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한국 가수들의 도쿄돔 러시가 펼쳐진다. 지난 1월 카라를 시작으로 슈퍼주니어·지드래곤·JYJ·2PM·동방신기까지 도쿄돔 공연이 예약된 상태다. 한국에서 소위 A급으로 분류되는 팀들은 모두 도쿄돔 무대를 밟는 셈이다.
그런데 '도쿄돔 러시'의 시점이 참 묘하다. 지난 해부터 급격하게 냉각된 한일관계 때문에 여기저기서 일본내 K-POP위기론이 거세진 것이 요즘 분위기. 이런 상황에서 한국 가수들이 일본 공연장의 꽃인 도쿄돔을 제 집 안방 드나들 듯 한다는 건 뭔가 앞뒤가 맞지 않아 보인다. K-POP 위기론이 거짓일까, 아니면 갑자기 도쿄돔의 문턱이 낮아진 걸까. 궁금증을 풀어봤다.
▶카라부터 동방신기까지
▶도쿄돔 러시 왜?
도쿄돔 공연은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다. 일본 시장에서 완전히 자리 잡았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아무나 할 수 있는 공연이 아니다. 좌석을 모두 채우지 못하면 큰 손해를 볼 수도 있다. 공연을 위해서는 경비와 개런티 포함 50억원 가까운 돈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티켓 값을 10만원으로 잡았을 때 5만석이 매진돼야 본전을 뽑을 수 있는 금액. 최소 2회 공연을 해야 돈을 벌수 있는 구조다.
일본 가요 기획자이자 일본 신오쿠보에서 K-POP 전용 공연장을 운영하고 있는 이호영 대표는 "동방신기나 지드래곤 같은 톱스타들만 도쿄돔에서 돈을 벌수 있는데, 한국 가수 중 이 기준을 넘어서는 팀이 7~8팀 정도 되는 것 같다. 5만석을 매진시킬 자신이 없다면 대관 신청도 하기 힘들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한류의 독특한 특징인데, 일본에는 특정 가수의 팬보다는 '한류' 자체 골수팬이 많다. 한국과는 달리 동방신기 팬이 2PM의 공연도 빠지지 않고 본다는 이야기다. 일본의 최고 여가수 아무로 나미에도 하기 힘든 도쿄돔 공연이 한국 가수들에게는 쉬운 이유다"라고 전했다.
대관을 위한 자격 심사를 통과하는 가수들도 크게 늘었다. 이 대표는 "일본에서 공연을 주최하는 회사의 규모를 본다. 작은 회사거나 실적이 없으면 대관을 절대 해주지 않는다. 아티스트의 공연 실적도 본다. 소위 '급'이 되지 않는 가수들은 웃돈을 줘도 공연할 수 없다. 한국 가수들이 일본에서 3~4년 정도 활동을 하면서 이 심사를 통과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도쿄돔은 대관료 외에도 높은 수준의 발권 수수료를 챙긴다. 티켓 가격의 20% 이상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티켓이 많이 팔리는 가수라면 한국·일본 가수 관계없이 돔을 대여해 주기 때문에 차별이 없다.
일본에서 뜨거운 인기를 끌고 있는 인피니트는 아직 도쿄돔에 서지 못했다. 소속사 관계자는 "현지에 팬덤이 형성된건 사실이다. 하지만 아직 도쿄돔에 서기에는 공연이나 앨범 활동 실적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도쿄돔의 경우 금전적인 이익보다는 상징성이 더 크다. 무리해서 공연을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최근 일본에서 활동 중인 신인 그룹의 매니저는 "반한류나 정치적인 이슈 때문에 한류 분위기가 급격하게 냉각된 것은 사실이다. 일본 방송 출연도 예전만큼 쉽지 않고 출연해도 분량이 적다.
팬덤을 확실하게 잡은 팀들이야 문제가 없겠지만, 사실상 신인 그룹이 성장하기는 어렵다.
한류도 부익부 빈익빈이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