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G엔터테인먼트 걸그룹 블랙핑크가 일본시장에 데뷔했다. 지난 8월29일부터 판매된 일본앨범 ‘BLACK PINK’를 들고서다. 그리고 이제 그 대략적인 성적이 나온 상태다. 9월2일 5일차까지 누적판매량 3만6671장. 6일차까지 적용되는 위클리 초동은 약 4만장 언저리에서 나올 전망이다. 위클리 앨범 차트에서도 1위를 차지할 전망이 높다. 이에 각 연예미디어에선 ‘트와이스와 쌍두마차’론을 펼치는 중이다. 그러나 아이돌 관심층 사이에선 이에 대해 비관여론이 일고 있다. 일단 위클리 1위는 흔히 말하는 ‘빈 집’ 상황에서 이뤄졌단 점을 들고 있다. 이렇다 할 경쟁상대가 없는 무주공산 상태에서 위클리 1위 기록보단 판매량 자체를 놓고 성패를 따져봐야 한다는 것. 그러면서 지난 7월 기록된 트와이스의 초동 13만594장보다 1/3도 채 안 되는 판매량으로 ‘쌍두마차’를 운운하는 건 그 자체로 과장된 언론플레이란 비판이다.
액면 그대론 그렇다. 블랙핑크는 일본의 한류 관심층 내에서만 ‘트와이스와 쌍두마차’다. 일반대중에까지 침투됐다 보긴 여러 가지 면에서 힘들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블랙핑크의 일본 데뷔는 ‘YG엔터테인먼트 카테고리’ 내에선 분명 주목할 성과를 거뒀다고 보는 게 맞다. 블랙핑크 전신 격 걸그룹 2NE1 일본데뷔 상황과 비교해보면 더욱 그렇다.
2EN1은 지난 2011년 9월21일 앨범 ‘NOLZA’로 일본시장에 본격 진출했었다. 당시도 ‘빈 집’이어서 위클리 1위는 차지했다. 그러나 판매량이 형편없었다. 오리콘 초동 2만6334장을 기록했다. 2NE1이나 블랙핑크나 ‘고만고만한’ 기록이라 볼 수도 있지만, 그렇진 않다. 2011년은 소녀시대와 카라를 필두로 수많은 걸그룹들이 일본시장에서 차례로 성과를 내던 때다. 거기다 2NE1은 한국 활동 2년여를 거쳐 일정 팬덤을 형성한 뒤 데뷔했지만, 블랙핑크는 이제야 데뷔 1년을 넘어섰다. 2011년 당시와 비교해도 크게 위축된 일본 피지컬 음반시장 상황도 당연히 고려될 필요가 있다.
2NE1의 일본활동은 사실상 재앙 수준이었다. 당시까지만 해도 메인스트림 걸그룹 시장에 ‘힙합 계열 쎈 언니들’ 콘셉트가 전무했던 때라 데뷔 후에도 대중적 지지를 얻어내기 힘들었다. 초반성과가 애매하게 나오자 YG엔터테인먼트 측에선 ‘일본을 넘어 월드로’란 캐치프레이즈로 전략을 바꿔버렸다. 그리고 난 뒤 2012년 이후의 ‘한류 정체기’를 맞이했다.
블랙핑크는 YG엔터테인먼트로선 일종의 ‘설욕전’이다. 정확히 2NE1이 실패했던 지점들을 보완하기 만들어낸 ‘수정병기’다. 비록 레이블 자체의 강한 개성과 특색 탓에 일본 메인스트림 시장에서의 한계는 뚜렷하지만, 그걸 꾸준히 설득시켜나가는 게 바로 빅뱅의 성공담이었다. 한류는 여러 다양한 노선을 필요로 하는 브랜드다. ‘트와이스와 쌍두마차’ 같은 게 아니라 ‘트와이스와 다른 그룹’이 나와 다른 시장을 다른 식으로 접근해주는 게 미래한류에는 훨씬 이상적인 모델이다.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