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youtube.com/watch?v=TVUqLBRQom8
지난 2월 28일과 4월 5일(디럭스 에디션) 등 총 2차례에 걸쳐 출시된 태연의 첫번째 정규 음반 는 여러 면에서 시사하는 점이 큰 작품이다.
이름 값에 걸맞은 내용물
2017년 현재 태연은 가장 성공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는 아이돌 그룹 소속 솔로 가수다. 2015년 가을 이후 솔로 음반 및 2종의 디지털 싱글 등 쉴 틈 없는 행보 속에 발표하는 내용물마다 자신의 이름값+기대치에 거의 100% 충족시키면서 "믿고 듣는 가수"의 모범 사례를 스스로 만들어 나갔다.
여성 가수의 음반으로는 이례적으로 무려 15만 장 이상 팔린 에 이어 4곡이 추가된 디럭스 에디션 역시 신곡 'Make Me Love You'를 앞세워 주요 음원 순위를 석권하는 등 좋은 반응을 끌어냈다.
몽환적인 느낌을 주는 신시사이저+강렬한 드럼 소리를 등에 업고 부르는 'Make Me Love You'는 어쿠스틱 기타 선율 속에 존재감의 보컬을 들려준 'Fine'과는 다른 역동성으로 듣는 이를 매료시킨다.
피아노+현악기만의 단출한 구성으로도 진한 서정성을 전달하는 발라드 'I Blame On You', 오버 더빙된 태연의 목소리+기타 등의 선율로 웅장함을 자아내는 'Curtain Call' 등 새롭게 추가된 노래들은 기존 수록곡들과 어색함 없이 자신만의 존재감을 드러낸다.
언제나 그렇듯이 음반 속 잘 정돈된 소리의 가공(믹싱 및 마스터링 작업)은 "역시 SM"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업계 작곡 및 엔지니어들로부터도 질투 어린 칭찬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한국적 감성에 잘 녹여낸 해외 주류 팝 음악
그룹 소속 가수의 솔로 작업물이 종종 범하는 실수, 즉 이전과는 다른 것을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 관념 속에 감정 과잉이나 어울리지 않는 옷을 걸친 듯한 모습을 에선 찾아보기 어렵다.
특히 몇몇 솔로 가수들의 여타 작품들 속에서 가창력을 뽐내기 위해 넣는 발라드 위주의 곡들이 아닌, 최신 해외 유행 팝-록 기반 음악들을 이질감 없이 "태연스럽게" 다듬고 녹여낸 점은 상당히 주목할 부분이다.
이주형, Kenzie, 김종완(록그룹 넬)의 작품을 제외하면 SM답게 수록곡 대부분이 해외 음악인들의 노고가 깃든 노래들이지만 무분별한 수용 대신 해당 가수의 장점 및 특징을 잘 살려내면서 국내 가요의 감성에 잘 녹여냈다.
보컬 녹음 및 디렉팅 등 후반 작업을 진행한 이주형, G-High, 추대관 등 프로듀싱팀 모노트리 소속 국내 음악인들의 역할 분담은 이런 점에서 눈여겨볼 사항이기도 하다.
치밀한 기획력의 승리
기타 팝-록-R&B-발라드 등 다양한 장르의 곡들이 혼재되었지만, 결코 산만함 없이 맛깔스럽게 들리는 건 소속사의 치밀한 기획력의 몫이 크다. 어떤 면에선 태연의 작품은 업계의 앞선 사례를 충분히 벤치마킹하고 가수에게 무슨 옷이 어울릴지 치밀히 계산하고 만들어낸 결과물이기도 하다.
SM은 이미 여러 차례 언급한 바 있지만 A&R (Artist&Repertoire) 부서가 타 업체 대비 특화된 곳이다. (관련 기사: 음반 제작의 성패, 이 두 사람의 손에 달려 있다) 어지간한 회사들마다 다 있는 조직, 직원들이지만 SM에선 단순히 프로듀서를 넘어서 자신들만의 독자 영역을 구축하고 굴러가고 있다.
미니 1집 - 디지털 싱글(SM STATION) - 미니 2집 - 디지털 싱글('11:11') - 정규 1집으로 이어진, 강약이 오고 가는 듯한 태연의 일관성 있는 움직임은 확실한 방향에서 나온 작업이다. 물론 가수의 뛰어난 역량 없이는 이러한 기획 자체가 실현되기 어렵다는 건 두말할 필요 없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