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연예인 상당수 “댓글 챙겨본다”…국내 온라인 전체 댓글 80%는 ‘악플’
■‘날선 세상’ 등진 구하라…‘악플 근절’ 목소리
한국 연예인에게 악플은 감내해야 할 일종의 숙명처럼 여겨졌다. 특히 여성 연예인에게는 더욱 날카로운 시선과 엄격한 잣대가 적용됐다. 문제는 당사자들이 자신을 향한 비난을 오롯이 느끼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인터뷰를 진행하며 만난 배우들은 “댓글을 하나하나 챙겨 보고 있다”며 “단단한 마음을 가지려고 하지만, 악플을 볼 때면 무너져내릴 때가 있다”고 전했다. 몇몇은 자신의 기사에 달린 댓글을 언급하며 “실제로 주위 분들도 이렇게 생각하시냐”고 조심스러운 물음을 건네기도 했다.
그룹 걸스데이 출신 가수 겸 배우 이혜리는 최근 인터뷰 자리에서 악성 댓글과 관련해 “누군가가 날 싫어한다는 것에는 익숙해질 수 없는 것 같다”며 “때로 억울하기도 하고 속상하기도 하다”고 전했다. 윤아는 “평소 기사와 댓글을 하나하나 빠짐없이 다 보는 편이다. 악플이 있으면 사람이다 보니 신경이 쓰인다”고 했고, 최근 종영한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의 손담비는 “댓글을 챙겨보는 편인데 이번엔 악플이 없어서 너무 기쁘더라”고 말했다. 홍진영은 “악플을 볼 때면 상처를 받는다”며 “저처럼 우울증 없는 사람들도 그런 악성 댓글을 보면 참 힘이 들더라”고 털어놨다.
■이혜리·고규필·홍진영 등…韓 연예인 상당수 “댓글 챙겨봐”
이뿐만 아니다. 정우성은 “비판적인 댓글은 존중하지만, 의미 없는 인신공격이나 개인사를 건드릴 때엔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고 했다. 고규필은 “악플에 마음이 너무 아파 무너질 때도 있다”고 털어놨다. 문소리는 인터뷰 자리에서 인상적인 기사와 댓글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당시 “시간 날 때마다 기사와 댓글을 본다. 악플도 다 보고 있다. 마음이 아플 때도 있다”고 했다.
최근 영화 ‘나를 찾아줘’로 14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하는 이영애 역시 댓글을 종종 확인한다. 그는 “포털사이트 댓글을 보면 여러 말이 나온다”며 “저 같은 경우에는 응원해주시는 댓글을 보고 대중 곁으로 돌아오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당부도 곁들였다. 그는 “작은 것에 휩쓸리지 말고, 날카로운 바늘에 자기 자신이 터져버리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이외에도 배우 서우, 안효섭, 배슬기, 임수향, 고성희, 가수 지민, 장문복, 은정과 박기영을 포함한 연예인 대부분은 자신의 기사나 게시글에 달린 댓글을 챙겨본다고 말하며 “악플에 무너질 때도 있다”고 말했다.
■국내 온라인 전체 댓글 80%는 ‘악플’
온라인상에는 악성 댓글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공론의 장’인 인터넷이 무차별적인 댓글 테러에 ‘혐오의 공간’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본지가 국내 포털 중 가장 높은 점유율을 가진 네이버 댓글을 분석한 결과, 지난 9월과 10월 신고·자진삭제 댓글은 340만 3019개였다. 이는 전체 댓글 수인 2929만 901개의 11%에 해당한다. 이는 욕설을 댓글에 포함한 직접적인 ‘악플’의 수치로, 욕설을 포함하지 않는 인신공격과 성희롱성 댓글의 정도는 더욱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 결과도 있다. 사회나 정치 등의 다른 카테고리의 기사보다 악성 댓글의 비율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 결과도 있다. 김찬호 성공회대 교수에 따르면 국내 전체 포털 사이트의 악플과 선플의 비율은 4 대 1 정도다. 온라인 댓글 가운데 무려 80%가 악성 댓글인 셈이다. 일본은 20% 수준이고, 네덜란드는 더 적은 10%에 불과했다.
‘인터넷 실명제’와 함께 좀 더 근본적인 방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연예 기사 댓글 폐지와 처벌 강화 등의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독일과 미국 같은 국가는 가짜 사실을 바탕으로 댓글을 달면 벌금을 매긴다. 독일의 경우에는 최고 650억, 미국은 1억 원 정도”라고 말했다. 김 평론가는 “이에 비해 한국의 악성 댓글 규제나 처벌 시스템은 상당히 미약한 편”이라며 “건전한 온라인 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하루 빨리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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