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호는 저도 재미없게 봤습니다.
계속 포기하면서 4번에 걸쳐서 겨우 봤어요.
근데 신기하죠. 재밌다는 사람도 많고.
넷플릭스에서는 2위와 격차를 2배 이상으로 늘리면서 더 인기가 많아지고 있어요.
왜 나는 이 영화가 별로일까..
재미없는 이유과. 성공한 이유를 생각해봤어요.
1. 엉성한 연출
영화에 재미를 느끼는 기준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저는 연출이 엉성하면 전혀 재미를 못 느껴요.
승리호.. 솔직히 특수효과 잘 해냈지만, 엉성하죠.
동선연출은 엉망이고 모든 특수효과가 1~3초정도만 나옵니다.
우주선끼리 싸울때 어떤 움직임으로 피하고 공격하는지 나오지 않고.
짠 하고 나타나서 갑자기 펑 하고 터뜨리고 이깁니다.
우주선 안에 있던 사람이 금새 밖에 올라와 있고.
마지막에 업동이 몸 잘리는것도 대체 어떤 과정으로 잘려버린건지 안 나옵니다.
막 싸우는 듯 하더니 갑자기 몸이 잘려 있어요.
모든 동선이 생략되고 결과만 보여줍니다. 그마저도 잠깐만 보여줍니다.
이러니 어벤져스를 비롯, 헐리우드 SF에 익숙해져있고,
미국식 꼼꼼한 연출에 길들여진 사람들에게는 이거 뭐야 완전 엉망이네 라고 느낄수밖에 없는겁니다.
어벤져스를 예로 들자면 아이언맨의 손가락 하나하나 움직임부터,
타노스의 얼굴 주름이 움직이는 것 까지 아주 천천히 자세하게 표현해주니까요.
허나 이는 제작능력이 아니라 예산의 차이라 봅니다.
2시간짜리 승리호 예산이 원더우먼 영화 도입부 몇분짜리 예산에 불과하다고 하죠.
당연히 헐리우드 영화처럼 꼼꼼하게 표현하려면 수천억이 들어갈 수 밖에 없었을겁니다.
그리고 그정도 예산이면 아마 더 잘 표현해 냈을거구요.
대한민국 3D VFX 작업능력은 이미 할리우드급입니다.
대다수 할리우드 영화를 우리나라 업체들이 하청받는데요 뭐.
2. 매력없는 캐릭터
솔직히 가디언즈오브 갤럭시랑 비교하면 정말 캐릭터들이 별루죠.
정확하게는 캐릭터가 별로라기보다, 캐릭터를 좋아할만한 내용이 없습니다.
김태리는 영화내내 인상만 쓰다가 마지막에 총질하고 끝나고.
송중기는 전설적인 엘리트 군인 출신인데 싸우는 장면도 거의 안 나옵니다.
각 캐릭터마다의 과거 설명이나 에피소드가 없어요. 그러니 애착도 안가고. 멋져 보이지가 않습니다.
하지만 따져보면, 2시간짜리 영화에 캐릭터들의 개인에피가 들어갈 여유가 없어요.
시작부터 끝까지 불필요한 장면없이 다 썼는데도 2시간이 훌쩍 넘어갔습니다.
배경설명-캐릭터등장-갈등시작-고난-반전-해결까지 한편에 다 몰아넣으려니 캐릭터 설명할 시간이 없는겁니다.
후속작이 담보된것도 아니고, 감독입장에서는 캐릭터를 버리고,
240억에 SF영화 한편 완성하는것을 목표로 할 수 밖에 없었던 것 같습니다.
3. 뻔한 장면, 뻔한 반전, 뻔한 결말.
이부분은 뭐 다들 많이 얘기하시는 내용이니 생략..
4. 그럼에도 성공한 이유? - 전체연령가.
감독의 전작이 [탐정:홍길동] 과 [늑대소년] 입니다.
두 영화 모두 큰 흥행은 못했지만 연출과 독창성, 내용에 많은 인정을 받은 영화들이예요.
탐정 홍길동은 정말 명작이죠. 저는 이 영화 5번 봤습니다.
감독이 과연 연출력이나 스토리텔링이 모자라서 그랬을까? 아니라고 봅니다.
첫 한국형 우주SF인 만큼 실패하기 싫었을거예요.
그래서 타겟을 전연령에 맞추었고. 철저하게 이해하기 쉬운 팝콘무비로 만들었다고 봅니다.
저처럼 연출 하나하나에 재미를 느끼는 사람들은 실망하겠지만.
그저 영화 자체를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이정도면 충분한겁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애들 눈에는 저정도면 최고의 SF영화인겁니다. 그래서 성공했다고 봐요.
오히려 날이 갈수록 승리호의 넷플릭스 시청률이 점점 커지는것만 봐도.
미성년자들 유입이 늘어나는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신과함께 정말 재미없게 봤거든요. 근데 그 영화가 두번을 크게 성공하더군요.
그거 보고. 아.. 정말 영화에서 재미를 느끼는 포인트가 사람마다 다르구나 싶더라구요.
5. 결론
승리호는 아마도 넷플릭스에서 장기간 최상위권을 유지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만큼 영화가 쉽고, 부모님이 아이들 데리고 보기에 좋습니다.
아이들이 얼마나 SF를 좋아하고 우주를 좋아합니까.
하지만 요즘 코로나 때문에 헐리웃 신작이 없어요.
현재 전세계 아이들의 SF영화 갈증을 승리호가 독점하고 있는겁니다.
저는 이정도면 충분하다고 봐요.
아쉬운 점은 있으나 우리나라의 제작기술과 감독의 스토리텔링이 모자라서 별로인게 아니니까요.
오히려 이로 인하여 해외의 한국영화 투자는 더 늘어나고,
한류팬은 더욱 더 늘어날거라고 봅니다.
다음 한국형 우주 SF는 아마도 정말 헐리웃과 비벼볼만한 영화가 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