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entertain.naver.com/read?oid=028&aid=0002648242
사회관계망서비스가 뒤집어지는 사건이 있었다. 키워드는 ‘속옷검사’였다.
“가슴 좀 만진다면서 만지다가 ‘(애플)워치죠?’ 하면서 나를 작은 공간으로 끌고 가더니 옷을 올리라고 했다. (몸수색을) 밀어붙여서 어쩔 수 없이 (옷을) 올렸는데 어떤 분이 문 열고 들어와서 내가 속옷검사 당하는 걸 봤다. 너무 수치스럽고 인권이 바닥이 된 기분이었다.”
“가슴 만지는 건 (멤버) 바로 옆에서 했고, 벗겨야겠다 싶거나 더 만져봐야 알겠다 싶으면 뒤로 데리고 갔다. 나도 끌려갔는데 아무것도 못 찾아놓고 사과 한마디 없이 ‘나가실게요’ 이러더라.”
“윗가슴 꾹꾹 눌러보더니 밑가슴도 꾹꾹 눌러보고 열심히 만지길래 당황해서 ‘그건 제 가슴이에요’ 이랬다.”
공항 출국 심사도 이렇게는 안 할 거다. 국내 최대 기획사 하이브가 일본 시장을 겨냥해 제작한 신인 아이돌그룹 ‘앤팀’(&Team)은 지난 8일 서울에서 두번째 미니앨범 발매 기념 대면 팬사인회를 진행했다. 그리고 이 사인회에 참석한 여성 팬들은 집요하고 무례한 몸수색을 견뎌야 했다. 현장 스태프들이 ‘녹음 또는 촬영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스마트워치 등의 전자기기 소지 여부를 확인하겠다며 팬들을 대상으로 성추행 수준의 몸수색을 진행한 것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라온 참가자들의 토로는 그야말로 끔찍하다.
기획사의 팬덤 대우가 이러니 업계의 모든 사람이 여성 팬들을 하찮게 여긴다. 십수만원의 입장료를 내고 들어간 콘서트장에서 보안요원들에게 반말로 무례한 안내를 받는 것은 물론, 공항 입출국 등 여성 팬들과 접점이 생기는 현장에서 보안요원들의 아티스트 과잉 보호로 인해 여성 팬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은 사례도 셀 수 없이 많다. 케이팝 업계가 지금처럼 성장할 수 있도록 시장을 지켜온 산업의 중추인 여성 팬들은, 돈과 시간과 열정으로 가장 많이 헌신하면서도 가장 천시당하는 자리에서 ‘그렇게 대해도 되는’ 취급을 받고 있다. 이는 근본적으로 한국 아이돌 산업의 태동기 때부터 여성 팬들을 ‘빠순이’라 부르며 멸시해왔던 오래된 습속의 잔재이며, 그에 대한 문제의식을 느끼기는커녕 대놓고 동조하며 팬들을 착취해온 업계 전체의 문제다.
이번 앤팀 팬사인회 속옷검사 사태를 두고 “금속탐지기를 도입하라” 같은 해답을 도출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녹화나 녹음 장비가 문제라면 금속탐지기를 도입하면 되고, 현장에 금속탐지기를 도입하는 데 큰 비용이 드는 것도 아니니까 말이다. 하지만 더 근본적인 문제는 ‘아이돌을 좋아하는 여성 팬’들은 함부로 대해도 된다는 업계 전체의 인식에 있다. 글의 첫머리에 예로 들었던 것처럼, 연극계도, 뮤지컬계도, 클래식계도, 그 어떤 업계도 팬들을 이렇게 함부로 대하지 않는다. 팬을 대하는 업계의 인식이 바뀌지 않는 이상, 이와 같은 일들은 언제 어디에서든 다시 반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