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5/0003227672?sid=101
1990년대 ‘길보드 차트’(가판대 인기곡)가 있었다면 요즘엔 ‘놀이터 차트’가 체감 인기를 보여주는 지표다. 올 여름엔 아이브의 ‘러브 다이브’가 놀이터를 강타했다. 2018년 아이콘의 ‘사랑을 했다’가 어린이들 덕에 역주행한 이래 오랜만에 등장한 ‘놀이터 메가 히트’다. 동심까지 사로잡은 아이브는 데뷔곡부터 3연속 음원 1위, 음반 밀리언셀러에 등극하며 4세대 걸그룹 대표 주자로 자리매김했다.
알라딘에서 팔린 아이브의 음반 구매자 분포(9월 28일 기준)를 살펴보면 40대 비율이 압도적이다. ‘러브 다이브’(75만7721장 판매, 이하 써클차트 29일 기준)와 ‘애프터 라이크’(131만7615장 판매)는 40대 남녀 합쳐 40%나 차지한다. 팬심으로 산 경우도 있겠지만, 부모 사랑이 작용한 경우가 대다수다. 리뷰엔 ‘아이가 좋아해요’ ‘조카 선물로 샀어요’ 등 아이 선물용으로 샀다는 글이 많다. 맘카페와 지역카페에선 자녀들의 아이브 사랑에 부응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선 부모들의 체험기가 더욱 상세하다. 아이브가 대학축제에 온다는 소식에 ‘딸 아이가 가고 싶어하는데 대학교 축제 갈 수 있나요’, ‘주차 가능한가요’ 등의 정보를 공유하거나 포토카드(포카) 구하는 법을 문의하기도 한다.
멤버 장원영의 포카 이벤트를 한 SKT 대리점은 최근까지 초등학생들을 응대하느라 바빴다. 유튜브에는 한 대리점 앞에서 줄지어 장원영 포카를 받아가는 모습이 영상으로 올라와 ‘초통령 장원영’의 인기를 실감하게 했다. 장원영이 지난해 10월부터 모델로 있는 10대 겨냥 캐주얼 브랜드 키르시는 초등학교 고학년 사이 ‘핫 아이템’으로 떠오른 지 오래다. ’6학년 언니룩’ 혹은 ‘사랑의 열매룩’(로고가 체리)으로 불리며 인기를 끌고 있다.화장품 브랜드 이니스프리는 10대를 겨냥해 틱톡 채널을 열고 장원영 숏츠 콘텐트로 도배했다. 광고 업계 관계자는 “10대 타깃의 브랜드 제품들이 아이브를 광고 모델로 선호하고 있다. 유아·어린이 문구 쪽에서도 아이브 관련 문의가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피아노 학원, 무용·발레 학원 등 어린이가 가는 곳마다 아이브가 있다. 노래와 안무를 따라 해 영상으로 남기고, 키즈 카페에선 아이브 곡이 나오면 군무로 이어진다. 뚜아뚜지, 오마이비키, 포켓TV 등 발빠른 인기 키즈 콘텐트 채널에선 이미 아이브 관련 영상을 제작했다. 어린이들의 대표 취미인 슬라임(액괴)을 다루는 유튜버들은 배경음악으로 아이브 노래를 선곡하거나 아이브 관련 퀴즈를 내면서 많게는 7만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