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평가에 대해 옳다, 그르다를 얘기하려는 건 아니구요. 많은 사람들이 추상작품들을 볼 때 그렇게 말하긴 해요.
근데 님이 말한 '무슨 선 하나'를 아무 생각없이 그어 넣지는 않아요.
유명한 작가든 도시 외각에서 조그맣게 갤러리전시회를 열어 개인작품을 내걸은 작가든 그 선은 생각없이 넣은 게 아니라는 거죠.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 중에서 전시회에 있는 팜플렛을 어느정도 읽고 전시를 보거나 오디오로 설명을 들으면서 보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하는 의문이 들어요. 그 작가가 여태껏 무슨 그림을 그렸나를 미리 찾아보고 간다면 적어도 선 하나로 예술이다, 아니다를 아주 쉽게 얘기하지 않을 거에요. 감상에는 '평가'와 '해석(이해)'이 있고, '평가'와 '해석'은 같은 개념이 아니죠. 해석은 하지 않고 평가만 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평가는 누구나 할 수 있어요. 5초만에 그림 한 점보고 '에이~ 이걸 예술로 보긴 무리지. 보는 사람들이 이해 못할 선 하나 떡 그려놓고서는..'라고 말하는 것은 평가에요. 평가의 옳고 그름을 말하려는 게 아니에요. 다만 평가와 감상을 혼동하는 경우가 많다는 거죠. '그런 주제로 그렸구나.. 그런데 난 크게 와닿지 않은걸. 왜 작가는 이런식으로 표현했지?'가 더 감상에 가깝지 않을까요. 그리고 님이 생각하는 예술과 제가 생각하는 예술의 정의가 다른 것 같네요. 저에게 예술은 감상의 대상이에요.
어떤 미술적 사고를 가지고 자신의 사관을 어떤 식으로 작품에 투영하는 가에 따라 다양한 미술적 표현이 나오는데요. 일반인이 자신의 생각을 가지고 선을 하나 그렸다고 해서 작품은 될 수 있겠지만 미술사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기는 힘듭니다. 이유는 과정이 없다는 것이죠. 예를 들어 이우환작가의 작품을 비교하자면, 그분 작품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선과 면 그리고 여백을 활용한 표현이 주가 됩니다. 작가 왈 그 여백을 이야기 할 때 그는 사물과 공간이 서로 반향하면서 서로에게 응답하는 장소라고 이야기 합니다. 그러한 자신의 의도를 표현하고자 수많은 습작을 통해 몇 십, 몇 백의 작품을 제작했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미술사적으로 인정받은 한국의 몇 안 되는 작가이고요. 선 하나를 그냥 그린 것이 아니라 몇 년 또는 몇 십 년 동안 여러 작품을 시도하면서 나온 하나의 작품입니다. 미술사에 남는 작가의 작품은 문화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