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d Velvet (레드벨벳) [Perfect Velvet] (정구원)
"SM 엔터테인먼트적 사운드"를 어느 한 가지 단어로 설명할 수는 없을 것이다. 강렬한 비트와 힘차다 못해 과격한 퍼포먼스가 어우러진 SMP부터 f(x)나 'I Got A Boy'로 대표되는 프로그레시브한 일렉트로닉 팝, 그리고 최근 들어 SM 사운드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퓨처 베이스와 댄스홀에 이르기까지 SM이 시도해 왔던 사운드는 셀 수 없이 다양하니까. 그것은 항상 최신의, 혹은 트렌디한 소리를 찾아 헤매는 메인스트림 기획사의 숙명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유독 그 중에서도 SM의 사운드는 언제나 최첨단의, 남들보다 한 발짝 더 앞서 나간 곳에 위치해 있었다. 어떤 때는 강박적으로 보일 정도로.
"레드벨벳의 사운드" 역시 한 가지 단어로 설명하긴 어려울 것이다. 크케는 "레드(Red)"와 "벨벳(Velvet)"을 오가는 양극단의 콘셉트 탓일 것이고, 미시적인 영역에서는 트렌드를 쫒는 것처럼 보이면서도 사실 어떤 하나의 장르도 완벽하게 들어맞지 않는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레드벨벳표 일렉트로닉 팝"이 무엇을 뜻하는지, 우리가 거기에 대해 기대할 수 있는 소리가 무엇인지를 설명 없이도 느끼기 시작했다. 그것은 장르와 구분의 영역보다는 직관의 영역에 있었다.
"Perfect"라는 야심찬 단어를 붙인 두 번째 정규에서, 레드벨벳은 그 정체성을 앨범 단위로 폭발시킨다. 레드벨벳답고, 실험적이며, 완성도 또한 갖추었다. "전자음악을 중심으로 균형 있게 사운드를 담아내면서, 자신들의 개성을 온전히 드러낸다"는 레드벨벳의 방법론은 이제 하나의 곡만이 아닌 앨범 전체에 적용되는 이야기다. 하우스, 퓨처 베이스, 팝, 힙합 등 다양한 장르를 차용하고 접목하지만 어느 한 곡 레드벨벳이란 팀이 지금껏 구축해 왔던 정체성에서 벗어나는 바가 없다. 멜로디와 비트의 배치는 변화무쌍하면서 조화롭고, 사운드의 질감은 팝 음악이 들려줄 수 있는 최고의 쾌감을 자극한다. 유기적으로 배치된 솔로 파트와 합창 파트는 보컬실력을 자랑하기보다 목소리 또한 하나의 악기로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한다.
팝 음악의 가장 순수한 부분만은 모아 놓은 듯한 이 앨범은, 그럼으로서 신기하게도 "역사성"을 증명한다. 팝 음악이 역사가 없다는 건 말이 안 되는 소리지만, 언제나 최신의 트렌디한 소리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팝 음악은 때로 자신이 딛고 있는 과거의 유산을 떨쳐내고 싶어했다. [Perfect Velvet]은 그 흔한 길을 걷지 않는다. '피카부 (Peek-A-Boo)'는 'Dumb Dumb'의 강박적 비트를 다시 한 번 껴안는다. 'Kingdom Come'에서 우리는 'Automatic'의 우아한 잔향을 느낀다. '달빛 소리 (Moonlight Melody)'의 아련함은 '7월 7일 (One Of These Nights)'의 슬픔과 사려깊은 대조를 이룬다. 레드벨벳이란 그룹의 역사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다. SM이 지금까지 추구해 왔던 "최첨단의 팝 사운드"에 대한 경험과 역사가, [Perfect Velvet]의 소리 하나하나에 아로새겨져 있다. 가장 최신의 소리를 담고 있으면서도, 가장 깊은 역사 역시 담고 있고, 레드벨벳이 아니라면 다른 누구도 가능하지 않을 것 같은 작품. 그것은 역사를 "쌓은" 주체에게만 허락된, 가장 완벽한 성취다.
http://www.melon.com/musicstory/inform.htm?mstorySeq=59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