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이면 남미 최대도시 브라질 상파울루 도심 거리는 교통이 통제되고 청소년 동아리나 세계 각국의 문화팀이 공연을 흥겹게 펼친다. 이러한 문화 축제 속에서 거리에 나온 브라질 현지인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건 K-팝이다.
그룹을 구성한 브라질 청소년들이 평소 갈고닦은 기량을 K-팝 음악에 맞춰 역동적이면서도 절도 있는 춤을 거리에서 마음껏 자랑한다. 이들에게 K-팝은 자긍심이다.
가족이 함께 즐기는 한류
최근 브라질에서 K-팝 등 한류를 즐기는 다른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청소년들만의 한류가 아니라 온 가족이 함께 한류를 찾고 즐긴다는 것이다. 15일과 16일 이틀간 상파울루 최대 전시장에서는 주 브라질 한국문화원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주최로 '한류 엑스포'가 열렸다.
K-팝 공연은 물론이고 현지 일반인들 간의 한식 경연대회와 한복 입어보기, 태권도 체험, 그리고 조선 시대 안방 문화를 살펴보는 그야말로 한국 문화를 총정리한 축제의 장이 마련됐다. 지난해보다 두 배 많은 만여 명이 행사장을 찾았다.
특이한 점은 청소년들 뿐 아니라 부모나 부부, 친척 등 가족단위로 행사장을 찾았다는 것이다. 한류에 대한 관심 연령대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방문한 현지인들의 거주 지역도 다양해졌다. 상파울루에 머물지 않고 미나스 제라이스와 리우데자네이루, 쿠리치바 등에서 3시간 정도 차를 몰고 오거나, 심지어 항공기를 타고 와 행사장을 찾았다.
행사장을 찾은 4, 50대 중반 현지인들은 "깜짝 놀랐습니다. 이렇게 한국 문화가 다양하고 매력적인지 몰랐습니다. 일본 등 다른 동양 문화와 확연히 다릅니다."라고 입을 모아 한국 문화에 대한 놀라움을 나타냈다. 한류를 즐겼던 젊은 층이 성장해 결혼한 뒤 아이를 데리고 행사장을 찾기도 했다.
"한류는 교육적"
최근 주 브라질 한국문화원은 청소년층을 대상으로 K-팝 강좌를 펼치고 있다. 한국에서 K-팝 강사를 초청해 브라질 학생들을 대상으로 노래와 춤을 가르치고 있다. 청소년들은 늦은 밤까지 구슬땀을 흘리며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5대1의 경쟁률을 뚫어야 강습을 받을 수 있을 만큼 인기가 높다.
장소는 브라질 대표적인 지역 문화공간으로 꼽히는 SESC(세스키)다. SESC측이 장소를 흔쾌히 내준 건 K-팝의 교육적 효과 때문, 나탈리 상파울루 세스키 프로그램 담당자는 "청소년들의 10%가 마약을 접하는 환경에서 청소년들을 모이게 하고 마약 등 사회 문제로부터 분리시킬 수 있다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K-팝에 대한 교육적 기대감을 나타냈다.
강습현장에는 K-팝을 배우려는 학생뿐 아니라 할머니와 어머니, 아버지와 함께한다. 이들의 공통된 의견은 K-팝이 아이들에게 나쁜 길로 빠지지 않게 하고 한국의 예의 문화를 알게 해 교육적으로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K-팝이 남미 청소년들에게 새로운 교육적 대안이 되고 있다.
실제로, 한국 교육을 받기 위해 자녀들의 한국 유학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엑스포장에서 만난 한 어머니는 딸이 어떻게 한국 대학에 갈 수 있느냐고 기자에게 묻기도 했다. 2곳의 상파울루 사설 유학원은 올해 60여 명을 한국으로 유학보내기도 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