로 살았는데,
트와이스는 일본서, 방탄은 세계서 대박을 치니 이보다 더 기쁜 일이 세상에 어딨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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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설하고,
방탄의 성공을 여러가지로 분석한 글이 전세계에서 튀어나오고 있는 중이네요.
그런데 오히려 저는 "한류 연구를 접어야 겠다"는 생각이 암스텔담 공연을 보는 중에 퍼뜩 생각이 나더라고요. 잠깐 그 얘기를 좀 상의해야겠다는 생각에
새벽녁에 컴터 앞에 앉았습니다.
1. 한류의 충격..."아니 중진국에서 !! 선진국에?"
한류가 본격적으로 국내외 뇌리에 아로 새긴 순간이 2003년 무렵 '욘사마 충격' 이었잖아요. (물론 1990년대 후반 중국과 대만에서 HOT 얘기도 하긴 하지만) 왜 중국이나 대만이 충격이 아니라 '일본'이 충격이었냐면, 한국은 분명 2002년 무렵에 중진국이었고 일본은 선진국이었기 때문이었죠. 물론 "경제결정론"적인 접근이긴 한데, 꼰대마인드가 있는 거의 모든 이에게 이는 충격이었어요. 1990년대까지 일본은 한국보다 경제규모가 10배 이상 컸고, 한국의 방송연예 콘텐츠가 알음알음 일본걸 베껴온게 상식이었기 때문이었기 때문인데. 당연히 다양한 분석이 이어졌죠. 한류, 왜 일본서 인기인가?
대략 한류-케이팝이 학계에 본격적으로 보고되고 영문 기사와 논문으로 나오기 시작한게 2005년 무렵입니다. 외국인들이 가만히 남중국-동남아를 살펴보니 중국, 베트남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젊은애들이 인터넷으로 한국 방송 보고 한국 가요를 듣기 시작하는 것을 목격한거죠. 물론 여기에 일본도 포함이 됩니다.
대략 초창기 한류에 대한 고민이 이 지점인데,
"아시아적인 현상인가?"
아니면 "한국 문화가 우수해서 그런가?"
아시아적인 현상이라는 얘기는 "인종적" "지리적"인 측면도 강한데, 여기서는 "아시아적 가치"가 먼가 있는가 하는 의문이었습니다. 가사, 형식, 컨텐츠 분석이 이어졌고, 동아시아 지역내에 공유되는 아시아적 가치를 뽑아내보려는 시도가 있었죠. 유교적 접근방법도 여기서 동일하게 등장했더랬네요. 여튼 답이 안나오는 과정들이니 그렇게 2010년대가 되면서 케이팝 이란 명칭이 드디어 세상에 빛을 발하기 시작합니다.
케이팝을 둘러싼 가장 지배적인 담론은 "한국은 미국 문화의 가장 발빠른 아시아 수입업자?"라는 시선이었습니다. 그러니까 미국의 주류 문화를 적당하게 가공해서 아시아에 팔아먹는 그런 중간생산자라는 해석이었습니다. 2000년대 초반까지는 그게 당연히 먹히는 분위기였죠. 실제 케이팝 멤버들은 대개 미국에서 공부한 사람들이었고, 롹, 히팝 추종자들이기도 했죠.
2. 케이팝의 충격...하지만 여전히 편견
또 케이팝은 다른 방송분야와 다르게 인터넷의 발달과 함께 움직였다고 보는게 맞는것 같은데, 특히 케이팝은 유튜브나 트위터 등 SNS의 큰 수혜를 입었다고 해야할 것 같습니다. (이건 다 아는 얘기니 좀 줄이고)
그래서 2010년 이후의 한류 연구는 사실상 SNS 연구로 눈을 돌립니다. 신문방송학이나 사회학 연구가 머 통계 좋아하잖아요. 자연스럽게 빅데이터 분석으로 가는거죠. 여기에 인종적 지리적 요인들을 더해서 연구하는 방식을 택합니다. 그러니까, 예를들어 스위스나 스웨덴에 살고 있는 아시아계 10대 아이들이 케이팝을 어떻게 접하고 소비하는가? 왜? 그 이유는? 그런 소비가 자신들의 정체성에 어떤 영향을 끼치나? 이런 연구를 말하는 겁니다. 이런건 동일하게 미국이나 아시아 지역에도 적용이 되죠.
"인도네시아 무슬림 소녀들이 한국의 섹시하고 당당한 소녀시대를 듣는다는것은 어떤 의미일까?"
"LA 지역에 사는 3세대 일본인 중국인들은 케이팝을 보면서 어떤 정체성 고민을 하는가?"
대략 이런 내용들입니다.
감이 오시죠?
한류가 2010년 이후 학계에서 주목을 받은 또 다른 이유는 "크로스 보더. 트랜센드 보더" 즉 국경을 넘나드는 문화교류의 가장 효과적인 근거였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니까 미국의 헐리우드가 제2, 제3세계에 가는 건은 자연스럽죠. 그런데 꽤나 제국주의 적이죠. 할리우드만 사례로 쓰면 이건 문화 침략이 되어버리죠. 그런데 살짝 한류도 같이 연구를 하면 이건 머 너무 완벽한 그림이 나와버립니다. 문화라는게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 상호보완적인 그림이 되죠. 게다가 SNS을 타고 번지는 케이팝의 위력은 "아시아"라는 묘한 인종적이고 문화적인 장벽도 있어 보이거든요. 그래서 세계화, 지역화 연구하는 사람들이 케이팝을 꽤나 주목했습니다.
3. 방탄(BTS) 이후의 한류 연구는?
그런데 2018년 방탄의 등장으로 케이팝을 둘러싼 모든 가정이 깨어지는 느낌입니다. 그러니까, 그냥 케이팝이 적절하게 세계화의 한 흐름 속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상품이 되어버렸거든요. 과거 한류 연구의 흐름을 살펴보시면 아시겠지만 "아시아 대중음악"이라는 전제에서 시작된 얘기들이에요. 절대로 주류 음악으로 갈 수 없다, 미국 백인 여성들이 사랑할 수 없을 것, 이란 한계를 깔고 시작한 연구란 얘기죠.
물론 지난 20년간 세계화의 흐름이 빨라졌고, 한국도 중진국에서 선진국 말석이 된 환경의 변화도 있죠.
하지만 케이팝에 대한 편견이 분명히 있었던 건 사실입니다.
그것을 방탄이 완벽하게 깬 것입니다.
즉,
한마디로 정리를 하면 "아시아의 신비로눈 '한국' 이라는 나라가 세계 대중문화를 자기식대로 해석한 상품이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라는 해석 보다는 그냥 "경쟁력 있는 문화"가 제할일을 한거라는 거죠.
먼 고상한 의미를 붙여보려는 시도가 별 의미가 없는 상황이 됐다는 얘기인데요.
흠...
과연 앞으로 한류 연구는 생명력을 가질 수 있을지
또 다른 새로운 패러다임이 나올 수 있을지
저는 좀 회의스럽지만
미래가 궁금하긴 합니다.
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