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선 '히말라야' 못 이기고
베트남선 한국과 합작영화 '내가 니 할매다'에 밀려..
SM엔터테인먼트에 협업 제안…엑소 뮤직비디오 앞세워 중국 공략.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
10년 만에 나온 ‘스타워즈’ 시리즈의 신작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가 각국 박스오피스 1위를 점령 신기록을 갈아치우는 가운데 유독 아시아 국가에서 저조한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제작사인 월트디즈니는 27일(현지시간) ‘깨어난 포스’가 개봉 12일 만에 북미에서 5억4500만달러(약 6380억원), 그 외 지역에서 5억4600만달러(약 6390억원)의 관람료 매출을 올려 역대 최단기간 10억달러 돌파 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한국, 베트남, 터키에서는 자국 영화에 1위 자리를 내주며 ‘굴욕’.
미국주간지 할리우드리포터는 “세계 영화관을 ‘스타워즈’가 지배하는 가운데 한류가 스타워즈 ‘포스’에 저항하고 있다”며“한국과 베트남이 스타워즈 저항군의 거점이며 그 근간에는 아시아를 지배하고 있는 ‘한류 열풍’이 있다”고 분석.
베트남에서는 심은경이 주연한 한국 영화 ‘수상한 그녀’를 리메이크한 양국 합작영화 ‘내가 니 할매다’가 지난 11일 개봉 이후 2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 ‘깨어난 포스’를 멀찍이 따돌렸다.
“2014년 한·베트남 최초 합작 영화인 ‘마이가 결정할게2’가 흥행 1위에 오른 뒤 베트남에서 한국 영화의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며 “‘내가 니 할매다’는 리메이크 과정에서 베트남전쟁의 역사와 가족의 소중함 등 베트남 전통과 가치를 반영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베트남판 수상한 그녀 '내가 니 할매다'
스타워즈 시리즈가 유독 아시아에서 흥행하지 못한 것은 ‘스타워즈 향수’를 공유하는 팬층이 두텁지 않아서다. 전문가들은 우주를 배경으로 한 데다 영웅신화와 선악 대립 등 ‘서구적 문화코드’가 현실적 이야기를 좋아하는 아시아 관객의 취향에 맞지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대중문화 평론가 심영섭 씨는 “똑같은 SF영화라고 하더라도 ‘인터스텔라’와 같이 생각할 지점을 주는 영화와 달리 ‘미국의 건국 신화’라고 불리는 스타워즈 시리즈에는 한국인들이 정서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월트디즈니는 아시아의 젊은 층을 ‘스타워즈 키즈’로 기르기 위해 대대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후속작의 흥행을 위해 아시아에 ‘스타워즈 문화’를 심겠다는 전략. 집중하는 곳은 중국 시장이다. ‘깨어난 포스’가 역대 흥행 1위작 ‘아바타’를 제치려면 세계 2위 영화시장으로 급성장한 중국에서의 흥행이 관건. 한류스타인 아이돌그룹 엑소(EXO)의 중국인 멤버였던 루한을 홍보대사로 임명했다.
스타워즈 문화에 익숙지 않은 아시아 10~20대 젊은 층을 잡기 위해 SM엔터테인먼트 측에 ‘협업’도 제안. 디즈니는 지난달 엑소와 스타워즈 협업으로 영화에 등장하는 광선검을 모티브로 한 신곡 ‘라이트세이버(Lightsaber)’를 발표해 유튜브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 ‘라이트세이버’를 기획한 이성수 SM 프로듀싱본부장은 “아시아의 젊은 관객을 흡수하려는 디즈니와 외연을 확장하려는 SM의 전략이 맞아떨어진 결과”라며 “스타워즈 세대가 아닌 엑소의 어린 팬들이 뮤직비디오를 본 뒤 ‘제다이가 누구냐’며 스타워즈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할리우드리포터는 “엑소가 아시아에서 스타워즈의 ‘포스’를 깨우고 있다”며 “K팝의 명성에 힘입어 스타워즈가 아시아 시장에서 광고 효과를 톡톡히 누릴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