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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5-03-10 23:17
[잡담] 수많은 ‘엠버’들에게, “stay weird, stay different!”
 글쓴이 : 쁘힝
조회 : 2,613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으로 제87회 아카데미시상식에서 각색상을 받은 그레이엄 무어는, 시상대 위에 올라 인상 깊은 소감을 남긴다. "stay weird, stay different(이상해도 괜찮아, 남들과 달라도 괜찮아)." 이는 고(故) 스티브 잡스의 명언, "stay hungry, stay foolish"와 비견되며 현재 많은 이들에게 커다란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중이다.

영화 속 주인공, '엘렌 튜링'은 실존했던 인물로 제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의 해독불가 암호 '애니그마'를 풀어내는 기계(컴퓨터의 시초)를 발명해 전쟁의 종식을 앞당긴, 천재 수학자다. 그의 비상한 머리 덕에, 무려 1400만 명에 달하는 인명이 죽음의 문턱을 밟지 않을 수 있었다.

하지만 정부가 엘렌 튜링의 이야기를 비밀에 부치는 바람에, 이 같은 진실은 그가 죽을 때까지도 아무도 알지 못했다. 오히려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한평생을 고통 속에 살아야 했던 그는, 결국 xx로 생의 끝을 맞이하고 말았다. '비운의 천재'라는 수식어가 이만큼 잘 어울리는 사람이 또 있을까.

엘렌 튜링을 사람들 앞으로 데려온 그레이엄 무어의 삶도 마찬가지였나 보다. 남들과 다른 자신을 스스로 이상하게 여기며 세상에 속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절망감과 자책감에, 16살 무렵 xx시도를 한 적이 있었다고 하니. 이걸로 끝이라면 그 또한 '비운'이었겠지만, 곧 이어진 그의 감격에 찬 목소리는 오해와 편견, 어떤 틀에 의한 판단이라는 폭력 아래 몸을 웅크린 채 살아와야 했던 이들의 고개를 바짝 들게 한다.

어쩌면 당신처럼 사회에서 수도 없이 배척받고 소외되었던 자신이. 이렇게 많은 이들이 부러움의 눈길로 올려다보는 아카데미 무대 위에 서 있다고, 수많은 '엘렌 튜링' 혹은 '그레이엄 무어'들에게, 그 누구도 해주지 않은 말, "stay weird, stay different"를 외쳐준 것이다. 이에 시상식에 참여한 이들은 모두 기립해 아낌없는 박수갈채를 보냈다.

뭐, 일각에선 그레이엄 무어도 엘렌 튜링처럼 동성애자란 소리가 아니겠느냐는 의견도 있다만 이런저런 후일담은 뒤로 하고, 이 같은 그의 수상소감이 유독 여러 사람들의 마음을 파고든 까닭은 무엇일까. 왜냐하면, 장내 사람들만 기립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갖가지 매체를 통해 시상식을 접하고 있던 사람들 또한 그레이엄 무어의 말을 자신의 SNS로 실어 나르며 감동을 전하느라 여념이 없었으니까.

사실 그레이엄 무어의 "stay weird, stay different"는 보통의 우리 모두에게 해당되는 것이다. 사회가 규정해 놓은 '틀'에 따라 모범적으로 중고등학교를 마치고 취업을 잘 하기 위해 좋은 대학에 들어가고, 취업 후엔 정해진 '기준'에 따라 사람을 만나고 그 사람과 가정을 꾸리기 위해 '규격'에 맞춘 결혼식을 올린다. 이 모든 과정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보통의 것이나 다른 길로 간다고 해서 혹은 늦어진다 해서 이상할 것까진 없다. 하지만 현 사회는 이를 따라오지 못하는 사람들을 이단아 혹은 낙오자로 취급한다. 아니, 스스로를 그렇게 취급하도록 만든다.

이는 남성과 여성에 대한 관점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나는데 남성은 '남성'다워야 하며, 여성은 '여성'다워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못하면 이상한 존재로 생각하며 성정체성부터 의심해본다. 데뷔 7년차인 걸그룹 '에프엑스'의 '엠버'는 여느 여자 아이돌과는 정반대의 모습을 취한다. 짧은 머리에 바지를 즐겨 입고, 운동을 좋아하며 체력에 있어서도 웬만한 남자 못지않다. 어찌 보면 여자라기보다 예쁘장한 소년 같기도 하다.

우리의 뇌리에 박힌 여자 아이돌이란 이미지는, 비율 좋은 몸매와 매끄러운 외모를 선보이며 카메라 앞에선 여러 의미의 매혹적인 자태를 취하는 이들이다. 어느새 이처럼 굳어진 사고방식 속에 살다보니, '엠버'의 등장은 보통의 우리들로선 영 당황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가 규정지어놓은 남성과 여성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모습에, 선뜻 그녀의 성정체성을 의심하기도 했고, 편견에 의해 행해지는 폭력적인 언사들(정작 본인은 인식하지 못하는)을 서슴없이 건네기도 했다.

"be yourself, that's beautiful"

얼마 전 방영된 Mnet '네가지쇼'에서 '엠버'는 왜 치마를 입지 않느냐는 한 누리꾼의 질문에 '쿨'하게 답한다. "내 인생이니까." 물론 '엠버'가 처음부터 이렇게 '쿨'할 수 있었던 건 아니다. 어렸을 적부터 보통의 여자아이들과 다른 취향과 그에 맞게 꾸며진 외모 때문에 받은 따가운 시선들과 괴롭힘 때문에 많이 움츠러들어 있었다고. 한국에 와서도 "너 왜 이렇게 이상해"란 질문을 수없이 받았고 그럴 때마다 절대 사람 외모 보고 판단하지 말자는 다짐을 했다고 한다.

그러다 문득 "나는 내가 정말 좋은 데 내가 왜 나를 숨기려 하지? 이기적인 말이지만 이제부터 나는 나대로 할 거야."란 생각이 들었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도 충분히 아름답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한다. 이 마음이 바로 과거와 현재를 이어 '엠버'를 존재할 수 있게 만든 힘이며 미래까지 굳건히 이끌어갈 동력이다.

여전히 우리는 긴 머리의 '엠버', 치마를 입고 하이힐을 신은 '엠버'를 떠올린다. 우리가 여성성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이 '엠버'에게서 조금만 발각되어도 '천상여자'라는 수식어를 붙이며 반가워한다. 우리도 그동안 사회가 제공한 하나의 틀에 의해 재단되며 고통스러운 신음소리를 흘려왔음에도, 서로를 향한 또 하나의 시선 혹은 틀이 되어 그 누구도 비집고 나가지 못하게 감시하는 것이다.

"be yourself, that's beautiful(원래대로 해, 그 자체로 아름다우니까)" 잭슨이 '엠버'에게 한 말이다. 아닌 척, 보통의 기준에 잘 맞춰온 척 했음에도 그레이엄 무어의 "stay weird, stay different"란 말 한 마디에 가슴이 뭉클해져 버리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마음자세가 아닐까.







출처 : 해외 네티즌 반응 - 가생이닷컴https://www.gasen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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