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her’가 현실로
음성녹음과 셀카 한장으로
인공지능 아바타 만드는 ‘오벤(ObEN)’
힘들었던 일과를 마치고 집에 온 직장인 남성 박모씨(28). 거실 소파에 앉는다. 탁상 위에는 아무것도 없다. 그런데, 휴대폰 카메라를 탁상에 비추자 팅커벨 같은 아바타가 휴대폰 화면 속 책상 위에 나타난다. 얼굴이나 몸매가 SM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인 레드벨벳 ‘아이린’이다. 그녀가 탁상 위에서 손을 흔들며 인사한다. “수고했어. 오늘은 어땠어”라며 그만을 위한 노래를 불러준다.
SM엔터테인먼트가 소속연예인들을 인공지능 아바타로 만들겠다고 나섰다. 인공지능 아바타 기업 오벤(ObEN)과 손잡고 ‘AI 스타즈’라는 기업을 설립했다. 2017년 하반기부터 계약을 체결해 현재 프로젝트 초기 단계다. SM이 보유한 셀러브리티와 콘텐츠에 AI 기술을 접목시켜 대중에게 소개할 예정이다. 말하자면 언젠가는 내 스마트폰 안에 아이린을 닮은 아바타를 넣고 다닐 수 있다는 의미다. 오벤은 캘리포니아 주(州) 패서디나(Pasadena)에 위치한 스타트업이다. 작년 매출은 약 22억원. 사진과 짧은 음성만으로 3D 인공지능 아바타를 만든다.
인공지능 아바타 만드는 닉힐 자인 대표
오벤의 공동 설립자인 닉힐 자인(Nikhil Jain · 30)은 인공지능 아바타를 만드는 것은 간단하다고 말한다. 우선 셀카 한 장으로 아바타의 외모를 완성한 다음, 2~4초의 녹음으로 실제 목소리와 똑같은 목소리를 만든다. 개인데이터를 수집하면 실제 사용자가 자주 쓰는 단어까지 말하게 할 수 있다. 만드는 비용은 무료다.
-어떤 기술을 사용하나?
“증강현실과 인공지능 기술로 인공지능 아바타(PAI · Personal Artificial Intelligence)를 만듭니다. 스피치, 컴퓨터 비전 및 자연어 처리 기술도 이용하는데요. ‘컴퓨터 비전’이란 ‘컴퓨터가 카메라를 이용해 사물과 사람을 인식하는 것’을 말합니다. 한마디로 인공지능 아바타의 눈이지요. ‘자연어 처리’란 컴퓨터가 대화의 형태 및 의미를 해석하고 변환하는 것을 말해요. 인공지능 어플리케이션의 필수기능으로 한국에서는 심심이가 대표적입니다.”
자인대표는 인도 폰디체리 대학교(Pondicherry University) 전자공학 학사 학위를, 미국 USC(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에서 MBA를 받았다. 2000년 카이저 퍼머넌트(Kaiser Permanente)라는 헬스케어 회사에서 전자기록 보안담당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퇴사 후, 온그린(OnGreen)과 러닝 소프트웨어(Running Software)라는 두개의 스타트업을 차렸다. 그러던 중, 공동창업자 애덤 젱(Adam Zheng)을 만나 ‘오벤’을 설립했다.
-인공지능 아바타를 만들기 시작한 계기는?
“애덤에게 ‘우리를 복제한 가상의 존재를 만들어두면 어떻겠냐’고 제안했어요. 집을 오래 비울 때도 가족들이 항상 나와 함께 있다고 느꼈으면 했습니다. 가상현실,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기술의 발달로 인공지능 아바타를 만드는게 가능했지만, 아무도 도전하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자인 대표는 인공지능 아바타 사업에 뛰어들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가 희미해져, 온라인 속 자아와 개성이 중요해 질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공동 창업자인 애덤과 함께 팀을 모은 후, 주변 사업가들에게 자문을 얻었다. 텐센트, 소프트뱅크벤처스코리아, SM엔터테인먼트, HTC 바이브 X, K11등으로부터 총 241억 5000만원을 투자받았다.
다양한 산업에 활용 가능...SM과 계약 체결하기도
오벤은 현재 모바일 시장을 비롯, 엔터분야에서는 SM, 소매분야에서는 K11, 헬스케어 분야에서는 중국기업 리포 그룹(Lippo Group)과 일하고 있다. 인공지능 아바타는 특히 엔터테인먼트 사업과 잘 맞는다. 팬이 원할 때마다, 원하는 언어로, 원하는 노래를 불러주는 사용자 맞춤 마케팅의 대표적 사례다. 작년 6월, SM엔터테인먼트는 오벤과 손잡고 ‘AI 스타즈’를 설립해 인공지능 아바타 사업에 뛰어들었다.
-SM 엔터테인먼트와 협업의 목표는?
“팬들의 일상에 스며들게 하는 것입니다. 마치 영화 ‘Her’처럼 셀럽과 함께 생활하는 기분이 들거예요. 하나의 앨범을 내기까지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하는데, 앨범활동을 하지 않아도 팬들과 가까운 거리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SM아이돌은 해외에서 인기가 많은데, 언어 장벽을 해결할 수 있습니다. 중국어, 베트남어, 스페인어 등을 구사하는 아이돌 아바타로 효과적인 해외 마케팅이 가능합니다.”
-인공지능 아바타 또 어떤 식으로 사용하나?
“출장으로 집을 비워도 내 아바타가 딸에게 동화책을 읽어줄 수 있습니다. 또 거동이 불편한 노인환자들은 병원에 가지 않아도 됩니다. 담당의사를 똑닮은 아바타가 더 명확한 복약지도와 상담, 예약을 해주기 때문이죠. 음치랑 몸치는 아이돌처럼 춤을 추고 노래할 수 있습니다. 중국에 있는 사업가는 중국어를 못해도 자신의 사업을 유창한 중국어로 소개할 수 있습니다.”
명문대 공학박사진으로 구성..항상 기술 선도하는 것이 목표
자인 대표는 50여명의 공학박사 연구진과 함께 감정을 표현할 때 톤, 뉘앙스를 바꾸는 정교함을 연구 중이다. 컴퓨터 기술 외에도 사람의 감정과 심리에 대한 이해가 필요해 꾸준히 업데이트 해야하는 작업이다. ‘Oben’은 독일어로 ‘위의(up)’, ‘상승하는(above)’을 뜻한다. 항상 기술을 선도하고 사람들에게 그 이상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해킹으로 다른 사람이 내 아바타를 악용한다면? 보안상 안전한가?
“구체적으로는 전부 공개할 수 없지만 오벤의 AI 아바타는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을 둡니다. 보안인증을 거친 본인만이 인공지능 아바타를 이용할 수 있어요. 블록체인은 해킹과 위조가 불가능해 가상화폐의 플랫폼으로 이용합니다. 물리적인 중앙 서버가 아니라 사용자들의 개인장비에 나눠서 저장해 안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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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03-06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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