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x), "4 Walls"
S.M. Entertainment
By Meaghan Garvey; November 10, 2015
(Accessed and Translated into Korean: November 23, 2015; 디시인사이드 f(x) 갤러리 'ㅇㅇ'님 등의 요청에 의함)
지난 몇 년간, f(x)는 세계무대에서 "진지한" 관심을 받은, 그리고 미국에서도 상당한 팬들을 얻게 된 몇 안 되는 K-pop 그룹이었다. 그들의 2번째 앨범이었던 <Pink Tape> (2013)의 야심찬 사운드와 아이디어들은 기존의 "K-pop 공식들"로부터 벗어나길 시도한 결과물이었고, 그 자체로 해당 장르가 만들어낼 수 있는 가장 훌륭한 레코드로 평가받았다. 이에 반해 작년의 <Red Light>은 보다 클럽과 가까운, 엣지있는 신스팝을 통해 기존의 앨범과 차별화를 시도했다. 그리고 <Red Light>의 프로모션 기간 중, SM 엔터테인먼트 소속의 "배우이기도" 한 멤버 설리는 예정된 행사들에서 계속적으로 보이지 않기 시작했고, 일시적인 활동 중단 이후 올 8월에는 공식적인 탈퇴를 선언했으며, 이는 오랜 기간 함께 활동한 f(x)의 미래를 불투명하게 그린 일이었다.
<4 Walls>는 이들의 4번째 앨범이자, 5명이 아닌 4명이 같이 한 첫 번째 앨범이기도 하다 (그래서 '네 개의 벽'이다). 전작 <Pink Tape>과 <Red Light>이 교차하는 지점에 서있는 이 앨범은, 세대를 아우르면서도 하나의 앨범으로 잘 어울리는 세련된 일렉트로팝 하우스 음악들로 가득하다. 또한 그동안 다른 K-pop 그룹들이 멤버가 바뀌었을 때도 그것을 "드러내지 않았던 것"과 달리, 이들은 멤버 구성의 변화를 가사를 통해 직접적으로 드러냈으며, 마케팅으로 녹여냈다. 그러나 그 변화가 음악적 색채까지 바꾸지는 않았다. 비록 타이틀곡이 "변화와 새로움"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고는 있지만, 그들의 신스팝 스타일은 여전히 굳건하다. 다시 태어났지만, "정말로" 다시 태어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한편으로, 의심의 여지없이 가장 빛났던 멤버 설리의 탈퇴는, 다른 멤버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기회가 보다 더 많아질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예컨대, 래퍼인 엠버는 단지 더 많은 랩 뿐 아니라, 그녀의 알토 음역이 보다 멋진 하모니를 만들어낼 기회도 부여받았다. 강한 튠의 후크 사운드를 보여주는 "Rude Love"와 같은 트랙이 대표적이다.
<4 Walls>의 많은 트랙이 아시아 시장을 노린 곡과 가사를 쓰는 미국 뮤지션들이 모여있는 Jam Factory 사로부터 받은 것이다. Jam Factory 음악의 강점은 경계가 없다는 점에 있고, <4 Walls>의 몇몇 트랙은 후크와 트랜지션을 절묘하게 사용해 곡들에 생기를 불어넣는 LDN Noise와의 콜라보레이션이다. 한편 마지막 곡인 "When I'm Alone"의 경우는 원래 Carly Rae Jepsen이 <E·MO·TION> 앨범을 통해 발표한 곡이기도 하다. f(x)의 오랜 조력자이자 작사가이며 K-pop의 "스타 작곡가"인 Kenzie는 이번 앨범에서도 "Papi", "Cash Me Out"이라는 가장 독특한 곡들을 통해 힘을 보탰다. 버클리음악대학을 나온 그는 그 누구보다도 문화적 장벽을 잘 이해하고 그 속에서 항해하고 있는 작곡가다.
K-pop 음악을 포함해서 영어가 아닌 가사로 된 음악을 듣는 일은, "영어권에 사는 우리들"에게 쉽지 않은 일일 수 있다. 물론 번역이 제공되는 경우에는 가사를 통해 무슨 말을 전하려는지는 알 수 있지만, "특정한 맥락에서 그 가사가 품고 있는 깊은 의미가 무엇인지" 알기란 매우 어려울 것이다. 그럼에도, 리스너들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가사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사실 영어로 된 노래도 어려운 가사들이 많지 않던가. 다행스럽게도, <4 Walls>에서는 서구적 실마리를 쉽게 찾을 수 있다. 많은 멜로디는 미국식 팝 스타일을 연상시키며, 여타 K-pop처럼 영어로 된 가사도 곳곳에 나타난다. 예컨대, 엠버는 "I was low key/ That's the old me/ Now there's Top 10 honeys tryna phone me"라고 "영어로" 랩하고 있다. (역자 주: 곡 "Papi"의 한 부분. I was low key 같은 표현은 오히려 그 느낌을 한국어로 옮기기 쉽지 않을 것이다.)
서구의 팝음악 팬들은 f(x)의 음악을 즐기기 위해 굳이 K-pop에 대한 깊은 탐사를 거칠 필요가 없다. <4 Walls>는 언어의 장벽을 논하기 이전에, 그 자체로 충분히 듣기 좋은 음악으로 가득차 있다. 한국어는 다음절(multi-syllabic)로 하나의 뜻을 전하는 단어들로 구성되는 아름다운 언어이고, 그 속에서 장모음들은 노래 구절에 녹아들며 미국적인 팝 스타일과 한껏 잘 어울린다. K-pop을 처음 접하기에 f(x)보다 나은 선택은 없고, "f(x) 2.0"으로 진화한 그들의 음악을 접하기에 <4 Walls>만큼 좋은 선택도 없을 것이다. (끝. 평점 7.3)
번역 출처 http://mater.egloos.com/21964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