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스뮤직 (소성진 대표) 소속의 6인조 여자 아이돌 그룹 여자친구 (GFRIEND) 의 2016년 세 번째 미니앨범 SNOWFLAKE의 타이틀곡 ‘시간을 달려서 (Rough)' 이다. 여자친구는 그야말로 2015년 한 해 동안 JYP 엔터테인먼트 (박진영 대표) 의 다국적 9인조 걸그룹 트와이스 (TWICE), 울림엔터테인먼트 (이중엽 대표) 의 8인조 걸그룹 러블리즈 (Lovelyz) 와 더불어 ’신인 걸그룹 트로이카‘ 체제를 구축하며 성공적인 출발을 알렸다. 특히 트와이스와 각종 비중 있는 시상식에서 ’신인상‘ 을 서로 주거니 받거니 2파전 양상을 띠는 맹활약을 펼쳤다. 트와이스는 한국을 대표하는 3대 기획사 중 하나인 JYP 엔터테인먼트 소속인 점을 감안하면, 소형기획사 쏘스뮤직 소속의 여자친구가 이 정도 선방을 했다는 건 실로 기특한 (?)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렇게 여자친구가 소형기획사에서 오는 태생적 한계, 한 해에 수 십 개의 팀이 쏟아져 나오는 ‘한국 아이돌 시장’ 이라는 레드오션에서 꿋꿋이 살아남아 ‘2015년 최고의 신인 걸그룹 중 하나’ 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물론 여자친구가 어느 행사에서 ‘오늘부터 우리는 (Me gustas tu)' 무대를 선보일 때, 바닥에 널브러진 나방 시체들이나 빗물 때문에 춤추는 내내 미끄러지고 넘어졌고, 때마침 그 모습이 동영상으로 업로드 돼 유튜브 (YouTube) 에서 국제적인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지금의 여자친구를 있게 해주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단순한 화젯거리 없이 오롯이 ’걸그룹 여자친구‘ 로서도 음악적인 성공을 일군 지난 2015년 한 해였다.
첫 번째, 대한민국 최고의 종합엔터테인먼트 회사인 SM 엔터테인먼트 (이수만 회장) 에서 S.E.S, 소녀시대 등을 발굴했으며 국내 최장수 남자 아이돌 그룹 신화의 매니저를 담당했던 소성진 현 (現) 쏘스뮤직 대표의 기획력이 적중했다. 청순한 미모를 자랑하는 여섯 명의 여자친구 멤버들이 트레이닝복이나 교복 등을 착용하고서 파워풀한 안무를 소화하는 모습에서 묘한 남심 (男心) 을 자극시켰다. 덕택에 ‘파워 청순 걸그룹’ 이라는 신조어 만들었던 여자친구였다.
두 번째, 그 컨셉트와 귀신 같이 일치하면서 ‘입학 - 방학 - 졸업’ ‘여자친구 트릴로지’ 를 완성시켜준 천재적 작곡가 집단 ‘이기, 용배’ 가 뒤편에 든든히 서 있었다.
데뷔곡 ‘유리구슬’ 이 입학이라면, 지금의 여자친구를 낳게 해준 작금의 최고 히트곡 ‘오늘부터 우리는 (Me gustas tu)' 가 방학 (딱 때맞춰 2015년 여름 발매) 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번 포스팅에서 소개할 노래 ’시간을 달려서 (Rough)' 가 일명 여자친구 학교 트릴로지의 완결판이라 할 수 있겠다.
’시간을 달려서‘ 의 안무 역시도 여자친구가 늘 해오던 파워풀하면서도 여성의 몸매 선 (線) 을 예쁘게 잘 살린 하나의 작품이 탄생했다. 오묘한 남심을 자극하는 교복을 착용한 여자친구 멤버들은 ’시간을 달려서‘ 의 스펙터클한 스트링 사운드에 몸을 맡긴 채 무대를 휘저으며, 솔로 댄스 파트는 마치 발레에서 연유한 듯한 춤사위가 눈에 띈다. 특히 러닝타임이 모두 끝난 뒤 엔딩 부분서 멤버 신비 (본명 황은비) 가 가녀린 두 손목으로 시계의 분-초 침 시늉을 하며 투박하게 두 팔을 돌리면, 나머지 다섯 멤버들이 시간의 경과에 따라 모습이 변화한 듯 여섯 가지의 모습으로 신비의 뒤편에서 포즈를 취하는 신 (scene) 은 ’시간을 달려서‘ 무대의 압권이라 할 수 있겠다.
‘시간을 달려서’ 는 은은하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사연이 깊은 듯한 플루트 연주로 포문을 연다. 그러다가 역시 전작 ‘오늘부터 우리는 (Me gustas tu)' 처럼 헤비한 드럼비트가 깔리며 박자는 빨라지고, 애절한 가사와 스트링 사운드가 어우러지며 서정적인 무드가 리스너들의 코끝을 아련하게 만든다. 특히 벌스 1 (verse 1) 의 ’멀어져 가는 우리 둘의 마음처럼‘, 벌스 2 (verse 2) 의 ’우린 아직도 많이 어리긴 한가 봐‘ 가 여자친구 멤버들의 여성스러운 보이스와 이기, 용배가 깔아놓은 대서사적인 스트링 사운드의 완충지대 역할을 해내고 있다. 그 부분서부터 여자친구 보컬들의 한 (恨) 이 서린 여성스러운 보이스와 칼바람 같은 스트링 사운드가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며, 더더욱 ’시간을 달려서‘ 란 곡이 노래하고자 하는 ’시공간을 초월하는 슬픈 사랑‘ 이 리스너들에게 뚜렷하게 들린다.