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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기획사는 신인에 수십억 쏟기도…팬 눈높이 높아져 제작비↑
올해 성공한 대형 기획사 소속 신인 걸그룹들은 콘텐츠에 제작비를 아끼지 않았다.
하이브 산하 레이블인 어도어에서 올해 7월 데뷔한 뉴진스는 데뷔 음반에 수록된 4곡 모두 뮤직비디오를 제작하며 물량 공세를 펼쳤다.
곡의 안무 영상인 퍼포먼스 비디오, 멤버 개인별 뮤직비디오를 포함하면 총 10여개가 넘는 영상을 제작했다.
걸그룹 르세라핌도 회사의 지원을 성공적인 데뷔의 발판으로 삼았다.
하이브가 올해 8월 공시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하이브는 계열회사인 쏘스뮤직에 '걸그룹 론칭'을 목적으로 75억원을 대여해준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기간 쏘스뮤직에서 데뷔한 걸그룹이 르세라핌 밖에 없던 것을 고려하면 이 그룹을 위해 수십억원을 쏟아부었다는 이야기다.
걸그룹 마마무와 퍼플키스 등이 소속된 RBW의 김진우 대표는 최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K팝 기획사 사이의 부익부 빈익빈 양극화 현상이 심해졌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예전 내수 시장만 겨냥했을 때는 어느 정도 비용의 '한계선'이 있었다"며 "그러나 요즘처럼 할리우드와 경쟁하려면 콘텐츠의 퀄리티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제작 단가가 그만큼 높아졌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가요계 관계자 역시 "K팝 시장이 커지면서 단가가 다 높아져 그룹 활동에 드는 비용이 이전보다 1.5배에서 2배 가까이 늘어났다"며 "결국엔 소속사 간의 '머니 게임'이 돼 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K팝 팬과 전문가 사이에서는 특정 기획사 출신 걸그룹들이 시장을 독차지하면서 가요계에서 다양성이 부족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나온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최근 걸그룹이 많이 등장했는데, 그룹 간 빈익빈 부익부의 양극화 현상이 더욱 심해졌다"며 "이 현상은 결국 문화적, 음악적 다양성을 훼손할 수 있다"고 짚었다.
김 평론가는 "자본과 마케팅력에 따라서 움직이는 K팝이 과연 미래에 긍정적인 효과를 나타낼 수 있을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직장인 박소영(25) 씨는 "아이돌이 실력이 있어도 대형 기획사의 트레이닝, 마케팅, 세일즈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인기를 얻기 어렵다"며 "다양한 음악을 하는 참신한 아티스트들을 만나기 어려워 아쉽다"고 말했다.
대학생 심정혁(20) 씨는 "걸그룹 전성기라고는 하지만 오히려 가요계는 획일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