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한길 기자] 지난해 8월 발매된 곡이 끊임없이 역주행하더니 결국 4개월이 훌쩍 지난 2015년 1월, '지상파 1위'라는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냈다. 걸그룹 EXID(솔지 LE 정화 하니 혜린)가 그 주인공이다.
EXID는 지난 9일 오후 방송된 KBS2 '뮤직뱅크'에서 '위아래'로 1위의 영광을 안았다. 이는 지난 8일 방송된
케이블TV Mnet '엠카운트다운' 1위 이후 두 번째 1위이자 지상파 첫 1위다.
◆ 산전수전 겪은 EXID EXID의 이러한 결실은 그동안 EXID가 여러 가지 아픔도 겪었던 터라 더욱 값졌다. EXID는 지난 2012년 2월 16일 '유명
작곡가 신사동호랭이가 제작자로 나선 걸그룹'이라는 타이틀 아래 데뷔 앨범 '할라(HOLLA)'로 한국 가요계에 모습을 드러냈다.
작곡가 신사동호랭이가 키운 걸그룹이라는 수식어는 그 존재만으로 큰 관심을 끌었고, 대중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그러나 EXID는 타 걸그룹과 별다른 차별성은 보이질 못했고, 반응 역시 냉랭했다. 심지어 "작곡가가 키운 걸그룹들은 안 된다"라는 소리도 들어야 했다.
이후 EXID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그해 멤버 교체도 한 차례 겪게 됐다. 6인조로 활동하던 EXID에서 세 명이 팀을 나가는 힘든 상황을 맞이했고, 솔지와 혜린이 새 멤버로 들어왔다. 이러한 행보는 EXID에게 큰 위기로 다가왔으며, 멤버들 역시 큰 혼란을 겪었다. 이후 EXID는 1년 10개월이라는 오랜 공백 기간을 겪으면서 힘든 나날을 보내야 했다.
그리고 지난해 8월 27일 예당
엔터테인먼트와 계약을 하는 등 전열을 가다듬은 EXID는 신곡 '위아래'를 들고 다시 한 번 대중의 앞에 섰다. 그러나 이 역시도 역부족이었다. '위아래'는 각종
음악 차트에서 70-80위 권을 맴돌며 대중의 기억 속에 소리소문없이 사라져야 했다. 그런데 EXID에게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위아래'의 순위가 점점 상승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고,
SNS상에는 EXID가 '위아래'를 열창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빠르게 확산됐다. 심지어 길거리 곳곳마다 '위아래'가 들리기 시작했다.
이러한 현상의 발단은 인터넷방송 아프리카TV의 한 BJ로부터 시작됐다. 한 BJ가 '위아래'를 추는 커버
댄스 영상이 SNS상에서 큰 인기를 모으면서 관심이 시작됐고, 덩달아 멤버 하니의 직캠(팬이 직접 촬영한 영상) 영상도 '섹시 영상'으로 관심을 받으면서 '위아래'가 재조명받은 것. 이를 통해 EXID의 '위아래'는 한국 가요계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이례적인 역주행 행보를 보이기 시작했다. 다른 곡들 역시 순위가 300위 가까이 껑충 뛰어올랐다.
◆ 팔방미인 EXID 물론 '섹시'라는 콘셉트와 SNS의 힘이 컸지만, 이는 EXID의 '위아래'가 품고 있는 강력한 중독성이 팬들의 일시적 관심을 뛰어넘어 차트 역주행으로까지 이어지게 됐다. 이는 멤버들 개개인의 탄탄한 실력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했다.
화제를 모은 직캠의 주인공 하니는 뛰어난 외모뿐만 아니라 출중한 춤 실력을 겸비했다. 하니는 고등학생 시절 JYP엔터테인먼트의 연습생으로 발탁돼 트레이닝을 받기도 했으며, 중국
유학을 통해 영어와 중국에 능통하다. 막내 정화 역시 하니와 마찬가지로 JYP엔터테인먼트에서 연습생 생활을 한 경험이 있으며, 어린 시절 아역
배우 생활을 하고, 원더걸스의 '텔미' 뮤직비디오에 출연한 적이 있다. 또 대만판 '별에서 온 그대'의 OST를 부른 대만 가수의 뮤직비디오에서 주인공도 했다.
래퍼 LE는 뛰어난 랩 실력과 작사, 작곡 능력까지 갖춘 실력파다. 데뷔 전 언더그라운드에서 활동했으며, 특히 '위아래'의 작사, 작곡에 참여했다는 점은 그를 더욱 돋보이게 했다. 과거 트러블메이커의 '내일은 없어'와 쥬얼리의 '룩앳미(Look At Me)' 등에도 작사가로 참여했던 LE는 '위아래'를 통해 다시 한 번 남다른 음악 센스를 보여주고 있다.
보컬 솔지는 지난 2006년 '투앤비'라는
이름의 여성 듀오로 이미 가요계에 데뷔한 바 있다. 이후
보컬 트레이너 활동을 거쳐 EXID의 새 멤버로 합류했다. 오랜 기간 가요계에서 활동하면서 보컬 실력을 인정받은 만큼 뛰어난 가창력을 갖고 있다. 또 솔지와 함께 EXID에 합류한 혜린 역시 데뷔 전 오랜 연습생 시간을 거친 만큼 탄탄한 기본기를 가지고 있다.
◆ 끝없는 팬들과의 소통 이러한 단 며칠 새 벌어진 놀라운 현상에 EXID도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순위가 점점 상승하자 EXID는 방송 활동이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팬들을 만나기 위해 거리로 나서기 시작했다.
EXID는 지난해 11월 22일 서울시 종로구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을 깜짝 찾았다. 반응은 놀라울 정도로 폭발적이었다. 게릴라 공연에도 불구하고 한창 인기를 끌고 있던 터라 수많은 인파가 주위로 몰려들었던 것. 이에 보답하듯 EXID는 자신들의 매력을 충분히 어필하며 팬들을 열광시켰다. 이어 EXID는 그날 바로 서울시 마포구의 홍익
대학교 근처에도 모습을 드러내며 팬들과 소통했다.
또 EXID는 다음 날인 23일 서울시 중구 명동과 동대문 밀리오레에서도 깜짝 게릴라 공연을 펼쳤고, 30일 명동을 또다시 찾아 계속적으로 팬들과 소통했다. 그리고 EXID는 지난해 12월 1일 팬미팅
행사도 진행했다. EXID의 특유의 친화력은 팬들과의 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EXID는 지난해 12월 7일 '인기가요' 촬영을 마치자 자신들의 SNS를 통해 근처 공원에서 미니 팬미팅을 가진다는 소식을 알렸고, 자리를 찾은 수십 명의 팬과 만나 격 없이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뜻깊은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이렇듯 EXID는 자신들의 인기에 철저하게 "팬들 덕분"이라며 팬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기 위해 노력했다. SNS를 통한 소통은 기본이고, 시간이 될 때마다 길거리로 나서 직접 팬들과 만났다. 이러한 EXID의 행보는 팬들의 마음을 '단순 관심'에서 '좋아하는 걸그룹'으로 변하게 했고, 이제는 EXID를 '가장 좋아하는 그룹'이라며 EXID가 나타나는 곳곳마다 동행했다. 이를 증명하듯 EXID의 팬카페 회원 수는 13000명을 넘어서고 있다.
오랜 활동에도 대중들은 EXID를 '엑시드'라고 발음하며 그들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그러나 EXID는 놀라운 역주행으로 '이엑스아이디'라는 그룹명을 대중들에게 제대로 각인시켰고, 데뷔한 지 1059일 만에 '자상파 1위'라는 기적을 만들었다.
EXID가 이러한 놀라운 기적에 힘입어 '위아래'의 다음 곡도 성공 가도를 달릴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티브이데일리 김한길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송선미, 조혜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