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사랑 벚꽃 말고’ - HIGH4, 아이유 싱어송라이터들은 전문 작사가와 달리 모든 가사가 ‘자신’을 나타내는 이야기가 된다는 점에서 상업성을 경계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곡과 가사를 동시에 통제할 수 있기에 이거다 싶은 한 줄이 나오면 멜로디라인을 바꿔버릴 수도 있다. 그래서 한 번 잘 나온 싱어송라이터의 자작곡은, 전문 작사/작곡가가 만든 그것과 비할 바 없는 완성도를 가질 수밖에 없다. 반대로 멜로디에 관여할 수 없는 다른 사람의 곡에 가사를 붙이는 일은 아무래도 작사만 해온 사람에게 더 유리하다. 상업성 또한 더 잘 훈련되어 있다. 아이유가 가사를 쓴 HIGH4의 ‘봄 사랑 벚꽃 말고’는 그런 점에서 놀라웠다. 싱어송라이터이자 전문 작사가 둘 다를 할 수 있다는 능력치를 보았기 때문이다.
예전엔 겨울이 앨범 비수기였다. 연말에는 시상식 등 ‘새로 나온 음반’에 대중의 관심을 끌기가 힘들고, 머라이어 캐리 등의 스테디 음원이 게임으로 치면 ‘네임드 몹’처럼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은 봄이 그렇다. 우선 버스커버스커의 ‘벚꽃엔딩’과 로이 킴의 ‘봄봄봄’이 있다. 그 외에도 크고 작은 ‘봄캐롤’들이 어지간한 신곡보다 파워풀한 게 요즘 봄의 음원차트의 실상이다. 나조차도 봄에 나오는 노래 가사를 의뢰받은 경우 봄, 벚꽃을 피하느라 여간 머리 아픈 게 아니다. 그렇다고 마냥 피하기엔 ‘봄’만큼 사람 마음 간질이기에 좋은 테마가 없는 게 사실이다. 그래서 이 시즌에는 경쟁률을 불사하고 ‘봄노래’들이 쏟아져 나온다.
이 모든 상황을 계산하는 것은 ‘전문 작사가’나 ‘제작자’만의 일이라 생각했다. 아이유가 가사를 잘 쓴다는 것은 진작에 알았지만, 신인 팀이 데뷔하기에 이토록 모든 조건을 가진 테마를 뽑아낼 수 있는 기획마인드까지 갖추었을 줄은 몰랐다. 이 가사는 ‘봄, 사랑, 벚꽃’이라는 모든 상업적 테마를 아우르는 동시에 그것과 전혀 다른 이야기로 홀로 빛날 수 있는 모든 요소를 갖췄다. 불리한 상황들을 역으로 이용한 셈이다. 심지어 아이유 작사/작곡인 줄 알았을 만큼 멜로디에 가사가 찰싹 붙어 있기까지 하다. 이 곡은 작년 봄에 발표되었고, 올 해 차트에서 ‘봄 캐롤 네임드 몹’ 중 하나가 되었으니 이 가사가 단순히 ‘아이유’가 작사하고 피처링해서 사랑받은 노래가 아니었다는 사실은 입증되었다. HIGH4는 아이유를 데뷔시킨 최갑원 프로듀서가 제작한 팀이다. 내가 아는 아이유는 은혜를 50배로 갚는 까치이다. 나는 그런 그의 성향이 이 가사에서 느껴진다. 그가 제작하는 팀이 잘될 수 있는 모든 것을, 아마 본인의 노래 가사를 쓸 때보다 고민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