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배우러 프랑스 가듯 학원·대학마다 유학생 발길…1~2주 체험프로그램부터 연예계 데뷔 전문과정까지
엑소·BTS 열혈팬 한글 배우다 한국 대학 실용음학과 진학도…3~4년새 외국인학생 4배 껑충
"한국 기획사서 일하는게 꿈" K팝 교육 `원산지 효과` 톡톡…비싸도 한국서 스펙 쌓아야
◆ K팝 교육이 뜬다 ① / 한국 밀려오는 K팝 유학생 ◆
경기도 파주 한류트레이닝센터의 트레이닝룸에서 외국인 수강생들이 K팝 안무를 배우고 있다. 최근에는 전 세계적인 K팝 열풍을 타고 한국에서 직접 노래와 안무 등을 교육받기 위해 한국을 찾는 외국인, 일명 `K팝 유학생`들이 급증하고 있다. [사진 제공 = 한류트레이닝센터]"자, 오늘은 걸그룹 메이크업을 직접 해보는 시간입니다. 우선 원하는 콘셉트의 메이크업을 선정한 뒤 그 메이크업의 특징부터 잡아봅시다." 이달 중순 경기도 파주 소재 한류트레이닝센터 내 뷰티센터에 모인 10명의 외국인 학생들은 강사의 말이 끝나자 태블릿PC와 스마트폰으로 레드벨벳, 블랙핑크, 트와이스 등 K팝 인기 걸그룹들 사진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자신이 따라해보고 싶은 메이크업을 고르는 것이다.
이곳에서 만난 대만 국적의 진진 씨(23)는 자신을 뷰티크리에이터라고 소개하며 한류트레이닝센터의 뷰티학과 2주 과정을 수강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고 전했다. 진진 씨는 "현재 대만 젊은 세대 사이에서는 K팝 스타들의 메이크업이나 헤어, 패션 스타일링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다"며 "특히 1인 방송의 파워가 대단한데, 이곳에서 직접 전문가들에게 배운 기술과 트렌디한 뷰티 팁들을 1인 방송 콘텐츠로 활용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K팝을 사랑하고 K팝 스타들을 동경한 나머지 실제 K팝 가수들이 받는 안무·보컬 교육과 헤어·화장·스타일링 등을 배우러 한국행 티켓을 끊는 'K팝 유학생들'이 급증하고 있다. 이들은 짧게는 1~2주 단기 과정부터 길게는 6개월 장기 과정을 수강하기 위해 한국에 체류한다.
좋아하는 가수의 춤과 노래를 배워보는 등 단순 체험을 해보려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연예인 데뷔를 위해 또는 직업의 전문성을 높이거나 현지에서 학원을 차리기 위해 오는 이들도 있다. K팝 유학생들은 국적도 다양하다.
한류트레이닝센터 수강생들의 국적 분포는 중국 45%, 일본 15%, 동남아시아 20%, 미주 10%, 기타 10% 순이다. 한한령 이후 주춤했던 중국인들의 관심과 발길이 최근 다시 확대되는 추세다. 소속 가수 마마무로 유명한 국내 기획사 '레인보우브릿지월드(RBW)'가 독자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K-POP 연습생 체험 교육 프로그램 드림 위더스'의 경우에도 이수생이 2015년 30명에서 2017년에는 60명으로 2배가 늘었다. 올해는 총 200명이 다녀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RBW 관계자는 "이수생들 연령대는 15~23세가 가장 많다"며 "이들은 1주 또는 2주 프로그램을 선택할 수 있는데 보통 숙식을 포함해 150만원에서 200만원 정도의 비용이 든다"고 말했다.
전문 과정은 더 비싸다. 현지에서 연예인으로 데뷔하기 위해 한국에 K팝 교육을 받으러 오는 경우 기획사 대 기획사로 계약하는데, 1인당 한 달에 1000만원 정도 비용을 지불한다.
임재현 언아더 기획 대표는 "와인을 배우러 프랑스에 가듯 K팝 본고장인 한국에서 배웠다는 게 일종의 프리미엄으로 작용한다"며 "높은 비용을 지불해서라도 그 프리미엄을 누리려고 한국을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SM엔터테인먼트와 종로학원하늘교육이 설립을 추진 중인 아이돌학교 사업부 최진영 대표는 "한국이 원산지 효과를 누릴 수 있는 교육 분야는 K팝이 유일하다"고 강조했다.
국내 주요 실용음악학원이나 방송댄스학원을 찾는 K팝 유학생도 많다. 스테이지631, 파워보컬, 모래공장, 모던케이 등 대형 학원들은 공통적으로 외국인 수강생이 꾸준히 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K팝 교육 시장에는 이런 K팝 유학생들이 3년 전에 비해 최소 3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아예 학위를 따겠다며 한국 대학으로 유학을 결심하는 외국인도 급증하는 추세다. 베트남 하노이 출신 위리핑 씨(23)는 아이돌그룹 엑소(EXO)를 좋아해 한국을 오가다가 최근에는 방탄소년단(BTS)의 매력에 흠뻑 빠져 아예 한국 유학을 결심했다.
처음에는 노래를 따라 부르기 위해 한국어 정규 과정에 등록했지만 한국에서 학위까지 따고 싶다는 생각에 경희대 포스트모던음악학과에 진학했다. 위리핑 씨는 "한국 엔터테인먼트 기획사에서 일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국내 정상급 뮤지션을 양성하는 경희대 포스트모던음악학과에 입학한 외국인 유학생 수도 2014년 35명에서 매년 증가해 올해 139명으로 4배 가까이 늘었다. 경희대 연극영화과 역시 같은 기간 외국인 입학생 수가 15명에서 40명으로 급증했다. 중앙대의 경우에도 예술대학원에 지원한 외국인 유학생이 2015년 21명에서 2016년 45명, 2017명 91명으로 최근 3년간 4배 이상 증가했다. 이에 중앙대는 지난해 외국인만 지원할 수 있는 학부 과정인 '글로벌 예술학부'를 신설했고 현재 27명이 재학 중이다.
이처럼 K팝이 유학생을 끌어들이는 역할을 하면서 최근 학령인구 급감으로 구조조정 위기에 놓인 국내 대학들은 외국 유학생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한양대는 최근 외국인 학생들만을 대상으로 여름과 겨울 방학 때마다 2주간 진행되는 'K팝 캠프'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외국인 학생들이 방학 기간 동안 한류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이 프로그램은 이르면 올겨울부터 학생 모집에 나설 계획이다.
https://m.news.naver.com/read.nhn?oid=009&aid=0004192861&sid1=102&mode=LSD
"워너원의 강다니엘 팬이에요. 강다니엘이 프로듀스101 촬영 때 연습했던 연습실과 그가 묵었던 숙소를 직접 이용해보니 너무 행복해요."
'한류트레이닝센터(GKC)'의 K팝 교육을 받기 위해 일본에서 온 유키와 히카루 씨(20·여)는 교육 소감을 말하는 내내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워너원은 프로듀스101이라는 국내 한 방송프로그램을 통해 데뷔한 인기 보이그룹이다. 한류트레이닝센터는 프로듀스101의 촬영지로 해외 팬들 사이에서 유명하다. 이곳에서 2주간의 교육을 마치고 일본으로 돌아간 그는 다음 겨울방학 때는 1개월짜리 교육을 이수하러 또다시 한국행 티켓을 끊을 계획이다. 유키와 씨는 "이번 경험을 부러워하는 친구들이 많아서 그 친구들과 다시 한번 K팝 교육을 받으러 올 것"이라고 말했다.
전 세계적인 K팝 열풍을 타고 K팝과 관련한 내용을 배우고 가르치는 'K팝 교육'이 뜨고 있다. 유키와 씨처럼 한국에서 직접 노래와 댄스 교육을 받거나 체험해보기 위해 한국을 찾는 일명 'K팝 유학생'들이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사교육 1번지인 서울 강남구 대치동을 중심으로 자녀에게 '아이돌 교육'을 받게 하는 엄마들이 늘어나고 있다. 나라 안팎에서 동시에 K팝 교육 수요가 확대되면서 사교육업체들은 물론 대학과 대기업들까지 앞다퉈 K팝 교육 시장으로 뛰어드는 분위기다.
29일 국내 최대이자 아시아 최대 기숙형 K팝 교육시설을 갖춘 한류트레이닝센터에 따르면 이곳을 찾은 K팝 유학생들은 2015년 1500명에서 지난해 2500명으로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에만 2500명이 이곳을 다녀갔으며, 하반기 예약자들을 감안하면 연말까지 총 5000명이 교육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주요 실용음악·방송댄스 학원들도 외국인 수강생들이 평균적으로 지난 3년간 3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용음악학원 '파워보컬' 관계자는 "일본이나 중국에서 K팝 보컬 교육을 받으러 오는 외국인들이 꾸준히 늘어나 3년 전과 비교하면 최대 3배는 되는 수준"이라며 "외국인 수강생들이 상시 있다고 보면 되는데 최근에는 태국이나 베트남에서도 많이 온다"고 전했다.
아예 한국 대학으로 유학을 결정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K팝을 사랑해서 한국어를 배우러 왔다가 내친김에 학위 과정에 진입하는 외국인들이 늘어난 것이다. 대학도 이런 유학생들을 유치하려고 관련 학과를 신설하거나 각종 이수 프로그램들을 내놓고 있다.
국내에서는 자녀에게 K팝과 관련된 사교육을 받게 하려는 부모들이 늘면서 학원들이 호황기를 맞았다. 자녀를 꼭 연예인으로 데뷔시키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자녀의 흥미에 맞는 예체능 교육의 일환으로 방송댄스나 실용음악학원을 택하는 부모들이 늘어난 까닭이다.
특히 성적 향상을 위한 보습학원들로 북적이던 서울 강남·서초구 일대에서도 K팝 관련 학원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이 지역의 방송댄스학원은 지난해 12개로, 전년보다 2배 늘었다.
학부모 이 모씨는 "우리 아이가 뛰어난 재능이 있어서라기보다는 적극성과 자신감, 표현력 등을 길러주려고 보낸다"고 말했다.
https://m.news.naver.com/read.nhn?oid=009&aid=0004192870&sid1=102&mode=LS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