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닐로를 둘러싸고 사재기 의혹이 발생했다. 소속사의 주장은 '바이럴마케팅의 승리'다. 소속사는 "결코 불법적인 행동은 없었다"며 사재기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그렇다면, 바이럴마케팅은 음원 1위를 만들 수 있는 것일까. 또 항간에서 언급되는 바이럴마케팅은 절대 불법이 아닌 것일까?
◆닐로 음원사재기 논란, 왜 불거졌나?
지난해 10월 31일 발표한 닐로의 '지나오다'는 12일 오전 1시 멜론 실시간 차트 1위에 올랐다. 엑소 첸백시, 위너, 트와이스, Mnet '고등래퍼2' 음원들을 모두 꺾은 기록이다. 아이돌 팬덤은 음원사이트 사용자 대부분이 잠드는 시간대에 음원 스트리밍을 하며 음원사이트 순위 유지 및 상승을 합법적으로 노린다. 닐로의 곡은 이런 아이돌 팬덤의 스트리밍을 모두 물리친, 놀라운 기록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닐로의 '지나오다'의 순위가 비정상적이라며 음원 사재기 의혹을 제기했다. 불과 한 달 반 전 '지나오다'의 멜론 일간 순위는 대략 600위권. 닐로가 지난 2월 리메즈 엔터테인먼트와 전속계약을 체결하면서 약 한 달 만에 순위는 기하급수적으로 상승, 실시간 차트 1위에 올랐다는 점이 일각의 의구심을 키웠다. 리메즈 엔터테인먼트에 닐로와 비슷한 추이로 차트 1위에 올랐던 장덕철이 소속된 사실이 알려지며 의혹은 더욱 커졌다.
의혹을 제기한 이들은 지난해 '역주행 신화'를 일궜던 윤종신의 '좋니'도 이 정도의 추이가 아니었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연간차트 최상위권에 오르며 많은 이들의 입에 불리고 불렸던 '좋니'도 새벽 시간대 음원차트에서는 아이돌 팬덤에 순위 밀렸었다. 하지만 닐로는 그 시간대에 엑소, 트와이스, 위너는 물론 범대중적 인기를 얻고 있는 '고등래퍼' 음원까지 눌러버렸다.
◆멜론 측 "비정상 추이 없었다"
음원사이트 멜론 측은 음원사이트 시스템상 비정상적인 움직임이나 이용 행태는 없었다고 입장을 밝혔다. 멜론은 예전부터 특정 아이디에서 비정상적인 스트리밍이 발생할 경우 이를 차단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하지만 닐로의 경우엔 그런 비정상적인 이용 행태는 없었다고 밝혔다.
'비정상적인 움직임'의 예시는, 비슷한 형태의 아이디들이 특정 노래만을 스트리밍하거나, 일정 시간에 갑자기 한 노래가 집중적으로 돌아가거나, 한 곡 반복만이 이어지는 등 비정상적 추이가 관측되는 경우다.
◆리메즈 "위법 없이 바이럴 마케팅"
리메즈 엔터테인먼트는 즉각 '사재기 의혹'을 반박했다. 위법적인 행동은 전혀 하지 않았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관계자는 "음원조작 및 사재기 등의 부정 행위는 결코 없었다"고 밝혔다. 바이럴 마케팅을 진행한 것이 음원차트 호성적으로 이어졌다는 것이 리메즈 측의 입장이다.
리메즈 엔터테인먼트 수장 이시우 대표는 과거 페이스북 페이지 '일반인들의 소름돋는 라이브'를 운영해 성공을 거둔 인물이다. 이후 해당 페이지의 운영에서 손을 떼고 바이럴 마케팅 회사를 차렸고, 이를 통해 지난해 모 음원을 차트 1위에 올리는 등 바이럴 마케팅에 수 차례 성공했다. 이후 이시우 대표는 바이럴 마케팅 성공 노하우를 기반으로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렇게 함께 하게 된 소속 아티스트가 40(포티), 반하나, 장덕철, 닐로다.
◆업계가 제기한 의혹
페이스북엔 한국 대중가요와 관련한 인기 페이지가 많다. 숨겨진 명곡을 조명하는 페이지, 일반인들의 커버곡 영상이 올라오는 페이지, '나만 알고 싶은 가수'를 알려주는 페이지, 가수들의 고퀄리티 라이브 영상이 올라오는 페이지 등 콘셉트도 포맷도 다양하다. 하지만 이들 중 일부 페이지에서 몇몇 가요기획사와의 '홍보 커넥션'이 있다는 업계 관계자의 제보가 있었다. 이 역시 '바이럴 마케팅'의 일환이다.
가요 기획사가 A라는 소속 아티스트의 홍보를 위해, 페이스북 인기 페이지 관리자에게 콘텐츠와 소정의 금액을 제공하면, 페이지 관리자가 해당 콘텐츠를 자신이 관리하는 페이지에 올려주는 형식이다. 그 콘텐츠는 영상이 될 수도, 단순히 사진일 수도 있다. 홍보지만 홍보 아닌 척, 나만 아는 명곡을 소개해주는 척, 나만 알고 있던 보물같은 가수를 소개해주는 척 게시물을 만드는 것이다.
한 네티즌의 찰떡같은 비유가 있어 함께 싣는다. '나만 알던 맛집이라는 블로거 소개로 유명해진 맛집, 알고보니 그 블로거가 맛집 사장이랑 한통속.'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파워 블로거들은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 지침상 제품 및 금전 협찬을 받을 경우 이를 블로그에 기재해야 한다는 것이지만, 문제시되는 몇몇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우리는 일부 지원을 받고 홍보 중입니다'라는 뉘앙스의 글귀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바이럴마케팅인줄 모르는 상태에서 그들의 음악을 접하게 되는 것이다.
닐로 역시 비슷한 시기 다양한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소개된 아티스트다. 하지만 리메즈 측은 "소속사와 페이스북 페이지 관리자와의 친분이 있다. 하지만 페이스북 페이지에 금전을 제공하는 형식의 바이럴 마케팅은 없었다"고 정확히 선을 그었다.
여기서 돌아보자. 기업과 파워블로거의 관계가, 가요기획사와 페이스북 인기 페이지 관리자로 변화한다면 예외가 되는 것일까? 위법이 아닌걸까? 아니면 소셜미디어 바이럴마케팅이기 때문에 괜찮은 것일까?
◆공정위에 물어봤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12일 OSEN에 "소셜미디어를 운영하는 사업자가 반복적으로 금전을 받고 구독자를 속이는 내용, 즉 자신이 경험하지 않은 걸 경험한 것처럼 위장해 진실되지 않은 내용을 올렸을 경우엔 법 위반으로 처벌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만약 소셜미디어 측이 엔터테인먼트사로부터 금전 혹은 제품 협찬을 받고 홍보 및 콘텐츠를 게재할 경우엔, 흔히 맛집 블로거들이 블로그 상하단에 쓰는 것처럼 홍보를 하고 있음을 적시해야 한다. 물론, 리메즈 측은 이 부분에 대해 '확실히 아닌 것'으로 선을 그었기 때문에 공정위의 '처벌 가능' 기준엔 해당되지 않는다.
페이지 및 채널의 구독자 수(소비자)와 파급력은 정비례한다. 때문에 소비자가 이를 홍보로 느끼지 못하고 오인했을 경우엔, 위법 시 중대성도 커진다. 과태료 처벌이 가능하며 반복될 시 더 큰 처벌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바이럴마케팅 시장이 매우 활성화되면서 대중이 어느 정도 홍보를 가려낼 수 있게 됐고, 그렇다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중대하지 않은 이상 처벌 가능성이 낮다는 또 다른 일각의 의견도 있었다.
물론 각 가요기획사가 직접 관리하는 소셜미디어의 경우엔 아예 자사 아티스트 홍보를 주 목적으로 하고 금전거래 역시 없는만큼 문제가 없다.
◆업계도 체감없긴 마찬가지
컴백과 신곡발표, 차트변동에 가장 신경을 쓰는 이들은 역시 가요 업계 관계자들이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은 엑소 첸백시, 트와이스, 위너를 누른 닐로의 '지나오다'의 인기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밝혔다. 닐로를 모르는 관계자도 있었다.
리메즈 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음원 흥행의) 체감은 지극히 개인적인 기준"이라 밝혔다. 하지만 역주행으로 화제몰이를 한 윤종신 '좋니', 백아연 '이럴거면 그러지 말지', 한동근 '이 소설의 끝을 다시 써보려 해' 등의 화제성을 돌이켜 생각해본다면, 닐로의 이번 반향은 '멜론 1위'치고는 꽤나 소소하다.
또 다른 관계자는 "바이럴 마케팅을 하지 않는 가요기획사는 거의 없다. 대부분의 회사가 바이럴 마케팅을 진행한다. 하지만 리메즈와 연관이 된 아티스트만 유독 음원차트 1위를 기록한다는 것은, 분명 이상한 것 아니겠느냐"고 의혹의 목소리를 높였다.
◆결론은 여전히 미지수
앞서 닐로 측은 리메즈의 노하우가 담긴 바이럴 마케팅이 성공했고 이로 인해 차트 호성적을 거뒀다고 주장했다. 물론 그 바이럴 마케팅 방식은 공개되지 않았다. 리메즈 측이 밝힌대로 '위법이나 불법'이 아닌 자신들만의 메케팅 방식이 통했을 경우, 이를 외부에 알리라는 건 회사의 영업비밀을 침해하는 행위다. 리메즈 측도 사재기와 불법 등의 각종 의혹 제기에 벙어리 냉가슴을 앓는 이유일 게다.
하지만 가요계 거대 기획사들조차 힘들어 쩔쩔매는 음원차트 1위를 만들어내는 '마케팅 노하우'가 존재하고 그 방법은 베일에 가려있으니 논란이 커지는 것도 당연한 이치다. 페이스북 인기 페이지를 이용한 '리얼 바이럴 마케팅' 비법? 또 소셜 미디어 광고? 한층 더 들어가 일반 대중이 알지 못하는 커넥션? 이런 식의 의혹만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이 모든 것은 추측일 뿐, 사실로 치부해선 안 될 예민한 부분이다.
음원차트의 모양새가 기이한 것도 불난 집에 기름을 끼얹고 있다. '음원차트 깜짝 1위'를 하고도 물음표 공세에 시달리는 닐로, 이는 바이럴 마케팅의 폐해일까 아니면 성공한 모델일까. 지속적인 관심과 대중의 날카로운 시선이 더욱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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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04-12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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