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관광객들이 29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JYP엔터테인먼트 사옥 앞에서
건물 벽에 붙어 있는 한류스타들의 사진을 바라보고 있다.
지난 29일 오후 4시쯤, 서울 강남구 청담동 연예기획사 JYP엔터테인먼트 인근에 10, 20대 외국인 여성관광객들이 진을 쳤다. 중국 태국 베트남 등 각국에서 모인 이들의 목적은 ‘아이돌 한류스타’를 직접 보는 거였다. 이들은 JYP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10여m 떨어진 도넛 판매점의 실내 테이블 7개와 야외 테이블 2개를 모두 점령. 자리가 없어 7명은 매장 계단에 주저앉았다.
매장 안에서 이어폰으로 신인 아이돌그룹 ‘갓세븐(GOT7)’의 노래를 듣고 있던 태국인 페이(18·여)씨는 “지난 13일 한국에 들어온 뒤 8번이나 JYP 건물 앞을 찾았다” “지난주에는 같이 여행 온 여동생(16)과 함께 갓세븐 멤버를 보기 위해 밤늦게까지 기다리다 막차를 놓치기도 했다”
이곳에서 400여m 떨어진 연예기획사 SM엔터테인먼트 건물 앞도 상황은 마찬가지. 길 건너편에 자리 잡은 ‘강변 오솔길 공원’의 벤치와 시소 등은 20여명의 외국인 여성관광객들이 차지했다. 벤치에 앉아 있던 중국인 장밍위(22·여)씨와 마이닝(22·여)씨는 누군가 SM엔터테인먼트 건물 쪽으로 다가가기만 해도 손에 들고 있던 카메라를 치켜들었다. 23일 한국에 온 이들은 슈퍼주니어 멤버들을 보는 게 소원이다. 이들은 “오늘도 3시간 넘게 기다렸다”며 “6월 1일 중국으로 돌아갈 때까지 매일 이곳에 올 예정”이라고 했다.
청담동은 최근 외국인 한류팬의 필수 관광코스가 됐다. 한류스타를 배출한 대형 기획사가 물려 있어 오가는 연예인들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외국인 관광객은 기획사 주변에만 모여 있을 뿐이다.
한류가 ‘관광’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부실한 콘텐츠에 있다. 부족한 볼거리나 먹거리 등은 수많은 외국인 한류팬을 그냥 연예기획사 앞에 죽치고 있게만 만든다. JYP엔터테인먼트 사옥 앞에 앉아 있던 한 외국인 관광객은 “가격이 비싸서 주변 식당보단 인근 편의점이나 분식점에서 밥을 사먹는다”고 말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한국을 찾은 전체 외국인 관광객은 2012년 1114만28명에서 지난해 1420만1516명으로 27% 증가. 일본 관광객은 줄어든 반면 중국 대만 태국 홍콩 등에서 많이 찾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