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서 정오로 방식 바꾼 후 '하루늦게' 순위 왜곡은 여전
"지켜보자" "불편" 반응 엇갈려
국내 음원 사이트들이 실시간 차트 집계 기준을 '자정'에서 '정오'로 바꾼 지 13일로 보름이 지났다. 일반 이용자가 적은 새벽에 팬덤을 동원해 차트 상위권을 싹쓸이하는 왜곡 현상을 바로잡기 위해 지난달 27일부터 낮 12시~오후 6시에 발매한 곡만 실시간 차트에 반영하고 있다. 1시간 단위로 실적(다운로드+스트리밍)을 매겨 순위를 정하는 것이다. 오후 7시~다음날 오전 11시에 발매한 곡의 실적은 돌아오는 오후 1시부터 반영한다. 차트를 도배하는 '차트 올킬' '줄 세우기'라는 병폐를 없애기 위해 문화체육관광부 권고로 시스템을 바꿨다. 집계 기준이 바뀐 뒤 어떤 변화가 찾아왔을까.
빅샷으로 꼽히는 소녀시대 태연의 첫 정규 솔로앨범(2월 28일)과 여자친구의 컴백 미니앨범(3월 6일)도 낮 12시에 공개됐다. '트로트 여왕' 장윤정의 신곡과 '낭만 가객' 최백호의 새 앨범도 각각 지난 2일과 9일 정오에 발매됐다.
새벽 시간대 팬덤의 차트 공격은 여전하다는 평도 있다. 여전히 일부 아이돌 곡이 실시간 차트 상위권을 점유하고 있는데, 팬덤의 손길이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다.
13일 오전 11시 기준으로 상위 10위 곡 중 정키의 '부담이 돼'와 드라마 '도깨비' OST '첫눈처럼 너에게 가겠다'를 제외하곤 모두 팬덤을 확보한 아이돌의 곡이다. 이 때문에 집계 기준 변경의 효용성이 크지 않고 아예 실시간 차트가 불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음악평론가 김작가는 "'줄 세우기' '음원 사재기' 등 일부 팬덤에 의한 순위 조작이 쉽다는 건 여전하다"며 "보통 시장은 보이지 않는 손에 움직이는데, 음원 시장만큼은 '보이는 손'에 의해 움직인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일반 음원 이용자들은 음원 사이트 순위를 추천곡 리스트로 삼는 게 일반적인데 이런 보이는 손들은 음악 소비를 특정 방향으로 왜곡시킬 수 있다"며 "낮 기준 집계로 바꿨다고 본질적인 문제는 바뀌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줄 세우기' 방지로 인한 집계 기준 변경으로 음원 공개 시간이 달라지자 불편을 얘기하는 일반 이용자들도 있다.
직장인 이 모씨(35)는 "자기 전에 내려받아 두고 듣는 편을 선호하는데, 정오 때쯤 공개되면 결국 집에 퇴근하고서 내려받아 들을 수밖에 없다"며 "하루 정도 늦게 받아보게 되는 것인데, 이용 패턴을 보면 번거로워진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반대로 음원 시장을 개선하는 첫발을 내디딘 만큼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강태규 음악평론가는 "무분별한 '줄 세우기'를 걷어내고 공정성을 꾀하자는 취지에서는 좋은 시도"라며 "실시간 차트를 십수 년째 접하던 음악 이용자로서는 실시간 차트 폐지는 불편을 초래할 수도 있다. 변화를 지켜보면서 개선책을 궁리하는 게 좋다고 본다"고 말했다.
http://v.media.daum.net/v/201703131704040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