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국 쿠바 아바나에도 드라마 한류 열풍
"곧은 머리칼과 둥근 얼굴 미남들이 쿠바 벽지까지 왔다"
DVD로 상품화…인터넷 댓글 논쟁도 '후끈'
(쿠바<아바나>=연합뉴스) 이동경 특파원 = 한국과 비수교국인 쿠바의 수도 아바나에 드라마를 앞세운 '한류 열풍'이 몰아치고 있다.
데이비드 김 함(70·한국 이름 김지율) 쿠바 한인협의회 회장은 12일(현지시간) "김치와 고추장 등과 함께 한국 드라마는 쿠바 현지인들이 아주 좋아하는 한국 문화가 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4월부터 아바나에서 잇따라 방영된 '내조의 여왕'과 '아가씨를 부탁해'는 주부를 위주로 한 청소년부터 노년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아바나 시민에게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드라마가 방영되는 시간이면 팬들은 가족들이 삼삼오오 둘러 모여 진지한 시청 시간을 가진다.
아바나 공중파 방송으로 방영된 이들 드라마는 DVD판으로 복사돼 상품화될 정도다.
코트라 아바나무역관 서정혁 관장은 "무역관에 찾아와 드라마에 출연하는 주인공의 얼굴을 노트북 바탕화면에 깔아달라고 요청하는 청소년들도 있다"고 말했다.
두 드라마에 모두 출연한 탤런트 윤은혜를 포함한 구준표, 윤상현 등의 탤런트들이 상종가를 치고 있다.
브라질의 장편 드라마가 득세했던 아바나에 한국 드라마의 인기가 급속히 확산하는 것은 지루하지 않다는 점과 일상생활에서 아무나 나눌 수 있는 얘기를 주제로 다룬다는 점 때문이다.
드라마를 이해하려고 한국말을 배우려는 팬들도 생겨나고 있다.
작년 9월 한국국제교류재단이 아바나 비정부기구인 호세마르티 문화원에 개설한 한글 강좌에는 처음 20명이 수강하다가 현재 배가 넘는 50여명으로 늘었다.
청소년을 포함해 쿠바 정부에서 한국을 담당하는 관리들도 한글을 배운다.
일부 수강자들은 "K팝과 한국 드라마를 좋아해서 한국말을 공부한다"고 수강 이유를 스스럼없이 말한다고 한다.
아바나에 이처럼 한국 드라마 열풍이 불자 쿠바 관영통신사인 쿠바데바테에는 최근 이를 주제로 한 기고문까지 실렸다.
쿠바데바테는 "쿠바 TV 시장에 아시아 국가가 상륙해 열풍을 몰고 왔다"며 "곧은 머리칼과 둥근 얼굴을 가진 미남자들이 쿠바의 벽지까지 도착했다"고 표현했다.
또 "한국 드라마를 보지 못하는 사람은 문화 현상에서 동떨어져 사는 느낌을 받을 것"이라며 "브라질 드라마와 달리 지루하지 않은 한국 드라마는 쿠바 주부를 끌어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쿠바데바테는 한국 드라마가 시청자의 나이와 상관없이 여성들과 대화할 때 주된 대화 주제로 다뤄진다면서 많은 사람이 몇 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왜 그랬는지 대화하기를 즐긴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기고문이 나오자 인터넷 접속 환경이 열악한 아바나에서도 댓글이 수백 개나 달렸다.
댓글은 "한국 드라마가 수도 쿠바에서만 방영되는 것은 공평하지 않다. 전국 방송을 해야 한다", "한국 드라마는 쿠바 사회가 잃어버린 가치, 즉 가족애와 진실한 우정, 진정하고 순수한 사랑 등을 잘 보여준다"는 등의 호평 일색이다.
우리 드라마를 저평가하는 일부 댓글이 나오자 반박 댓글이 줄을 잇는가 하면 한국 드라마 지지 서명 운동까지 일부 팬들 사이에 벌어졌다고 코트라 아바나무역관은 전했다.
멕시코주재 한국대사관은 후속 드라마로 '시크릿 가든'이 오는 10월 방영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코트라는 오는 11월 아바나에서 개최하는 박람회에 윤은혜를 초청할 생각도 하고 있다.
hopem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