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의 시각은 AMA가 그간 선정해 온 시상 부문의 면면을 따져봐야 한다고 말한다. 그간 AMA가 K팝 외에도 ‘아프로비츠(Afrobeats, 서아프리칸 리듬 기반 장르)’ ‘록’ 등 미국 내 인기 높은 장르들을 새로 추가해서 수상 부문으로 선정해왔다는 것이다. 임진모 평론가는 “그간 미국 주류 시상식은 ‘앵글로-색슨족(백인) 순혈주의’가 강하다는 비판을 꾸준히 받아왔다”며 “이를 뚫고 수상 부문에 안착한 것 자체가 K팝이 미국 내 주류 장르로서 성장 발판을 마련했다는 뜻”이라고 평했다.
AMA가 1998년 신설한 라틴팝 장르상 ‘페이버릿 라틴 아티스트’와 K팝상을 비교하는 시각도 있다. 당시 미국에선 최근의 K팝처럼 라틴팝이 전례 없는 인기를 얻기 시작했을 때였다. 이후 최근까지 그 인기가 계속 높아지자 AMA는 지난해까지 라틴팝 관련 부문상을 5개까지 늘렸다. K팝도 그처럼 수상 영역을 계속 넓힐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올해 이 상의 신설로 AMA에 처음 후보 지명된 K팝 그룹 숫자도 대거 늘었다. 그간 5년 연속 AMA에 후보 지명된 BTS 외에도 블랙핑크, 트와이스, 세븐틴, 투모로우바이투게더가 신설된 K팝 부문상을 통해 처음 AMA 레드카펫을 밟게 됐다. 이를 두고 미국 음악 전문지 빌보드는 “K팝을 위한 획기적인 조치”라 평했다
반면 “수상한 특별대우”란 해석도 있다. “대중 투표에 강한 K팝 그룹만 따로 떼서 경쟁시키고, 주요 부문 시상은 덜 주려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앞서 3대 음악상과 함께 미국 주요 음악상으로 불리는 MTV VMA(MTV 비디오 뮤직 어워즈)도 2019년 ‘베스트 K팝’ 부문을 신설해 BTS의 이름을 올렸고 비슷한 논란의 중심에 섰었다.
실제 이번 AMA K팝상 부문 후보 중 본상 후보에 오른 건 BTS(페이버릿 팝 듀오/그룹)뿐이다. 걸그룹 블랙핑크는 특히 9월 정규 2집 ‘본 핑크’와 신곡들로 빌보드 메인 앨범차트 빌보드200 1위, 세계 최대 음원 플랫폼 스포티파이 주간 차트 1위에도 올랐지만 AMA는 이들을 오로지 신설된 K팝상 후보에만 올렸다.
정민재 평론가는 “미국 아카데미상이 1950년대 갑작스레 본토에서 인기가 높아진 해외 영화를 배려한다며 ‘외국어영화상’을 신설했지만, 이후 오히려 본상으로 향하는 경쟁을 사전 차단하는 ‘유리 천장’이라며 자주 비판을 받았다”며 “K팝 부문상 신설도 시상식의 회차가 거듭될수록 진짜 평가가 드러나게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